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종교인 과세가 시행되는 2018년 1월 1일까지 이제 50일도 남지 않았다. 제도를 안내하고 대응 방안을 적극 마련해야 할 시점이지만, 제도 시행 자체에 대한 반감으로 '유예'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유예를 주장하는 종교는 단연 개신교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엄기호 대표회장)과 한국교회연합(한교연·정서영 대표회장),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채영남 대표회장) 등으로 구성된 개신교계 실무 단체 '한국교회와종교간협력을위한특별위원회'(종교인과세TF)는 올해 11월 8일 예정돼 있던 기획재정부와의 간담회를 보이콧했다. 정부가 개신교계에 통보만 할 뿐 협의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개신교계는 종교인 과세 자체에는 찬성하나, 제도가 세무조사 등 종교 탄압 수단으로 변질할 수 있고, 종교인들의 모든 활동에 과세하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기총·한교연·한장총은 11월 6일, 과세 유예를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성명도 발표했다.

김진표 의원(더불어민주당) 등 국회의원 25명은 교계의 반발을 수렴해 올해 8월, 종교인 과세를 2년 유예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발의자 중 18명이 개신교인이다. 이 가운데 개신교 단체의 과세 유예 민원이 쇄도했다고 직접적으로 밝힌 의원실도 있었다.

김진표 의원 등 10명은 여기에 한술 더 떠, 기타(종교인)소득 방식으로 납세해도 일반 근로소득세 납부자와 같은 '근로 장려 세제'(EITC)를 받을 수 있게 해 달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11월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됐다.

그러나 국회는 현재 법안대로 종교인 과세를 즉각 시행해도 무방하다는 입장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11월 13일 공개한 조세 분야 법률안 검토 보고서를 보면, 개신교계 주장대로 기획재정부의 종교인 과세 준비가 다소 부족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예정대로 종교인 과세를 시행해야 하는 이유를 5가지로 들고 있다.

△모든 국민은 헌법 38조에 따라 납세의 의무를 지며, 11조 1항에 따라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누구든지 종교에 의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한다.

△종교인 과세 시행은 50년간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어렵게 결정된 사안이며, 조세정책의 신뢰성 및 일관성 회복을 위해서도 과세가 예정대로 진행되어야 한다.

△불교·가톨릭·원불교뿐 아니라 일부 개신교 단체에서도 과세 방침에 찬성하고 있으며, 일부는 자발적으로 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다.

△상당수 종교 관련 종사자는 낮은 소득 수준으로 근로 장려 세제의 수혜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세제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던 저소득 종교인의 지원 및 빈곤 완화를 위해 필요하다.

△김진표 의원 등도 연내 준비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다면 2018년 시행도 무방하다고 발표했고, 정부도 납부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산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어, 납세 협력 비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기총과 한교연 등 보수적 개신교계 단체는 '과세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토론회 여전히 평행선
"준비 부족 유예" vs. "시행 가능한 수준"

개신교계 반발이 거세지는 시점에서, KBS 1TV '일요토론'은 11월 12일 종교인 과세 유예 논란을 다뤘다.

종교인과세TF 측은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종교인과세TF 위원장 서헌제 명예교수(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아직 (과세) 매뉴얼도 확정되지 않았다. 최소한 1년 전에는 확정 매뉴얼이 나와야 하고, 그 기간 종교 단체별로 홍보하고 설명회를 여러 번 개최해야 한다. 지금 이 상태로 하면 영세 종교인에게 조세 폭탄의 족쇄가 채워질 수 있다"고 했다.

종교인과세TF 위원 황호찬 교수(세종대 경영학부)는 "과세 당국과 납세자 간 소통이 안 되고, 납세자 간에도 소통이 안 되고 있다. 총체적 소통 부재다. 바로 시행하는 것이야말로 소통 부재를 더 악화하거나 혼란에 처할 수 있어서, 꼭 2년 유예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과세 시행을 찬성하는 측도 준비가 부족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김선택 회장(한국납세자연맹)은 "종교계든 정부든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건 사실인 것 같다. 올해 들어 (당사자들이 처음) 만나고 구체적인 실무가 나오고, 이런 부분에서 준비가 부족한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그것이 과세 유예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50년 정도 미뤄 온 사안이고, (논의가) 부족하지만 일단 시행해야 한다. 일정 기간 가산세 면제나 경감 등의 편의를 봐주면서 시행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안창남 교수(강남대 경제세무학과)는 "종교인과 종교 단체에 대한 세법 규정이 복잡하기는 하지만, 규정이 안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과세하자고 할 무렵에 유예됐던 시점을 살펴보면 꼭 선거가 있었다. 1년 또는 2년 연장하자는 주장에 타당성이 있을 수 있지만, 내년 지방선거, 그 후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정치인들이 종교인 표를 의식해 다시 (시행)할 수 있을 것인지 염려해야 한다"고 했다.

시민단체들이 5월 31일 열었던, 종교인 과세 유예 법안 발의에 반대하는 기자회견.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연소득 4,000만 원 이하 종교인들은 실제 내야 할 소득세가 거의 없다. 한국교회 목회자들 여건을 고려했을 때, 제도가 시행돼도 신고 절차만 생길 뿐 경제적 부담은 거의 없다. 기재위 지적대로 극빈층 종교인들은 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

결국 개신교계가 과세를 유예하려는 것은 막대한 재정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교회들이 세무조사를 받게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헌제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세무서를 통해 정부가 종교 단체를 들여다보고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위협"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미국의 경우 세무 당국이 교회를 조사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해 놓았다고 했다.

개신교계는 정부가 교회 장부를 들여다보는 것 자체를 '종교 탄압'으로 본다. 황호찬 교수는 "세무조사 때문에 납세를 미루자는 게 아니라, 세무조사를 하게 되면 종교인소득만 보는 게 아니라 모든 교회 장부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년 과세 시행 찬성 측은, 세무조사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안창남 교수는 "500만 자영업자 중 2015년 기준으로 4,000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했다. 0.1%에도 미치지 못한다. 근로소득자 1,600만 명 중 세무조사를 받은 사람은 없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선택 회장은 "대형 교회에 엄청난 돈이 들어 있기 때문에 거기서 알력 다툼이 일어난다. 상대편이 탈세 제보를 하면 세무조사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른 국민도 마찬가지 조건이다"라고 했다.

김 회장은 탈세 제보 제도를 시행하는 국가가 미국이나 한국 외에는 별로 없다고 했다. 어찌 보면 세무 공무원들이 할 일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좋지 않은 제도라면서, 탈세 제보 제도가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면 제도 자체를 개선하면 된다고 했다.

이외에 토론에서는 개신교가 사회 선교 등을 통해 한국 사회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김선택 회장은 이를 인정하면서도 "제일 중요한 건 투명성"이라며, 기부금 공제 혜택 등으로 연간 큰 혜택을 받는 종교계가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혜택만 받으려 하지 말고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종교인과세TF 측은 계속해서 기획재정부와 협의점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11월 14일 오전에는 기재부 1차관과 한기총·한교연 대표회장 등 교계 지도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가 예정돼 있다. 이날 오후에는 이언주 의원(국민의당)이 주최하고 기획재정부 담당자들이 나서는 종교인 과세 토론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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