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 심사위원회(진인문 위원장)가 퀴어 문화 축제에 참석해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연회 소속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를 재판에 회부했다. 심사위원회는 이 목사가 '교리와장정' 재판법 3조 8항 "마약법 위반, 도박 및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에 해당하는 이유로 고발돼, 이 목사를 연회 재판위원회에 기소했다고 6월 17일 밝혔다. 2015년 31회 입법의회에서 신설된 이 조항에 적용되는 벌칙은 정직·면직·출교밖에 없다.

이동환 목사는 2019년 8월 31일 부평역 북광장에서 열린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서 무지개예수가 주관한 '성소수자 축복식' 집례자로 섰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 대한성공회 김돈회 신부(인천나눔의집)와 함께 연단에 올라 성소수자 그리스도인들을 축복하고, 이들을 환대한다는 의미로 꽃잎을 뿌리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극우 반동성애 언론과 운동가들은 목사가 동성애자를 축복한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감리회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소속 교단 목사인 이동환 목사를 처벌하라는 요구가 잇따랐다. 충청연회·중부연회 목회자들이 '이동환 목사는 동성애 지지자'라면서 경기연회에 청원서를 내고 문제를 제기했다.

"성소수자 교인 축도하는 마음으로 참석"
자격심사위, 경위서·각서 제출 요구
이동환 목사(사진 맨 오른쪽)는 2019년 8월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서 '성소수자 축복식' 집례를 맡았다. 성소수자 그리스도인들을 축복하고 환대한다는 퍼포먼스였는데, 일부 교단 목사들은 이동환 목사가 '동성애 지지' 행위를 했다며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이동환 목사(사진 맨 오른쪽)는 2019년 8월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서 '성소수자 축복식' 집례를 맡았다. 성소수자 그리스도인들을 축복하고 환대한다는 퍼포먼스였는데, 일부 교단 목사들은 이동환 목사가 '동성애 지지' 행위를 했다며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청원을 받아든 경기연회는 2019년 9월부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목회자 자격·품성 문제를 다루는 경기연회 자격심사위원회(김문조 위원장)는 먼저 이동환 목사에게 경위서를 내라고 요구했다. 이동환 목사는 "우리 교회에는 성소수자가 있다. 오래전부터 신앙생활하던 청년이 몇 년 전 커밍아웃했다. 처음에는 적잖이 당황했지만 '그 어떤 것도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는 말씀이 크게 와닿았다. 나는 그를 지도하며 다년간 목회하고 있으며, 매주 그에게 축도를 하며 진심으로 하나님의 사랑이 그의 삶에 가득하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썼다.

퀴어 축제에 참여한 것도 마찬가지 마음에서였다고 했다. 이 목사는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도저히 교회 내에서 밝히지 못하고 이런 축제에 찾아오는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긍휼의 마음이 나를 그 자리로 이끌었다. 부디 목숨을 끊거나 자신의 성향 때문에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말고, 어떤 모습이라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 주시는 하나님께 나아가고 그분의 빛 가운데 죄 사함과 자유함을 얻자고 간곡한 마음으로 권면하고 축복했다"고 했다.

이 목사는 "(퀴어 축제에 참석해) 연회와 지방회에 염려를 끼쳐 드리게 되어 진심으로 사과한다. 비록 목회적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이었지만 더 깊이 생각하고 행동했어야 했다. 교회에서 하는 목회적인 차원의 케어와 교단의 이름을 내걸고 외부 행사에서 하는 일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배웠다. 향후 신중히 행동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경위서 제출로도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자격심사위원회는 이 목사에게, 다시는 이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제출하고 자격심사위원회에 출석해 소명하라고 요구했다.

이동환 목사는 각서를 낼 수 없다며 '각서에 대신하여'라는 글을 써서 자격심사위원회 앞으로 보냈다. 이 목사는 좀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도, 각서를 요구하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그는 "나는 여전히 성소수자를 포함한 이 땅의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교회 안팎의 목회 사역, 선교 사역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사명이며, 예수님께서 이 땅에 인간의 모습으로 오셔서 행하신 영육혼 전인적 구원의 길을 따르는 것이라 믿는다. 이런 목회 신념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있어 다시는 그런 사역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는 것은 아마도 거짓으로 작성하는 것이 될 것이고, 이는 하나님께도 그리고 이 일을 위해 애써 주시는 심사위원 목사님들께도 정의롭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썼다.

이 목사는 2019년 12월 열린 자격심사위원회 회의에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위원들은 이 목사에게 왜 각서를 쓸 수 없다고 하는지 따져 물었다. 위원들은 "쓸 거면 '동성애에 찬성하지 않고 동조도 하지 않겠다. 그러나 그들에게 구원의 확신을 주어서 정상적인 교인을 만드는 목회를 하겠다'고 써야 하는 것 아니냐", "이 사람들을 구원의 길로 인도해야겠다고 생각해야지, 약자니까 무조건 품겠다는 생각은 무책임한 거다", "담임목사에게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을 변화시켜서 동성애에서 나올 수 있게 만드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교단 목사들은 이동환 목사가 성소수자들을 축복한 행위 자체가 교리와장정 위반이라고 따졌다. 이동환 목사는 성소수자 교인에게 하듯 이들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축복한 것인데, 그것까지 문제를 삼을 수 있냐고 항변했다. 결국 심사위원회는 이 목사를 재판위원회에 기소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교단 목사들은 이동환 목사가 성소수자들을 축복한 행위 자체가 교리와장정 위반이라고 따졌다. 이동환 목사는 성소수자 교인에게 하듯 이들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축복한 것인데, 그것까지 문제를 삼을 수 있냐고 항변했다. 결국 심사위원회는 이 목사를 재판위원회에 기소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동성애 신학적 입장 담은 리포트 내라"
회의에서는 동성애 찬반 마녀사냥
'개전의 정 없다'며 결국 기소

자격심사위원들은 이동환 목사가 동성애에 대해 어떤 신학적 입장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2020년 1월 30일까지 '리포트'를 작성해서 제출하고 3월 회의에 다시 출석하라고 요구했다.

