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6·13 총선을 며칠 앞두고 정의당 한 시의원 후보가 '동성애 치료 센터 설립'을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사자는 전라남도 광양시 나선거구 장대범 후보다. 장대범 후보는 정의당 소속으로 이번 선거에 나섰다.

정의당은 한국에서 성소수자 인권을 공개 지지하는 몇 안 되는 정당 중 하나다. 이정미 대표는 원내정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2017년 제18회 퀴어 문화 축제에 참석해 인사말을 전했다. 정의당은 '성소수자위원회'를 정식 부문으로 둘 정도로 성소수자 인권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그런 정의당에서 '동성애 치료 센터 건립'을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가 나온 것은 사건이었다. 장대범 후보 공보물에는 심상정 의원과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 아래 부분에 '동성애 치유 및 치료 센터 설립 지원'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찍혀 있다. 동성애를 치료한다는 말은 동성애를 치료가 가능한 질병으로 보는 것이다.

장대범 후보 공보물 사진이 6월 9일 오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져 나가자 여론은 들끓었다. 정의당은 그날 밤 10시, 긴급 상무위원회를 열어 장대범 후보에게 '사퇴 명령' 처분을 내렸다. 사실상 정의당 소속을 박탈한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동성애 반대' 혹은 '동성애 축제 폐지' 등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해 온 건 대부분 자유한국당이었다. 정의당·녹색당 등은 성소수자 친화적인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장대범 후보는 왜 정의당 후보로서 '동성애 치유'를 외치게 됐을까.

장대범 후보는 지방선거 공보물에 "동성애 치유 및 치료 센터 설립 지원"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장대범 후보는 6월 1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동성애는 에이즈와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한국에서 동성애 논의가 많지 않아, 최근 몇 년 사이 알게 된 내용이라고 했다.

동성애를 에이즈와 연결하는 건 한국교회 반동성애 운동 진영에서 주로 나오는 말이다. 장대범 후보 역시 전남 광양 ㅇ교회 집사로, 교회에서 반동성애 강의를 들었다고 했다. 장 후보는 "교회에서 하는 동성애 강의에 가 봤고 인터넷에서 동영상으로도 봤다. 실질적으로 많은 사례가 있기 때문에 내 생각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대범 후보는 지역에서 주로 환경 운동에 몸담았다. 광양만에 들어서는 목질계 화력발전소 건설 반대 운동에 활동가로 참여했다. 덕분에 이정미 대표의 환경특보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가 내건 공약은 대부분 아이들과 환경을 위한 것이었다. 정의당 상가임대차보호법개정추진부단장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장대범 후보는 정의당이 내건 진보적 가치에 동의하지만 동성애와는 함께 갈 수 없다고 했다. 이전에는 동성애가 하나님 말씀에 어긋난다고만 생각했는데, 교회에서 열린 강의를 듣고 동성애에 반대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했다.

"교회에서 강의를 들으며 동성애가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든지, 에이즈 환자 숫자라든지, 젊은이들 사이에 얼마나 번지고 있는지 등을 알 수 있었다. 성소수자 중에서도 일반인으로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치유 센터 같은 걸 만들어 그 사람들을 돕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힘든 부분은 서로 기도하고 대화하면서 풀어 나가는 게 치유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약으로 넣은 것이다."

장대범 후보는 정의당이 자신의 이런 입장을 사전에 알고 있었으면서도 선거를 며칠 앞두고 문제 삼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정의당 후보가 되려면 인터넷에서 강의를 듣고 리포트를 써서 제출해야 한다. 후보자가 되는 데 가장 중요한 서류에 나의 이런 생각을 다 써서 냈는데도 그때는 괜찮다고 받아 줬다. 선거 기간에도 '동성애 치료' 문구를 넣은 현수막을 걸었다. 위원장이 밖에 거는 것만 하지 말아 달라고 해서 안 했다. 이제 와서 무조건 당론에 승복하라니 이건 서로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라고 했다.

정의당 지방선거 정책 공약집에는 성소수자 인권 증진 방안이 실렸다. 정의당 홈페이지 갈무리

자진 사퇴 가능성도 일축했다. 그는 "그동안 나를 지지해 준 분이 정말 많다. 유세 차량도 없었는데 감사하게도 지원해 주시는 분들 덕에 생겼다. 자원봉사자들이 근무 끝나고 선거운동을 도왔다. 그 많은 사람의 마음을 저버릴 수 없다. 처음부터 후보 자격이 없다고 하면 무소속으로 나갔을 텐데, 무조건 당에 충성해서 사퇴하라고 하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장대범 후보는 현재 '정의당' 로고를 빼고 다시 선거운동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정의당과 대화를 통해 해결하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며, 이럴 경우 어떻게 되는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해석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장대범 후보는 지난 20대 총선에도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한 바 있다. 그때도 장 후보는 '동성애(에이즈, 각종 질병의 원인) 예방'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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