[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분당우리교회(이찬수 목사) 기독교성윤리연구소가 5월 20일 내놓은 '우리 자녀 성경적 성교육 시리즈'는, 아동·청소년 발달 과정에 맞춰 필요한 설명이 적절하게 들어갔다는 점에서 반동성애 진영을 중심으로 퍼지는 극단적인 '성경적 성교육'과 다르다. 반면, 동성애나 낙태, 혼전 성관계 등에 명확히 반대 입장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하지만 이찬수 목사는 무슨 일인지 6월 7일 설교에서 반동성애 진영에 해명하는 성격의 발언을 했다. 이 목사는 설교 도중 "오늘 우리 전 교회적으로 기도 제목 하나를 드리고 싶다. 저도 그렇고 많은 분이 이 차별금지법 문제로 진짜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중략) 미국을 가만히 보니까 차별금지법 안에 독소 조항이 몇 개 있는데, 이게 엄청난 종교 탄압이 될 위험이 있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찬수 목사는 '우리 자녀 성경적 성교육 시리즈' 중학생용 <성과 새로운 나> 37쪽에 나온 "사람들은 게이가 된 것이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다고 말해. 어느 정도는 옳은 말이기도 해. 그들은 자신이 동성에게 혹은 이성에게 성적으로 매력을 느끼겠다고 선택하지 않았어" 부분을 언급하며, 이렇게 동성애에 대해 애매하게 기술한 것은 미국에서 차별금지법이 통과됐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미국에서 실제적으로 차별금지법이 얼마나 신앙생활을 위축시키고 있는지 미국 갈 때마다 그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번에 기독교성윤리연구소에서 나온 책은 미국 책을 번역한 것인데요. (중략) 그런데 여기 애매하게 표현한 부분 있죠? 왜 이렇게 애매하게 표현했을까요. 차별금지법이 통과된 미국에서 이런 책을 쓸 때, 이렇게 애매하게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 고충이 너무 와닿는 거예요."

이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 표현의자유를 중요시하는 미국 문화에서 책 내용에 제약을 받는 경우는 흔치 않다. 미국에서는 어떤 내용을 담느냐보다 그 내용을 누가 썼느냐를 더 눈여겨본다. 공직에 있는 사람이나 정부 지원을 받는 곳에서 차별을 조장하는 내용으로 책을 출판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종교 단체가 발간한 책은 신념에 따라 동성애를 반대하는 내용을 넣더라도 문제가 될 소지가 드물다.

이찬수 목사는 최근 설교를 통해 반동성애 진영에 해명하는 성격의 발언을 했다. 분당우리교회 동영상 갈무리
이찬수 목사는 최근 설교를 통해 반동성애 진영에 해명하는 성격의 발언을 했다. 분당우리교회 동영상 갈무리

이찬수 목사도 이를 인지하고 다음 주 6월 14일 설교에서,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다며 사과했다.

"제가 사실 저자에게 사과할 게 있습니다. 지난주 설교 시간, 제 느낌에 아마 차별금지법이 통과됐으니까 대놓고 표현을 못 하니까 얼렁뚱땅 넘어갔나 보다고 했는데, 공개적으로 저자에게 사과합니다. 완전 오해예요. 이 책은 자녀 교육용이에요. 동성애(문화)에 찌들어 있는 중학교 나이 또래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처음에는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고요. 고등학교 때는 또 단호하게 가르치지 않습니까."

"생식기 그림으로 조기 성애화 조장,
동성애 선천적이라 묘사하고
젠더 가르친다"며 논란 부추기자
교회는 일부 표현 수정

사실과 다른 이야기는 사과했다 쳐도, 이찬수 목사는 왜 시리즈를 출간한 지 보름 만에 설교 시간을 빌려 해명까지 해야 했을까. 기독교성윤리연구소를 담당하는 목사는 6월 1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어떤 분이 책의 문제점을 정리해 교회로 전달해 주셨다. 이를 접한 담임목사님이 조금 당황하셨고, 해명하는 과정에서 조금 잘못된 정보를 언급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분당우리교회에서 만든 성교육 시리즈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반동성애 진영 활동가들이다. 이들이 구체적으로 책의 어떤 부분을 지적했는지는, 분당우리교회가 홈페이지에 해명한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다.

분당우리교회는 6월 14일 홈페이지에 해명 글을 장문으로 올렸다. 내용은 크게 3가지. 교회는 책에서 △굳이 필요하지 않은 생식기 그림을 넣어 아이들의 조기 성애화를 조장하고 △동성애로 이끄는 유전자가 없음에도 동성애가 선천적인 것처럼 묘사하며 △'젠더'(Gender)라는 단어를 언급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 해명했다.

사실 이런 문제 제기는 논리적이지 않다. 이 성교육 시리즈는 젠더나 동성애에 부정적 태도를 분명히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성교육 교재에 나오는 생식기 그림 때문에 아이들이 조기 성애화한다는 말은 검증되지 않은 극단적 주장이다.

그런데도 분당우리교회는 반동성애 진영의 지적을 받아들여, 책 내용을 일부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해명 글에는 동성애가 선천적인 것처럼 언급한 부분은 번역을 좀 더 매끄럽게 해 다음과 같이 고치겠다고 했다.

수정 전

"사람들은 게이가 된 것이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다고 말해. 어느 정도는 옳은 말이기도 해. 그들은 자신이 동성에게, 혹은 이성에게 성적으로 매력을 느끼겠다고 선택하지 않았어. 그러나 그런 이끌림에 따라 행동할 것인지, 또 게이가 되기로 작정할 것인지는 선택할 수 있었지."

