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유영 기자] 정치 얘기는 교회에서 금기다. 한쪽이 설득되거나 중간 지대를 찾아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정치 얘기는 부모 자식 간에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있을까. 하지만 우리는 상대방이 설득되지 않을 걸 알면서도 이 말을 자주 어긴다. 

그런 의미에서 10월 26일 개봉하는 '미스 프레지던트'는 독특하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다. 미스 프레지던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했던, 부모 세대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이들을 비난하거나 조롱하지 않는다. 오히려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계속해서 묻고 답을 듣는 과정을 보여 준다. 

영화는 울산에 사는 한 노부부와 청주에 사는 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울산에 사는 부부는 가게에 박정희·육영수 사진을 걸어 두고 박정희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린다. 청주에 사는 할아버지는 의관을 정제하고 매일 네 번씩 박정희 사진 앞에 절을 한 뒤 국민교육헌장을 외운다.

울산에서 열린 첫 시사회에는 '박사모' 회원들이 대거 몰렸다. 영화를 제작한 김재환 감독이 박정희 세대라고 부르는 이들이, 영화를 보며 많은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이날 울산 노부부는 이야기를 들어 주어 고맙다고 김 감독에게 울며 인사했다. 

그렇다고 미스 프레지던트가 박사모류의 밑도 끝도 없는 박정희 찬양 영화는 아니다. 그저 '박정희 세대'의 이야기를 한번 진중하게 들어 보는 것이다. 김재환 감독은 9월 15일 <뉴스앤조이>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박정희 세대와 미디어에 등장하는 박사모는 별개의 존재다. 박정희 세대는 평소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조명받지 못하고 소외된 사람들이다. 이들이 한 번씩 드러날 때가 있다. 선거철이다. 세대 간 표 구성으로만 존재가 드러난다. 그런데 이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자기 의사와 한을 표출했다.

박정희 세대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 보고 싶었다. 이들에게는 박정희·육영수를 그리워하는 정서가 강하다. 그 부분에 다다르면 대화가 벽에 부딪히기는 한다. 박정희 세대는 젊은 시절을 박정희 치하에서 보냈다. 경제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착취당하며 젊은 시절을 힘겹게 지냈다. 이 경험이 긍정적으로 해석되려면, 한국 사회에서 박정희의 의미가 더 커져야 한다. 박정희가 강조했던 산업화와 국가 안보가 모욕받는다고 생각하면, 자기 인생이 모욕당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박정희 세대가 미스 프레지던트를 보면, 그들 나름대로 눈물을 흘리고 감동할 여지가 있다. 실제 아무도 자기 이야기를 들어 주지 않아 억울함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분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어 주고 그대로 보여 주었다. 그분들 입장에서는 감독인 내가 고마울 수 있다."

김재환 감독은 박정희 세대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동안 김 감독이 만든 '트루맛쇼', 'MB의추억', '쿼바디스'와는 사뭇 다르다. 영화를 본 뉴스타파 최승호 PD는 "'MB의 추억'을 만든 감독의 작품이라고 상상할 수 없다. 매일 아침 박정희 사진에 절하고 국민교육헌장을 염불하듯 외우는 어르신을 어떻게 이토록 애정 깊게 찍을 수 있었을까. 박정희와 박근혜를 우상처럼 여긴 사람들에 대한 경멸 어린 시선을 거두고 그들의 내면으로 들어가 대화해 보자고 이끄는 영화"라고 평가했다.

박정희 세대를 따뜻하게 바라본 이유는 단 하나다. 이들은 풍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이 연출한 영화에서 풍자 대상은 모두 권력자들이었다. '트루맛쇼'는 미디어 권력이라고 불린 공중파 방송이었고, 'MB의 추억'은 최고 권력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다. 개신교를 다룬 '쿼바디스'는 조용기 목사 등 교계 권력자들을 풍자했다. 하지만 미스 프레지던트의 주인공들은 권력자가 아니다.

'미스 프레지던트'를 연출한 김재환 감독. 뉴스앤조이 경소영

아직 개봉하지 않은 영화는 벌써 제목 때문에 구설에 올라 보이콧운동이 전개될 조짐까지 보인다. 제목 미스는 중의적 의미로 지었다. 박정희·육영수의 신화(myth)가 이룬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실패(mis)해 탄핵된다. 하지만 박정희 세대는 여전히 이들이 그립다(miss). 영어 제목은 'mis'로만 표현됐다. 여기에 극우 인사들이 "좌파 감독이 만든 영화"라며 영화를 보지 말자고 선동하고 있다.

"외국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평화로운 방법으로 탄핵당했다는 사실에만 관심이 많다고 하더라. 한 외신 기자가 'myth'나 'miss'는 외국인들이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외국인 관점에서는 'mis President'라는 제목으로 '박 전 대통령 탄핵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가 무엇일까' 호기심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영어 제목은 'mis'로만 표기했다. 다 같이 보면 좋은 영화인데, 극우 세력의 선동으로 영어 제목이 논란이 되어 안타깝다.

각자의 경험과 사고에 따라 영화가 다르게 보일 수 있다. 눈물을 흘릴 수도 있지만, 비판적으로 볼 수도 있다. 촛불 세대와 박정희 세대 사이에 거대한 장벽이 있다. 장벽이 너무 거대해서 대화할 수 없다. 서로 관심조차 두지 않을 정도로 장벽은 높다. 나는 박정희 세대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질문을 던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두고 벌어지는 세대 갈등은 교회라고 다르지 않다. 교회에서 금기처럼 여기는 정치 이야기 정점에도 박정희 신화가 있다. 탄핵 정국에서도 교회에서 부모 세대는 '태극기' 장로로, 자녀 세대는 '촛불' 집사로 인식되며 대립했다.

"교회 안에는 박정희·육영수가 잘했다는 세대가 다수다. 촛불 집사, 태극기 장로가 어떻게 대화해야 할까는 큰 숙제다. 어떤 사람은 '박근혜 전 대통령 얼굴도 보기 싫다'고, 또 어떤 사람은 '좌빨 감독이 만들었다'고 비난해도, 기독교인이라면 미스 프레지던트가 가지고 있는 고민에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대화하고 평화롭게 공존할 것인가, 영화를 보고 함께 대화하면 좋겠다.

특히 교회 개혁 언론 <뉴스앤조이> 후원자라면, 미스 프레지던트의 문제의식에 더욱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평화로운 공존을 상상하며 이해하는 시각으로 박정희 세대를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최소한 '박 전 대통령 얼굴만 봐도 토할 것 같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는 태극기 장로와도, 촛불 집사와도 대화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뉴스앤조이>는 후원자를 대상으로 9월 28일 저녁 7시 40분 '미스 프레지던트' 시사회를 진행한다. 박정희 세대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세대가 평화할 길을 찾기 위해 말을 거는 영화 미스 프레지던트 시사회에 참석하고 싶은 후원자는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후원자는 지인을 초대할 수도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미스 프레지던트' 포스터. 단유필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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