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종교인 과세 시행을 앞두고 처음으로 열린 공개 간담회는 성토장으로 바뀌었다. 이언주 의원(국민의당)이 11월 14일 국회에서 주최한 '종교인 과세 긴급 간담회'에 참가한 목사들은 기획재정부가 개신교계를 무시한다며 불만을 쏟아 냈다.

간담회에는 엄기호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권태진 목사(한국교회종교간대화를위한특별위원회), 황영복 목사(서울시기독교총연합회), 이태희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명예회장) 등 목회자 30여 명이 참석했다. 기획재정부에서는 임재현 소득법인세정책관이 나왔다.

이날 오전 열린 기재부 차관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교계는 유예가 현실적으로 불가하다면 연착륙을 위해 세무 마찰을 줄이고 세무조사 범위를 제한하는 전제 아래 2018년 과세 시행을 수용할 의사도 내비쳤다. 그러나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목회자들은 기재부가 교계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성토했다. 목회자들은 성토하고, 임재현 정책관은 해명하고, 이언주 의원은 중재하는 분위기였다.

11월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종교인 과세 간담회에서, 개신교 목회자들이 기재부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들은 과세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제도를 정비한 후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태희 목사는 종교별 과세 세부기준안에서부터 개신교 차별이 나타난다고 했다.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세부 기준안을 보면, 개신교는 도서비·상여금·활동비·선교비 등 30여 가지 항목을 과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단, 실비정산한 금액은 과세되지 않는다). 그러나 불교나 가톨릭의 경우, 판공비 성격의 항목 한두 개만 공통 과세 대상일 뿐 나머지는 사찰·성당 형편에 따라 자율적으로 지정하도록 되어 있다.

이태희 목사는 간담회 내내 이 사실에 격분했다. "개신교는 과세 항목이 34가지, 불교는 2가지, 가톨릭 3가지, 유교 1가지다. 결과적으로 모든 공산주의 국가가 제일 먼저 하는 짓이 종교 탄압이고 그 가운데서도 기독교 탄압이다. 불합리하고 형평성에 맞지 않다. 좌우간 이건 국가에서 아주 교회를 탄압하기 위한 계획적이고 악의적인 술책이다.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이 목사는 "국가가 과세를 강제하면 엄청난 국가적 재난에 처할 것이다. 목사들은 한번 한다면 생명을 건다"고 말했다.

성직자를 근로소득자 취급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이 나왔다. 이언주 의원 지역구인 경기 광명에서 왔다는 한 목사는 "목사가 무슨 돈 벌려고 일하는 사람인 것처럼 전락했다. 헌금 내는 건 하나님께 하는 것이고 둘째는 이웃 위해 쓰는 것이다. 그러나 종교인 과세 논란 때문에 지금은 '목사 먹여 살리기 위해 헌금 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세법은 근로기준법에 따라가는데, 목회자가 그럼 정신 근로자인가. 돈 벌기 위해 일하는 사람인가"라고 말했다.

다른 목회자는 "우리는 하나님께 사례를 받는다 싶었는데, (이런 식으로 정부가 밀어붙이면) 양심적 납세 거부할 사람 많다. 하나님께 받는 사례를 세금으로 낼 수 없다는 이유를 댈 것이다. 시간을 좀 더 가지고 제도를 보완해서 세금 징수에도 명분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교계가 가장 우려하는 '세무조사' 얘기도 빠지지 않았다. 탈세 제보 제도를 악용한 세무조사로, 교회가 분열되거나 와해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세무조사를 하게 되면 결국 교회 내 모든 장부를 보여 줘야 하고, 누가 헌금을 얼마나 했는지까지 알게 된다는 것이다.

엄기호 목사는 "목회자의 일과가 다 드러난다. 누가 1,000만 원 헌금하는 척하면서 국세청에 고발하면 어떡하나. 교회 장부 다 뒤지면 교회에 돈 낼 사람 없고 교회는 문 닫아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결국 이런 우려와 성토는 종교인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됐다. 김정부 목사(종교인과세TF 전문위원)는 "한국교회 교단이 200개다. 기재부가 매뉴얼을 좀 더 일찍 배포했어야 했다. 총회와 노회가 결정하고 6만 개 교회가 정관을 고쳐야 하는데 다음 주에 시행령을 내놓으면 어떻게 하나. 총회, 노회 다 끝난 상태다. 내년 시행하겠다는데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 교계 대표들도 알쏭달쏭한데 개교회가 뭘 알고 준비하겠느냐"고 말했다.