수정 후

"사람들이 '나는 게이가 되기로 선택하지 않았다'고 말할 때, 그 말은 부분적으로는 옳지. 성적으로 동성에게 혹은 이성에게 끌릴지 말지를 선택하지 않은 게 분명하니까. 하지만 누구나 그런 이끌림에 따라 '행동할지' 말지, 게이로서의 정체성을 채택할지 말지는 자기가 선택한단다."

젠더를 언급한 데 대해서는 "하나님이 만드신 성과 다른 개념들을 대조하면서 하나님이 만드신 성의 크고 풍성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 과정에 사용하는 단어들(젠더, 성행위 등)을 가르치기 위해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 성(sex)을 강조하기 위해 대조군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적나라한 생식기 그림이 아이들을 조기 성애화로 이끈다는 지적에는 좀 더 적극적인 해명을 내놨다. 교회 측은 "이미 아이들은 세상의 각종 자극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부모가 경각심을 가지고 성과 몸에 대해 성경적 세계관을 형성하는 것 외에 현대의 타락한 성 문화에 대항할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반동성애 진영 일부 활동가들은 이 책이 조기 성애화를 조장하고, 명확하게 "동성애 반대"를 말하지 않는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반동성애 진영 일부 활동가들은 이 책이 조기 성애화를 조장하고, 명확하게 "동성애 반대"를 말하지 않는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분당우리교회는 미국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를 고려해, 개정판에서는 책 연령대를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책은 청소년으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책은 청년층으로 변경하겠다고 했다. 기존 연령대가 UNESCO(유네스코)가 제시하는 포괄적 성교육 기준에 맞는데도, 반동성애 진영의 억지 주장에 한 발짝 물러난 것이다.

이찬수 목사, 반동성애 진영에
선 긋기보다 함께 가자 메시지
"적으로는 대하지 말아 달라"
반동성애 활동가 만나 소통 약속

반동성애 진영이 분당우리교회 행보에 딴지를 거는 것은 결국 자신들 활동에 적극 동참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대표 주요셉 목사는 6월 10일 <기독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분당우리교회에) 반동성애 진영 강사가 목회자들 대상으로 두 번 특강을 했다고는 하는데, 교인들까지 듣거나 공론화가 된 건 아니다. 보통 우리 진영에서 많이 활동하는 반동성애 강사들이 강의하면 교회들은 그걸 방송을 만들어 홍보하는데, 분당우리교회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동성애 진영은 왜곡된 정보를 기반으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고, 지자체의 각종 인권조례 제정·개정을 조직적으로 무산시키는 등 한국 사회 인권 증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해 6월 분당우리교회 부목사 사례처럼,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천명해도 자신들 마음에 차지 않으면 '친동성애'라고 공격한다.

이번 성교육 시리즈를 향한 근거 없는 문제 제기에 이찬수 목사는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6월 14일 설교에서 "이 책을 가리켜 '친동성애를 부추기는 책'이라고 글을 쓰고 영상을 올린다. 남을 비판할 때는 그렇게 쉽게 하면 안 된다. 이 책은 정반대다. 성적 타락의 물결이 범람하는 미국에서 어떻게든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쳐 보겠다는 고뇌에서 나온 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목사는 반동성애 진영과 선을 긋기보다 함께 가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런 일을 하고 있는 수많은 단체를 축복한다. 그분들이 어떤 지적을 하신다 해도 달게 받을 수 있다. 단 우리를 적으로는 생각하지 말아 달라. 뭐라도 가르쳐 주시면 배우고, 뭐라고 같이 공유하면 좋겠다. 힘을 합해서 '원 플러스 원'이 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이찬수 목사에게, 분당우리교회와 반동성애 진영이 같이 가야 한다는 의미인지 이메일로 물었다. 이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하나 된 우리는 생각이 다르고 접근 방식이 다르다 하더라도 '적을 대하듯이 적대감을 가지고 대하지 말아 달라'는 원론적인 말이었다"고 답했다.

기독교성윤리연구소 사역에 대해서는 "우선 학부모들에게 신앙 교육과 성경적 성교육과 관련한 도움을 주는 일을 하겠다. 이 문제가 너무나 첨예한 생각의 대립이 있기에 어떻게 잘 중재할지 고민이 된다. 팀원들과 함께 더 많이 고민하며 사역을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책은 처음부터 하나님이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셨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하지만 반동성애 진영에서는 책이 '젠더'를 언급한다는 이유만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책은 처음부터 하나님이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셨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하지만 반동성애 진영에서는 책이 '젠더'를 언급한다는 이유만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이찬수 목사는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주요셉 목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주 목사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목사 및 분당우리교회 부목사들과 만나 대화했고 오해가 풀렸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그는 부정적 반응을 보인 반동성애 단체들을 향해 이찬수 목사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만 판단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주 목사는 "(이찬수 목사는) 동성애 반대 운동에 한 가지 방법만 있을 수는 없으며, 분당우리교회에 맡겨진 사역을 잘 감당하려고 하니 옆에서 지켜봐 주고 언제든 편하게 조언해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주요셉 목사는 분당우리교회에 △반동성애 진영과 분당우리교회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 개설 △성교육 시리즈 개정판 출간 전 반동성애 진영 전문가들 의견 수렴 △차별금지법 반대 운동에 기도 및 물질적 동참을 요청했으며, 일부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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