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교회 청년을 성폭행한 죄로 법정에서 실형까지 선고받은 목사에 대해 교단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자, 소속 단체들이 규탄에 나섰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선교국 양성평등위원회(공동위원장 이정숙·홍보연·황창진)와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교회성폭력TF팀(장근지 팀장)은 5월 17일 감리회 중부연회 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력 가해자 A 목사를 치리할 것을 촉구했다.

인천 한 대형 교회 청년부 담당 사역자였던 A 목사는, 2016년 5월 법원에서 강간치상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12월에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그는 2016년 초,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일 때 교회에서 사임했다. 그게 끝이었다. 감리회 '교리와장정'에 따르면, 소속 연회 감독은 법정에서 징역 이상 형을 확정받은 이를 재판위원회에 기소해야 한다. 그러나 A 목사가 소속한 중부연회는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절차를 밟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피해자는 2차 피해를 받고 어릴 때부터 다닌 교회를 떠났다.

기자회견을 연 양성평등위와 교회성폭력TF는 교단법에 따라 중부연회가 성폭력 가해 목회자를 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교회 성폭력 사건 발생 이후 가해 목회자가 실형 선고를 받았는데도 책임 기관이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며, 이번 사건과 함께 감리회 치리 구조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폭력 가해 목사 징계와 함께 성폭력 근절을 위한 제도 마련도 촉구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교단에는 교회 성폭력 대책을 전담할 기구를 설치하고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감리회는 올해 3월 20일 열린 감독 회의에서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고 결의한 바 있다. 양성평등위·교회성폭력TF는, 미투 운동은 지지와 선언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교단 홈페이지에 성폭력 제보 창구 개설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무료 상담 전화 운영 △성폭력 정책과 지침 소속 교회·기관에 보급 △성폭력 및 성적 비행 인지 시 신고 의무화 △교회 내 성폭력 및 성적 비행 사건 발생 시 재판 비용 지원 △목회자 대상 성폭력 예방 교육 정기 시행 등 해외 교단들이 시행하는 성폭력 근절 제도를 감리회가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재판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교리와장정이 죄로 인정하는 항목에는 '성폭력'이 들어가 있지 않다. 비슷한 조항으로 "부적절한 결혼 또는 부적절한 성관계를 하거나 간음했을 때"가 있다. 이들은 "교회 성폭력 범죄는 '부적절한 성관계', '간음'으로 규정할 수 없다. 교회 성폭력이 범죄임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탁금 제도'와 '공소시효'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기탁금 제도는 무분별한 고소·고발을 막기 위해 교단에 일정 금액을 내는 제도이지만, 피해자들이 고소·고발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이들은 교회 성폭력 사건 같은 경우 기탁금을 면제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고소·고발 기간(범죄 발생 후 3년)도 국내 형사소송법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강제 추행과 성폭력의 경우 공소시효가 10년이고 강간치상은 15년이다. 13세 미만 미성년자와 장애인을 상대로 한 성범죄는 공소시효가 없다.

양성평등위 공동위원장 홍보연 목사는 기자회견에서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교단은 이번 사건을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된다. 사건을 외면하는 순간 성폭력 사건은 반복해서 일어난다. 지금 하나님께서 #MeToo하신다. 교단이 앞장서서 #WithYou할 때다"고 말했다.

중부연회 조인현 총무는 엄격하게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양성평등위와 교회성폭력TF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중부연회에 '성폭력 가해자 기소 청원서'와 기자회견문을 전달했다. 중부연회 조인현 총무는 기자들에게 "사건을 뒤늦게 인식해 대응이 늦어졌다. 법에 따라 엄격하게 처리할 것을 약속한다. 재발 방지를 위해 준회원 대상으로 예방 교육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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