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중학생 때부터 신앙생활을 시작한 이수연 씨(가명)의 꿈은 모두 교회와 관련 있었다. 지인들은 이 씨가 '목사 아내', '목회자', '선교사', '찬양 사역자'를 꿈꿨다고 말했다.

이 씨는 2015년 A대학교 신학과에 입학했다. 밝고 쾌활한 성격에 교우 관계도 좋았다. 아르바이트를 해 가며 1년간 학교를 다닌 이 씨는 휴학을 신청했다. 이후 한 선교 단체에 소속돼 일본을 오가며 2년간 사역에 매진했다. 2018년 복학한 이 씨는 꿈을 위해 학교를 옮길 계획이었다.

아버지 이명근 씨(가명)는 8월 22일 기자와 만나 "수연이가 서울에 있는 신학대에 가고 싶어 했다. 도서관에 다니면서 입시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교회 여름 수련회를 마치고 돌아온 날에도 딸은 도서관을 찾았다. 전국에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8월 3일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날 이후 이 씨와의 연락이 끊겼다. 가족들은 처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친구 집에서 지내거나 교회 행사에 간 줄 알았다. 며칠째 연락이 닿지 않자 그제야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이 씨가 다니던 B교회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B교회도 수소문에 나섰지만, 이 씨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이 씨가 종적을 감추고 12일이 지난 8월 15일, 아버지는 "딸을 발견했다"는 경찰의 연락을 받았다. 딸은 주검이 돼 있었다. 이수연 씨는 B교회 교육관 옥상에서 발견됐다.

이수연 씨를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B교회 ㅈ 담임목사였다. B교회 시설물을 점검하러 온 통신사 직원이 휴대폰을 주웠다며 전달해 줬는데, 확인해 보니 이 씨 휴대폰이었다. ㅈ 목사는 "수연이가 교회에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관리집사와 함께 수색에 나섰다"고 말했다. 교육관 옥상에서 숨져 있는 이 씨를 발견하고는 곧장 경찰에 신고했다.

이 씨의 가족과 교회 관계자들은 충격을 넘어 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다. 부검 결과, 척추가 골절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버지 이 씨는 "나중에 자세히 보니 턱과 치아도 크게 상해 있었다"고 말했다.

교회 CCTV를 확인해 보니 이수연 씨는 8월 3일 밤 혼자 교회 옥상에 올라갔다. 다른 사람이 드나든 흔적은 없었다. 이 씨의 가방에서는 유서 한 장과 성경책, 노트 2권 등이 발견됐다.

유서에 등장한 지속적인 '성폭행'
가족도 가장 친한 친구도 몰랐던 사실
아버지 "진심으로 사죄했으면"
강 목사, 부적절한 관계 드러나 '사임'

아버지 이명근 씨는, 강 목사가 진심으로 사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경소영

"저는 진심으로 하나님을 사랑합니다"로 시작하는 유서는, 한 목사의 이름과 연락처로 끝이 났다.

이수연 씨는 유서에서 "3년 동안 중증도 우울로 약을 먹고 있고요. 강OO은 저를 셀 수 없을 만큼 성폭(행)해 왔습니다. 처세술이 강한 그는 자신이 피해자인 척 가정을 사랑하는 모습만을 보여 주었으니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미성년자일 뿐이었죠"라고 폭로했다. 2014년 고등학생일 때 강 목사가 자신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했다는 것이다.

이 씨가 성폭행을 당한 사실은 가족도, 그와 가장 친한 친구도 모르고 있었다. 아버지 이 씨는 "유서를 보고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강OO에 대한 응어리가 남아서 혼자 삭여 온 것 같다. 힘든 내색 없이 잘 지냈는데, 이렇게 가서 황망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증거도 없으니 벌 받게 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 강OO이 진심으로 사죄라도 하면 좋겠다. 그래야 수연이가 덜 억울해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와 가장 친한 친구 C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 남자 친구의 권유로 우울증 약을 복용하게 됐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성폭행 이야기는 유서를 보고 처음 알았다. 나도 깜짝 놀랐다. 7월 말에도 만난 적 있었는데, 이상한 점은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수연 씨 대학 동기들은 갑작스런 죽음에 말을 잇지 못했다. 학생들은 발인을 마친 8월 17일 기자를 만나 "수연이가 죽을 이유가 없다", "쾌활한 성격에다 학교 생활도 잘해 왔다", "이렇게 갑자기 떠나 황망하다", "이번 죽음은 강 목사의 성폭행과 관련 있다"고 말했다.

유서에 등장하는 강 목사는 B교회 중·고등부를 담당했다. 2015년 5월 사임했고, 1년간 쉰 다음 목회를 재개했다. B교회 ㅈ 담임목사는 8월 22일 기자를 만나 "당시 강 목사가 수연이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고 스스로 고백했다. 앞으로 목회를 하지 않겠다고 해서 사임 처리했다"고 말했다. 최근 이 씨가 사망한 사실도 강 목사에게 알려 줬다고 했다.

ㅈ 목사는 결과적으로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당시 일을 그렇게 매듭지은 게 교회와 이 씨에게 유익이 될 거라고 판단했는데, 극단적인 결과가 나와서 자신도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강 목사, 성폭행 부인
"교회서 오랜 시간 보내며 가까워져,
4~5개월 교제하다 헤어졌다"

유서에 등장하는 강 목사는 성폭행을 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 씨와 연인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경소영

이수연 씨가 유서에서 지목한 강 목사를 직접 찾아가 만났다. 그는 현재 서울 구로에 있는 한 교회에서 2년 넘게 부목사로 지내고 있다. 8월 22일 기자를 만난 강 목사는 이 씨를 성폭행, 강간한 사실은 없으며, 당시 미성년자였던 이 씨와 연인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강 목사는 이 씨가 고등학교 2학년일 때 처음 알았다고 했다. 이 씨는 의존성이 강했으며, 자신을 '아빠'로 부르며 따랐다고 했다. 고등학교에 자퇴서를 내러 같이 갈 정도로 친한 사이였다고 했다.

자퇴서를 낸 이 씨는 교회에서 검정고시 공부를 했고, 그때 부쩍 가까워졌다고 했다. 강 목사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고 자연스럽게 신체 접촉까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당시 강 목사는 30대였고, 기혼에다 아이도 둘이나 있었다.

강 목사는 4~5개월 연인처럼 지내다가, 어느 순간 잘못됐다는 걸 깨닫고 자신이 먼저 헤어지자는 말을 꺼냈다고 했다. 그는 "그때는 미쳐 있었다. 어느 순간 정신이 들어 관계를 끊자고 했는데, 수연이가 돌변했다. 집에 찾아오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B교회를 사임한 이유는 이수연 씨의 요구 때문이었다고 했다. 2015년 8월경에는 이 씨가 남자 친구와 함께 찾아와 학비 명목으로 3000만 원을 요구한 적도 있다고 했다. 당시 이 씨의 남자 친구가 폭언을 해 가며 돈을 요구했고, 정작 이 씨는 가만히 있었다고 했다. 강 목사는 "미성년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에 대해서는 사과했지만, 돈은 주지 않았다. 그만한 돈도 없었고, 차라리 법적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적은 있다"고 했다. 강 목사는 이후 이 씨를 만난 적 없다고 했다.

강 목사는 "이번 일도 있고 해서 다음 주에 사임하려고 한다. 앞으로 목회하지 않겠다. 책임 의식을 지니고, 사죄하는 마음으로 평생을 살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경찰 측은 "유서를 토대로 범죄 혐의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