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자유한국당 류여해 의원의 망언이 회자된다. 그는 11월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문재인 정부에 하늘이 주는 준엄한 경고, 천심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결코 이를 간과해 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이 언론 보도로 드러났다.

시민들은 류여해 의원의 말에 콧방귀를 뀌며 비웃는다. '논란'이라고 표현하기 민망할 정도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의 말대로 문재인 정부가 뭘 잘못했다고 쳐도, 애꿎은 포항시민은 무슨 죄인가.

사람들은 류 의원이 야당 입장에서 현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포항 지진을 이용했다는 것을 안다. 김동호 목사(높은뜻연합선교회)도 11월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하늘 팔아서 자기 이익 챙기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그런 관점에서 "종교계에 과세하려고 하니 하나님이 경고한 것"이라는 이형만 목사(영암삼호교회)의 말은 류여해 의원의 말과 본질적으로 같다. 포항 지진을 자기 입맛에 맞게 요리한 것이다. 물론 그 요리는 소셜미디어에서 엄청난 비난을 샀다.

천재지변이 발생하면 어김없이 개신교인의 헛소리가 나온다. 2011년 일본 대지진 당시, 조용기 목사는 "후쿠시마 지진은 우상숭배로 인한 하나님의 경고"라고 말했다. 김홍도 목사는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때 "이슬람교인들에게 임한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말했다.

천재지변이 발생하면, 개신교에서는 "이번 사건은 OOO 때문"이라는 답을 내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포항에서 지진이 일어나자, 이번에도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한동대학교(장순흥 총장)가 피해를 입은 것을 두고, 누군가는 최근 한동대 인권법학회가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를 초청해 '퀴어 신학 세미나'를 열기로 했다가 외부 압력으로 취소된 것을 언급했다.

대표적인 예가 평소 극우 정치 집단과 노선을 같이 해 온 김 아무개 씨(전 한동대 교수)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동대 지진은 나라 전체에 대한 경고"라며 임보라 목사를 언급했다. 김 씨는 "동성애와 종북을 다 하는 좌익은 전 세계에 한국뿐이다. 좌와 우가 아니라 선과 악의 싸움. 향린교회와 임보라 목사의 문제를 분별 못하는 것은 전 교회와 전 지식인의 문제"라고 했다.

진보 성향을 띠는 사람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동대가 창조과학을 지지해 왔기 때문에 그 근처에서 지진이 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평소 창조과학을 강도 높게 비판해 온 우종학 교수(서울대)조차 그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우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진이 한동대 근처에서 난 이유가 한동대가 창조과학을 지지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노아 홍수 때문에 그랜드캐니언이 생겼다는 창조과학 신봉자들의 주장처럼 잘못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외면·조롱 대상 된 망언들 
번영신학·미신화의 결과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인류는 그 안에 숨겨진 신의 뜻을 헤아리기 바쁘다. 천재지변을 신학적으로 해석할 수는 있겠으나, 그런 해석에서 천재지변으로 고통당한 사람은 배제되기 일쑤다. 더욱 나쁜 것은, 위와 같은 경우처럼 자기 집단의 이익을 위해 '아무말'이나 막 하는 것이다.

아무리 목회자가 한 말이라 할지라도, 시민들은 그 얄팍한 의도를 알아챈다. 이제는 개신교인 사이에서도 이런 샤머니즘적 해석은 잘못되었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신학자들도 이런 해석이 개신교 신앙과 연관성이 없다고 말한다.

김근주 교수(기독연구원느헤미야)는 동성애를 지지하는 무리 때문에 한동대가 지진 피해를 입고, 종교인 과세 때문에 지진이 났다고 하는 것은 아전인수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천재지변의 뜻이 무엇인지 사람은 함부로 알 수가 없고, 하나님만 알 수 있다. 다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우리 시대가 어떤 시대였는지 해석은 필요할 수 있다. 해석 방향은 성경이 줄기차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우리가 사회적 약자와 고통받는 이웃을 어떻게 대했는지 고민하는 게 기본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신교 신앙이 이와 상관없다면 왜 우리는 그동안 이런 해석을 들으며 살았던 걸까. 김근주 교수는 우리 행동의 사소한 것까지도 하나님 뜻이라고 포장하는 문화, 이 문화 가운데서 잘못된 사고관이 생겨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자유를 주셨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 나라와 그 의를 구하면서 주체적으로 살면 된다. 하지만 자꾸 하나님의 노예 혹은 로보트가 되려고 하는 마음이 한국 개신교인들 마음 안에 자라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규 교수(백석대 구약학)는 번영신학 때문에 이런 그릇된 해석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봤다. 그는 "하나님 섭리 가운데 인과응보적인 게 있기도 하다. 하지만 천재지변 같은 고난의 원인이 우리가 잘못을 범했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보는 건 위험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뭔가 잘못했기 때문에 고난당하고, 잘하면 보상해 주는 게 욥의 친구들 신앙이다. 기계적 인과응보론이다. 완전히 그릇된 시각을 갖고 사건을 평가하는 잘못된 관점이다. 인과응보론적 생각은 번영신학에 물든 생각이다. 천재지변 같은 경우 우리가 하나님의 의도는 알 수가 없고, 행여 이유를 안다 하더라도 속단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가 전체적으로 미신화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런 발언이 나온다고 보는 신학자도 있었다. 조석민 교수(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는 "천재지변에서 하나님의 뜻을 찾는 접근법은 미신적인 신앙생활과 그런 사고가 바탕이 된 발설이다.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자연재해를 놓고 누구의 잘못이라고 갖다 붙이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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