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나라는 정말 좋은 곳이에요. 이렇게 돈도 나누어 주고! 남을 위해서 쓰면 두 배가 된다니! 역시 하나님나라는 이런 곳이네요!"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수련회를 어떻게 진행했기에 참가자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까. 한국기독학생회(IVF·김종호 대표) 영남동부·제주·경남 지방회는 올해 여름 조금 특별한 수련회를 열었다. '돈=권력'이 되는 자본주의사회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기독교인의 주인은 돈이 아닌 하나님이라는 점을 보여 줄 수 있도록 수련회를 기획했다. 주제도 'Show me the money'를 패러디한 'Show me the Heaven'이다.

수련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수련회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화폐 '씨드'를 지급받았다. 일종의 기본 소득인 셈이다. 1씨드는 원화 50원. 학생들은 1만 6,000원의 가치를 지닌 322씨드를 받았다. 자신을 위해 사용하면 1씨드를 50원으로, 타인을 위해 사용하면 1씨드를 100원으로 인정해 줬다. 학생들은 씨드로, 매일 열리는 야시장에서 간식을 사 먹거나 수련회 티셔츠와 책을 구매했다.

수련회 마지막 날에는 남은 씨드를 모두 찢어 날리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이날은 특별히 간식도 씨드로 사 먹지 않고 무료로 제공했다. 마치 '희년'이 선포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수련회 마지막 날, 학생들은 갖고 있던 씨드를 모두 찢어 버리는 퍼포먼스를 했다. 사진 제공 영남동부·제주·경남 지방회

'씨드' 아이디어를 낸 김형기 간사(영남동부 지방회)는 10월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수련회에서는 학생들에게 설교나 강의를 통해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해 왔다. IVF가 하나님나라를 많이 이야기하는데, 실제로 학생들이 하나님나라 문화를 경험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 간사는 "한국 사회를 사는 기독교인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 돈과 자본주의다.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함께 가진 것을 통용하면서, 맘몬을 주인으로 삼지 않는 하나님나라를 학생들에게 보여 주고 싶어 씨드 사용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날 학생들과 씨드를 찢는 퍼포먼스를 통해서는, 사실 돈이라는 게 종이에 불과한 것이라는 점을 말해 주고 싶었다. 이번 수련회에서 학생들이 하나님나라를 조금이라도 체험해 보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김형기 간사는 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위해 '희년함께'에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수련회 참가자 모두에게 지급한 씨드 1만 6,000원 중 절반은 학생들이 내는 수련회비에서 충당했고, 절반은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에게 후원을 받았다.

수련회에 참석한 한 학생은 "수련회비가 13만 원 정도다. 수련회에서 추가로 뭘 사기에는 부담이 많이 되는데, 이번 수련회는 씨드로도 살 수 있어 그런 부담이 덜했다. 또 친구들에게 씨드로 물건을 사 줄 때는 씨드 가치가 두 배가 된다. 그 지점에서 나보다 다른 이를 더 생각하는 하나님나라 모습을 생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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