이동환 목사는 이 요구에도 응했다. <동성애에 대한 성경적, 신학적 연구>라는 제목으로 50장 분량 리포트를 작성해 연회에 제출했다. 웨슬리의 △성서 △전통 △체험 △이성이라는 네 가지 표준 순서를 따라, 동성애에 대한 부정·긍정·중립적 입장을 참고해 리포트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성경은 오늘날 말하는 '동성애'보다는 '동성 성행위'를 다루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문맥상 나그네와 약자에 대한 짓밟음, 폭력, 과도하고 절제되지 않은 욕망의 맥락에서 언급되고 있다"면서 단순히 '동성애 금지'로 규정하지 말고 논의하고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2020년 3월 다시 열린 자격심사위원회에서, 위원들은 이 목사가 동성애를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만 궁금해했다. 위원들은 리포트를 다 읽어 봤다면서도 "그래서 예스냐, 노냐"라고 물었다. 이 목사가 "동성애는 지지하거나 부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하자, 위원들은 "거기까지는 못 알아듣겠고 이 목사가 동성애를 지지하는지 지지하지 않는지를 얘기해 달라"고 답을 요구했다.

이동환 목사가 동성애를 옳고 그름의 문제로 구분할 수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자, 한 위원은 "그런 식이면 간음에 대해서도 논할 필요가 없는 거냐. 또 어릴 적부터 성 정체성 문제로 성적 학대를 하면서 성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게 죄가 아니라고 처리할 수 있는 거냐. 죄의 개념이 없어지면 예수님의 십자가 대속도 필요 없어지고 십자가를 부인하는 것 아니냐"고도 물었다.

이 목사는 충분한 논의와 토론 없이 '동성애 지지자 출교'를 규정한 교리와장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따졌다. 그는 "어떻게 사람을 쳐 내는 법을 만들면서 공론화나 연구 없이 그냥 만들 수 있느냐"고 했지만, 오히려 위원들은 "지금 교리와장정을 부인하는 거냐"고 다그쳤다.

경기연회 자격심사위원회는 결국 이동환 목사를 심사위원회에 고발하기로 했다. 김문조 위원장은 4월 17일 자로 이 목사에게 내용증명(권면서)을 보냈다. "지금이라도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자세에서 돌아서 성경과 감리회 교리와장정을 잘 지킬 수 있는 감리회 정회원으로 사명을 다하기를 권면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격심사위원회는 경기연회 심사위원회에 고발할 수밖에 없다"고 통보했다.

이 목사는 6월 10일 경기연회 심사위원회에도 불려 갔다. 이 자리에서도 인천 퀴어 문화 축제 참석 경위 및 동성애에 대한 기본 입장들을 설명해야 했다. 진인문 심사위원장은 6월 17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 목사를 기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격심사위원회가 이동환 목사 '면직'을 요청해 왔다고 밝히면서, 자신은 최대한 불기소하려는 입장이었지만 이 목사가 태도를 굽히지 않았기 때문에 기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진 목사는 "(이동환 목사가) 퀴어 축제에 다녀온 사실이 있고 사실관계도 인정했다. '앞으로는 조심하겠다. 내 생각은 그렇지만 앞으로는 그런 데 참여하지 않겠다'는 등 개전의 정을 보여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다. 본인 생각이 확고하더라. 위원회를 조직해서 (신학적으로) 연구해야 한다는 얘기만 한다. 감리회 목사로서 (그런 활동에 참여하는 게) 교리적으로 문제니까 앞으로 조심하겠다고만 하면 되는데. 그런 기미가 있다면 불기소를 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감리회는 2015년 동성애 지지자를 최대 출교에 처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했다.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진지한 연구나 논의 없이 이뤄진 입법이었다. 사진은 2019년 안산 꿈의교회에서 열린 33회 입법의회. 뉴스앤조이 최승현
감리회는 2015년 동성애 지지자를 최대 출교에 처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했다.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진지한 연구나 논의 없이 이뤄진 입법이었다. 사진은 2019년 안산 꿈의교회에서 열린 33회 입법의회.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동환 목사는 17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성소수자들은 사회에서 편견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다. 그들에게 축복기도하는 게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축복기도로 사람 처벌하려면 전두환 앞에서 기도했던 목사들부터 처벌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예수님 말씀을 따라 서로 사랑하라는 마음으로 축복한 것 자체를 문제시하는 행태는 고쳐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교단 내 악법을 고치고,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감리회 내 목회자들 도움을 받아 재판에 임하고, 총회 재판까지 염두에 두고 대응할 계획이다.

이번 재판은 한국교회에서 '동성애 지지' 행위로 목사 자격을 박탈할지 말지 결정하는 최초 사례다. 경기연회 김학중 감독은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감독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공동체 룰과 절차가 있는 만큼 재판을 지켜봐야 한다. 한편으로는 감독으로서 목사를 보호해야 하고, 그의 생각이 소수의 생각일지라도 목사로서 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교단의 요구와 절차를 준수하면서, 개인의 소견도 존중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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