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시 행적'은 파면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예은 양 아버지 유경근 씨는 "왜 우리 애들만 안 되느냐"며 오열했다. 세월호 참사를 야기한 원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있음에도 헌법재판관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김이수 재판관과 이진성 재판관은 A4 4장 분량의 보충 의견을 냈다. 두 재판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당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심도 있는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성실의무를 위반하고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자세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선 두 재판관은 "세월호 참사는 다수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중대한 위험이 가해지거나 가해질 가능성이 있는 국가 위기 상황에 해당함이 명백하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는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구체적 의무와 관련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불성실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대통령 측에서는 10시 15분과 22분 국가안보실장에게, 30분에 해경청장에 전화해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두 재판관은 대통령 측에서 통화 기록을 제출하지 않았기에 실제로 통화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한, 해경청장은 9시 53분에 특공대 투입을 지시했다고 하는데, 대통령이 10시 30분 해경청장과 통화했다면 같은 내용을 다시 지시하기 어려우므로, 이 부분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4월 16일 저녁까지 별다른 이유 없이 집무실에 출근하지도 않고 관저에 머무른 점도 짚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7시간이 지나서야 중대본을 방문했고, 이전까지는 전화로 원론적 지시만을 내렸다고 했다.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형 재난 발생에도 문제의 심각성을 뒤늦게 파악했고, 파악한 후에도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보충 의견을 낸 김이수 재판관(위)과 이진성 재판관. 사진 출처 포커스뉴스

두 재판관은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야말로 국가의 최고 지도자로서 대통령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하지 않았던 것들이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이 상황을 지휘하는 것은 실질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상징적인 효과도 갖는다. 실질적으로는, 경찰력, 행정력, 군사력 등 국가의 모든 역량을 집중적으로 발휘할 수 있어 구조 및 수습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척될 수 있다. 상징적으로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재난 상황의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줌으로써 구조 작업자들에게 강한 동기부여를 할 수 있고, 피해자나 그 가족들에게 구조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며,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위로를 받고 재난을 딛고 일어설 힘을 갖게 한다.

진정한 국가 지도자는 국가 위기의 순간에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자 및 그 가족들과 아픔을 함께하며, 국민에게 어둠이 걷힐 수 있다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지도력을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은 일상적인 상황이 아니라, 국가 위기가 발생하여 그 상황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이를 통제, 관리해야 할 국가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이다.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 4. 16.이 바로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두 재판관은 이러한 불성실한 대응은 헌법 제69조와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 따라 대통령에 부여된 '성실한 직책 수행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나 두 재판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성실의무를 위반했지만, 당시 상황에 적용되는 구체적 법률을 위반했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고 이 사유만으로는 국민이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박탈할 정도로 국민의 신임을 상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다만 두 재판관은 역사 속 이런 불행한 선례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보충 의견을 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국가 최고 지도자가 국가 위기 상황에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하여도 무방하다는 그릇된 인식이 우리의 유산으로 남겨져, 수많은 국민의 생명이 상실되고 안전이 위협받아 이 나라의 앞날과 국민의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므로 피청구인의 성실한 직책 수행 의무 위반을 지적하는 것이다."

보충 의견을 낸 두 재판관 중 김이수 재판관은 과거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당시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낸 진보 성향 헌법재판관이다. 2012년 민주통합당 추천으로 헌법재판관에 임명된 그는, 판사 재직 당시 사회적 약자를 위한 판결을 많이 내놨다. 전동 스쿠터를 타고 전철역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다 추락해 장애인이 사망한 사건을 재판할 때 도시철도공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헌법재판관 임명 후에는 교원노조법 합헌 결정 당시 '정치 활동을 전부 금지한 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소수 의견을 홀로 내기도 했다.

그는 평신도 공동체 새길교회에 출석하는 개신교인이기도 하다. 김 재판관은 3월 13일 자로 퇴임하는 이정미 재판관 뒤를 이어 헌법재판소장권한대행직을 맡는다.

아래는 두 재판관들의 보충 의견 전문.

세월호 참사 관련 소추 사유에 관한 보충 의견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피청구인의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다수 의견과 같다. 우리는 피청구인이 헌법상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 수행 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하였으나, 이 사유만으로는 파면 사유를 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1. 성실한 직책 수행 의무 위반이 탄핵 사유가 되는지

○ 헌법이나 법률에 따라 대통령에게 성실한 직책 수행 의무가 구체적으로 부여되는 경우, 그 의무 위반은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탄핵 사유를 구성한다. 대통령도 헌법 제69조의 성실한 직책 수행 의무와 국가공무원법 제56조의 성실 의무에 위반한 경우에는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 국가주권 또는 국가의 핵심 요소나 가치, 다수 국민의 생명과 안전 등에 중대한 위해가 가해질 가능성이 있거나 가해지고 있는 '국가 위기' 상황이 발생한 경우, 대통령은 시의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국가와 국민을 보호할 구체적인 작위의무를 부담한다. 이처럼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작위의무가 부여된 경우 성실한 직책 수행 의무는 법적 의무이고, 그 불이행은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

○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 수행 의무 위반에 대해 탄핵 사유가 되는 법적 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첫째, '국가 위기' 상황이 발생하여야 하고(작위의무 발생), 둘째, 대통령이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생명, 안전을 보호하는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았어야 한다(불성실한 직무 수행).

