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연출가 이윤택 씨에 대한 '연극계 미투'가 계속되고 있다. 이제는 이윤택 씨를 향한 문제 제기를 넘어 알면서도 모른 척하거나 그를 지지한 연극계 인사들의 2차 가해도 문제가 되고 있다.

2차 가해는 피해자에게 직접적인 성폭력에 버금가는 상처를 준다. 교회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교인들이 피해자보다 가해자 목사를 두둔하는 것이 바로 전형적인 2차 가해다. 2월 14일 <뉴스앤조이>가 보도한 부산 지역 상담 전문 ㅊ교회 이 아무개 목사의 성추행 사건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

지금은 사실상 사라진 ㅊ교회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청년전국연합회(장청) 회장 이 아무개 씨도 다녔다. 이 씨는 이 목사와 같은 부산동노회 소속으로 장청 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는 기자가 이 목사를 직접 만나 취재한 그날 밤, 피해자들을 돕고 있는 한 청년에게 전화해 피해자들을 나무라듯이 말했다. 이 씨는 피해자들에게 이 사건에 대해 직접 들은 적도 없다.

이 씨는 대뜸 "(너희들이) 한 사람 한 가정의 파멸을 원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라 얘기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드러내고 상처를 들추는 게 (피해자를) 도와주는 게 아니다. 포커스를 잘 맞춰야 한다"고 했다. 또 "이 목사는 (성추행 문제 제기 후) 정신 건강 문제로 치료를 받았고 모든 걸 내려놓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피해자를 돕는 청년에게 전화해 "너희들이 이 목사를 세워 줘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의 성추행이 청년들 때문이라는 듯한 말도 했다. 이 씨는 "나는 너희들이 목사님과 가까이 지내는 거 자체를 싫어했고 말렸다. 너희들이 이 목사를 너무 세워 줬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자신이 많은 목사를 만나 봤는데 좋은 사람 하나도 없었다며, 앞으로는 목사를 믿지 말라는 말을 했다.

이 씨는 통화에서, 피해자 A·B 사건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또 다른 피해자 C가 있는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는 C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처럼 "모든 일은 쌍방이고 일방은 없다"고 말했다.

회장·총무, 가해자 말만 듣고
"정정 보도하든지 기사 내려 달라"

<뉴스앤조이>가 이 목사 성추행 사건을 보도한 2월 14일, 장청 회장 이 씨는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왔다. 그는 자신을 "부산 기사에 나오는 교회 교인"이라고만 밝히고 기사 내용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 씨는 "기사는 사실관계가 다 확인돼야 쓸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기사 내용이 사실이 아니면 기자님을 역으로 고소해도 되는 것이냐"고 말한 후 전화를 끊었다.

이 씨에 이어 장청 총무를 맡고 있는 김 아무개 씨도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왔다. 김 씨는 자신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청년전국연합회 김OO 총무"라고 소개했다. 그는 "기사 내에 언급한 내용이 사실 확인이 된 부분인지 여쭙고 싶어 전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정 보도를 하든지 기사를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

김 씨 역시 피해자들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는 상황에서, 통화 내내 이 목사를 대변하는 듯한 취지의 발언을 이어 갔다. 특히 기사에 등장한 C의 일이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C 같은 경우 목사님과 함께 카페 운영을 맡기로 했기 때문에 카페를 자주 간 것이고 음담패설은 본인이 먼저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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