기재부 "종교 탄압은 오해
목회자 실생활비만 과세 방침"
이언주 의원 "개신교계 반발 이유 있다"

목회자들의 연이은 성토를 홀로 받은 임재현 정책관은 대부분이 교계의 오해라고 해명했다. 임 정책관은 우선 개신교만 수많은 과세 기준이 있는 것은, 최대한 상세하게 설명한 것뿐이지 30여 가지 항목을 모두 과세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했다.

이에 관해 김선택 회장(한국납세자연맹)은 12일 KBS 일요토론에서 "일반 납세자한테는 그렇게 상세하게 안내하지 않는다. 종교인을 워낙 우대하다보니 저렇게 상세하게 예를 들어 납세 편의를 안내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일을 잘했다고 칭찬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개신교 목회자의 납세를 돕기 위해 배려한 것이라는 취지다.

임 정책관은 "과세 기준은 교회가 공동의회 등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종교 활동에 쓰는 돈이라고 정하면 과세하지 않는다"고 했다. 예를 들면, 한 목회자가 교회로부터 200만 원을 받았는데 50만 원이 생활비고 150만 원이 목회 활동비나 도서비 등의 판공비 성격이었다면, 교회가 공동의회를 열고 150만 원 항목을 '종교 활동비'로 규정하면 된다는 것이다.

세무조사에 대해서는, 국세청이 스스로 교회에 나가서 조사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탈세 제보가 들어왔는데 모른 척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김진표 의원 등이 '교회 세무조사를 하지 못하도록 국세청 훈령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난색을 표했다.

임 정책관은 "시행령 개정안을 보면 우려가 불식될 것"이라며 교계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고 목회자가 불합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목회자의 순수 사례비만 과세하는 방안 등이 담긴 시행령은 입법예고 및 국무회의 상정 등 관련 절차를 연말까지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늦어도 다음 주 안에 발표될 계획이다.

종교인과세TF가 배포한 유인물. 개신교계는 종교 탄압을 우려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교계의 지적은 일부 타당한 측면도 있다. 종교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세법을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종교인이 종교 관련 활동으로 종교 단체에서 받은 돈만 종교인소득이라는 대전제가 있기는 하지만, 명확하지 않는 부분도 존재한다. 기재부 고형석 차관도 14일 오전 "시행 후 미비한 부분이 발생하면 계속 제도적으로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간담회를 진행한 이언주 의원은 "지금 법을 보면, 만일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목회자에게 휴가비를 지급하는데, 개인적으로 지급하면 비과세지만 교회를 통해 지급하면 '휴가비' 항목에 해당돼 과세 대상이 된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몇 군데 있다고 했다. 교회를 통해 휴가비를 지급하면 더 투명해지는데도 세금을 내야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언주 의원은, 개신교계만 과세 기준안이 세분화해 있고 불교·가톨릭 등은 각각 사찰·성당의 형편에 따라 과세 기준을 정하기로 한 부분도, '형편에 따라' 라는 말이 모호하다며 개신교계가 반발할 소지가 있다고 봤다.

세무조사에 대해서도 "탈세하려는 게 아니라 공권력이 개입하는 데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종교와 국가권력 간 완충장치를 만들면 큰 도움이 되겠다"고 했다. 이언주 의원은 개신교계와 정부 간 협의 기구가 필요하다는 목회자들의 지적에도 공감하고 기재부에 검토를 요청했다.

박요셉 목사(종교인과세TF)는 "경제부총리와 차관은 '세무사찰 없다', '노조 걱정 마라', '생활비만 구분해서 보겠다' 얘기했다. 문제는 계속 대화할 때 말로만 한다는 것"이라면서 이 약속을 문서화해 이번 주까지 전달해 달라고 기재부에 요구했다.

이날 오전·오후 간담회에 모두 참석한 엄기호 목사는, 간담회 후 <뉴스앤조이> 기자를 만나 "이언주 의원이 우리 우려를 많이 들었다. 국회 조세소위에 잘 전달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서영 목사는 "오전에 열린 기재부와의 간담회에서는, 기재부가 입법기관이 아니므로 유예 얘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 만일 2018년 시행하게 되면 마찰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대화를 나눈 것이다. 반면 오후 국회 간담회에서는 입법 기관인 국회가 나서서 제도를 보완할 수 있도록 유예를 요청한 것"이라고 했다.

결국 2018년 시행에 공감대를 형성한 듯했던 교계 단체의 본심은 여전히 '과세 유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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