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sh Expressions Korea'(Fx korea·공동대표 김종일·김홍일)는 개척학교 숲과 대한성공회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Fresh expressions of church·FxC)' 연구자들이 2017년 설립한 단체다. Fx korea는 '선교적 교회' 사역을 소개하는 차원에서 <뉴스앤조이>에 칼럼을 6차례 연재한다. - 편집자 주

"주일 대예배에 참석했는데, 청년회 예배에 또 참석해야 하나요?"
"온 가족이 유일하게 함께 만날 수 있는 날이 일요일인데, 믿지 않는 가족들 버려 두고 교회에 나가는 것이 옳은가요?"
"일요일 근무에서 열외여야만 신앙이 좋은 것인가요?"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예배하는 것이 성경적인가요?"

내게는 무척 신선한 질문들이었다. 비신자, 초신자, 삐딱한 신자들이 던진 고마운 질문들이다. 그간 별생각 없이 받아들인 문제라서 당황스러운 면도 있었다. 하지만 내 본능을 자극하는 반가운 질문들이었다. 새로운 길을 찾는 여정은 그렇게 시작됐다.

복음이나 성경의 진리에 관한 질문들은 아니었다. 그것을 의심하거나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교회 및 예배 운영에 관한 내용이었다. 신학, 전통, 목회 방법 등에서는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정작 성경은 그렇지 않았다. 예수님이 직접 하신 '명령'들은 이 점에 관해 거의 침묵했다. 성경 속 초대교회를 '묘사'하는 대목에서 미약하게 언급하지만 분명하지 않았다. 대부분 그 이후 교회 역사의 산물들이었다. 성경에 직접 나오지는 않는 교회 '전통'들이 대부분이었다.

성경은 '교회'의 본질이나 속성 같은 '교회론'에 관해 비교적 많은 것을 알려 주지만, 교회 운영 방식이나 예배 방법은 정확하게 언급하고 있지 않다. 교회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짧게 묘사하거나(행 2:42-47, 4:32-35), 예배 때 어떤 행위를 했는지 일부 나열하고 있을 뿐이다(고전 11-14, 14:26, 엡 5:19-20, 골 3:16). 신약성경 안에서조차, 교회를 운영하는 방식은 계속 변하고 있다(행 2:46, 롬 16:5, 골 4:15, 약 2:2, 5:14).

지금 우리가 따르고 있는 교회 운영 방식이나 예배 방법은 거의 대부분 성경의 직접적 명령에 의한 것이 아니다. 교회 역사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던 방식 중 무리 없이 받아들여지거나 교회 대표들이 협의해 선택하고 인정한 것들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성령의 인도가 있었다는 점을 결코 부인해서는 안 된다. 각 교파에 속한 사람들은 그 교회에 속하기로 한 이상, 전통적 방식들을 잘 따라야 한다.

그러나 자신의 방식이 절대적 권위를 갖지 않는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교회 역사를 정직하게 살펴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요소들이 기존 전통에 조금이라도 첨가되지 않은 경우가 없다. 또한 각 교파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고 예배하는데도, 서로를 인정하고 있다.

일부 가정교회 주창자가 주장하듯,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의 기독교 공인 이후 교회가 다 변질했고, 가정교회만 신약성경이 말하는 원형 교회를 복원했다고 볼 수는 없다. 콘스탄티누스 이전부터 교회는 신자들이 모이는 단독 건물이 생겨나 점점 커졌고, 목회자들은 지나친 권위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 흐름이 계속되는 것은 인간의 타고난 '본성' 때문이지, 특정한 시기나 특정한 인물 탓이 아니다.

신약성경만 봐서는 당시 가정교회 모습이 정확히 어땠는지 알 수 없고, 성경에서 가정교회만 하라고 직접 명령한 것도 아니다. 현대 가정교회가 신약의 교회를 그대로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렇게 하는 것만이 하나님의 뜻도 아니다. 전통 교회 방식 자체가 성경에 위배한다고 말할 수 없다. 가정교회 방식은 유일하지 않고 그중 한 형태일 뿐이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은 다양성이다. 교회 운영 방식이나 예배 방법에 대한 정확한 지침을 주지 않으신 이유가 여기 있다. 하나님은 다양한 교회 형태와 예배 방식의 가능성을 열어 놓으셨다. 교회가 다양성 속에서 공존하고 연합하는 통일성을 갖기를 원하셨다. 그렇게 할 때 교회가 다양한 문화, 다양한 상황, 다양한 사람(계층, 종족)에게 다가갈 수 있다. 이런 다양성 속에 통일성을 가질 때 교회는 진정 아름다울 수 있다.

교회 운영 방식이나 예배 방법은, 어떤 것이든 한계점과 가능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전통 방식에 따른 '오래된 길'이나, 현대 상황에 맞게 그 방식을 재구성한 '새로운 길' 둘 다 가능하다. 모임 방식은 구성원들과 그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할 수 있다. 모임을 시작하고 형성하는 과정에서 여러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함께 모여 보냄을 받은 자신의 삶을 깨닫고, 그 삶을 살아 내는 모습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새로운 길을 찾는 여정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수많은 실험과 모험이 필요하다. 불확실성과 모호성을 친구 삼아야 이 여정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 성경은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을 언제나 환영하고 지지한다. 우리가 직면하는 새롭고 다양한 상황들은 새로운 여정을 요구한다. 예수님은 우리를 이 여정으로 이끌고 파송하신다. 이제 무조건 따라 하지 말고, 다르게 시도해 보자.

염종열 / 함께가는교회 목사, 개척학교 숲 코치, Fx korea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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