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명성교회 장로들이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 무효' 소송을 맡은 총회 재판국원들을 찾아가거나 지인과 노회를 통해 '재판을 잘 봐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복수의 재판국원은 명성교회 장로들이 올해 초부터 지인 또는 노회를 통해 이런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제3자를 동원하던 명성교회 장로들은 3월 13일 서울동남노회 선거 무효 소송 이후 직접 나섰다고 했다. 총회 재판국이 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김수원 위원장)의 손을 들어, 위기의식을 느낀 장로들이 직접 재판국원 설득에 나선 것으로 봤다.

A 국원은 "명성교회 장로들이 직접 교회로 찾아왔다. '명성교회 잘 봐 달라'는 취지로 이야기하더라. 서울동남노회 선거 결과가 본인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나오니까, '이건 아니다'는 생각을 가지고 발로 뛴 게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B 국원은 "로비를 한 건 아니지만 명성(교회) 당사자들이 교회에 다녀간 사실이 있다. 명성교회를 지지하는 국원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이야기할 것 같다"고 말했다. C 국원은 "최근 지인을 통해 연락이 왔다. 명성교회 관계자가 서울에서 만나고 싶어 한다고 했는데, 일정이 겹쳐서 거절했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입장이 드러난 국원보다, 중도 성향 국원을 대상으로 접촉을 시도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D 국원은 "(명성교회 측이) 이런저런 루트를 통해 나를 설득하려 한 적 있다. 단호하게 물리치니까 (교회까지) 직접 찾아오지는 않았다. 유순해 보이거나, 흔들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있는 국원을 대상으로 행동을 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장로들이 총회 재판국원들을 접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명성교회 측은 재판국원을 찾아간 적 있다고 인정했다. 명성교회와 관련한 모든 일의 총책을 맡고 있다고 주장한 F 장로는 6월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장로들이 스스로 찾아가긴 했지만, 지금은 안 간다. 반대쪽에서 (우리가) 찾아갔다고 말했을 텐데, 지금은 찾아갈 이유가 없다. (재판국원이) 돈을 요구하는 쪽으로 유도하면 어떡할 건가. 그래서 (장로들이) 찾아가지 못하게 일절 금지했다"고 말했다.

F 장로는 총회 재판국 결과도 정해져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는 "재판국원 (15명 중) 9명이 우리 편으로, 싸움은 이미 끝났다. 설령 우리가 진다고 해도 법정 싸움으로 가게 돼 있다. 명성교회는 단단히 서 있다. 교회는 든든하고, 아들(김하나 목사)이 와 있고, 교인도 많고, 아쉬운 게 없다"고 말했다.

비대위원장 김수원 목사는 총회 재판국이 공의로운 판결을 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김 목사가 장신대에서 열린 명성교회 세습 철회 촉구 기도회에서 축도를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 무효 소송을 제기한 비대위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했다. 비대위원장 김수원 목사는 "사람들에게 '명성교회는 부지런히 재판국원들을 만나고 다니는데, 당신들은 왜 가만히 있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우리는 국원들에게 호소문을 보낸 적은 있지만, 개별적으로 국원을 만난 적은 없다.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다. 재판국원이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공의와 정의로 재판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재판국원이 재판 당사자를 사적으로 만나는 것은 금물이지만, 교회 재판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총회 재판국원과 재심 재판국장을 지낸 한 목사는 "대부분 아는 사람을 총동원해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 주일예배나 수요 예배 시간에 찾아오기도 하는데, 이러면 나가라고 할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신속·정확하게 판결하는 수밖에 없다. 판결이 늦어질수록 재판국원에 대한 입장·성향이 드러나게 돼 있고, 로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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