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열린 노회 재판에 출석한 전병욱 목사. 그는 이 재판에서 성추행은 없었으며, 1건의 부적절한 언행만 있었다는 판결을 받았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피고는 담임목사의 지위를 이용하여 장기간 다수 여성 신도인 피해자들을 상대로 성추행 및 성희롱을 해 온 것으로 인정된다."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이 <뉴스앤조이> 보도로 드러난 후 법원에서 사실로 인정되기까지 7년이 걸렸다. 2017년 9월, 대법원은 전병욱 목사가 여성 교인 5명에게 목사의 지위를 이용해 성추행과 성희롱을 저질렀다고 확정판결했다.

법원이 인정한 피해 사례가 2004년부터 시작하는 만큼, 실제로는 13년이 걸린 셈이다. 일부 교인은 피해자들을 이단·꽃뱀으로 몰았지만, 법원은 피해자들이 교회에 성실하게 출석하고 선교에도 적극적으로 임하는 등, 교회에서 주요한 위치를 차지했다고 인정했다. 자신이 당한 피해 사실을 신고하면 교회에 더 이상 출석하기 어려워진다는 점 때문에 신고를 주저했을 것으로 봤다.

전병욱 목사를 치리해야 할 1차적 책임이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전계헌 총회장) 평양노회는 미온적이었다. 사건 초기, 피해자 일부는 평양노회 1차 재판에서 비공개 증언에 어렵게 나섰다. 교회 재판이 공의롭게 진행되리라 믿었으나 기대는 산산조각 나 버렸다. 노회장이자 재판국원이었던 김진하 목사는 도리어 "홍대새교회와 전병욱 목사는 평양노회가 지킨다"며 두둔했다.

2016년 1월, 평양노회 재판국은 전 목사가 단 한 명의 여성 교인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한 점만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국은 그가 "현금 253억 원을 교회에 놓고 떠났다"면서 "전 목사는 모든 책임을 지고 전격 사임함으로 자신의 과오를 책임지려 했고 그 후 현재까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도전과 고난을 받으며 절망의 골짜기를 통과했다"고 했다.

삼일교회는 노회 재판 결과에 불복하고 총회에 상소했지만, 예장합동은 2016년 9월 총회에서 외려 전병욱 목사 사건을 더 이상 거론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이번 법원 판결로 전 목사에게 범죄 사실이 있다는 게 드러났는데도, 노회·총회는 "이미 끝난 일"이라며 모른 척하고 있다.

교단이 뭉개 버린 사건을 법원이 인정하고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전 목사 사건 판례는 여러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이 전병욱 목사 사건과 유사한 양상으로 흘러간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더욱 그렇다.

법원은 담임목사와 교회가 위임 관계에 있다고 봤다. 판결문에는 "담임목사의 역량과 자질에 따라 교회의 성쇠가 좌우되므로, (담임목사는) 신도들과의 신뢰 관계를 훼손시키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나온다.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선관주의의무)'가 있다는 말이다. 이 판결로, 목회자가 성폭력으로 교회에 끼친 손해에 대한 책임을 그에게 물을 수 있다는 판례가 남게 되었다.

삼일교회는 전병욱 사건을 넘어 교회 내 성폭력 사건으로 관심을 확대했다. 2018년부터 개신교 성폭력 상담소를 설립해 유사 사례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회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예방 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다.

삼일교회와의 재판에서 1심을 이긴 후 교회 홈페이지에 '삼일교회 완전 패소'라며 판결문까지 게재했던 홍대새교회는, 2심·3심에서 전 목사의 성추행이 인정된 이후에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병욱 목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설교와 칼럼을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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