2. 피청구인이 성실한 직책 수행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가. 작위의무의 발생

○ 476명이 탑승한 세월호는 좌현으로 전도된 후 빠른 속도로 기울다가 전복되었다. 이는 다수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중대한 위험이 가해지거나 가해질 가능성이 있는 국가 위기 상황에 해당함이 명백하므로, 피청구인은 시의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국민의 생명, 신체를 보호할 구체적인 작위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다.

나. 불성실한 직무 수행의 존재

(1) 위기 상황의 인식

○ 해양수산부는 09:40경 위기 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하였는데, 해양 사고(선박) 위기관리 실무 매뉴얼은 최상위 단계인 '심각' 단계의 위기 경보 발령 시에는 대통령실(위기관리센터)과 사전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안보실은 09:40 이전 상황의 심각성을 알았고, 피청구인이 집무실에 출근하여 정상 근무를 하였다면 09:40경에는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 피청구인이 10:00경 보고받은 내용을 보면 피청구인은 늦어도 10:00경에는 매우 심각하고 급박한 상황이라는 점을 인지할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 피청구인은 언론사의 오보 때문에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피청구인이 오보들을 보고받았다고 볼 자료가 없고, 청와대는 해당 보도가 해경에서 확인하지 않은 보도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위 오보는 피청구인이 10:00경 심각성을 인식하였으리라는 판단에 방해를 주지 아니한다.

○ 피청구인은 당일 13:07경 및 13:13경 '190명이 추가 구조되어 총 370명이 구조되었다'는 내용의 보고를 받아 상황이 종료된 것으로 판단하였다고 주장한다. 피청구인이 위 보고를 받았다 하더라도, 104명의 승객이 아직 구조되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으므로 상황이 종료되었다고 판단하였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고,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시점을 오후로 늦출 수 없다.

○ 따라서 피청구인은 늦어도 10:00경에는 세월호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였거나, 조금만 노력을 기울였다면 인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15:00에야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였다는 피청구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피청구인의 대처

○ 국가 위기 상황의 경우, 대통령은 즉각적인 의사소통과 신속한 업무 수행을 위하여 청와대 상황실에 위치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청구인은 사고의 심각성 인식 시점부터 약 7시간이 경과할 때까지 별다른 이유 없이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관저에 있으면서 전화로 원론적인 지시를 하였다.

○ 피청구인은 10:15경 및 10:22경 국가안보실장에게, 10:30경 해경청장에게 전화하여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하였다고 주장하나, 통화 기록을 제출하지 않았으므로 위와 같은 통화가 실제로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당시 해경청장은 09:53경 이미 특공대 투입을 지시하였다고 하는데, 피청구인이 실제로 해경청장과 통화를 하였다면 같은 내용을 다시 지시할 수 없을 것이므로, 해경청장에 대한 특공대 투입 등 지시를 인정할 수 없다.

○ 피청구인 주장의 최초 지시 내용은 매우 당연하고 원론적인 내용으로서, 사고 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대응하려는 관심이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에 구체성이 없는 지시를 한 것이다. 결국, 피청구인은 위기에 처한 수많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심도 있는 대응을 하지 않았다.

○ 국가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이 상황을 지휘하는 것은 실질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상징적인 효과도 갖는다. 실질적으로는, 경찰력, 행정력, 군사력 등 국가의 모든 역량을 집중적으로 발휘할 수 있어 구조 및 수습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척될 수 있다. 상징적으로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재난 상황의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줌으로써 구조 작업자들에게 강한 동기부여를 할 수 있고, 피해자나 그 가족들에게 구조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며,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위로를 받고 재난을 딛고 일어설 힘을 갖게 한다.

○ 진정한 국가 지도자는 국가 위기의 순간에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자 및 그 가족들과 아픔을 함께하며, 국민에게 어둠이 걷힐 수 있다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지도력을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은 일상적인 상황이 아니라, 국가 위기가 발생하여 그 상황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이를 통제, 관리해야 할 국가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이다.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 4. 16.이 바로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 그러나 피청구인은 그날 저녁까지 별다른 이유 없이 집무실에 출근하지도 않고 관저에 머물렀다. 그 결과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형 재난이 발생하였는데도 그 심각성을 아주 뒤늦게 알았고 이를 안 뒤에도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였다.

○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급박한 위험이 초래된 국가위기 상황이 발생하였음에도, 그에 대한 피청구인의 대응은 지나치게 불성실하였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은 헌법 제69조 및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 따라 대통령에게 구체적으로 부여된 성실한 직책 수행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

3. 결론

○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민주적 정당성과 헌정질서의 막중함을 고려하면, 대통령의 성실 의무 위반을 파면 사유로 삼기 위하여는 당해 상황에 적용되는 행위 의무를 규정한 구체적 법률을 위반하였거나 직무를 의식적으로 방임, 포기한 경우와 같은 중대한 성실의무 위반이 있어야 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 피청구인은 국가공무원법상의 성실의무를 위반하였으나 당해 상황에 적용되는 행위 의무를 규정한 구체적 법률을 위반하였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고, 위에서 살핀 것처럼 성실의무를 현저하게 위반하였지만 직무를 의식적으로 방임하거나 포기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 그렇다면 피청구인은 헌법상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 수행 의무 및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를 위반하였으나, 이 사유만 가지고는 국민이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 박탈할 정도로 국민의 신임을 상실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워 파면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 국가 최고 지도자가 국가위기 상황에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하여도 무방하다는 그릇된 인식이 우리의 유산으로 남겨져 수많은 국민의 생명이 상실되고 안전이 위협받아 이 나라의 앞날과 국민의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불행한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므로 피청구인의 성실한 직책 수행 의무 위반을 지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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