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사람처럼 계속 웃어라', '하이톤으로 말해라' 등 친절 강요
한 사업장은 알바생이 승무원 '어피머리' 필수
화장 강요, 남친 있는지 질문, 동료 강사와 소개팅 주선, 생리휴가 없음
여성에게만 외모를 통한 나이 유추 및 외모에 대한 무언의 압박
안구건조증 견디며 렌즈 끼고 7시간 일했는데 받는 건 최저임금 
피부 화장, 눈 화장, 입술 화장 색 지정
성적인 농담, 여성 손님 몸매 품평, 외모 칭찬 
남성 근무자와 임금 차이

알바노조가 3월 8일 이니스프리 명동점 앞에서 여성 알바 노동자들의 '동일 노동, 동일 임금, 동일 민낯'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뉴스앤조이 현선

[뉴스앤조이-현선 기자] 아르바이트노동조합(알바노조)은 2017년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여성 알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여성 알바 노동자 495명이 △모집 공고 외모 규정 △용모와 관련한 불이익 △꾸미기 노동 압박 등 11개 항목에 답했다.

여성 알바 노동자로서 근무하며 힘들었던 점은 △진상 손님 통제 △화장이나 옷차림 등 외모 통제 및 지적 △친절한 태도 강요 △남성(직원·고객 등)으로부터의 성희롱·성추행 △생리통 등 불인정 순으로 꼽혔다.

일했거나 현재 일하고 있는 사업장 직원 모집 공고에 여성 외모와 관련한 사항이 기재된 경우는 33%로 나타났다. 주스 전문점 '쥬씨' 한 사업장은 2016년, 파트타임 직원 모집 공고에 "외모 자신 있으신 분만 연락 주세요. 다른 일 안 하시고 계산만 해 주시면 됩니다"라고 써 비난을 샀다. 쥬씨 본사는 사과하고 공고를 수정했다.

알바노조는 "위와 같은 규정은 모두 불법이다. 남녀 고용 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7조 제2항 '사업주는 여성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그 직무 수행에 필요하지 아니한 용모·키·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 미혼 조건, 그 밖에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조건을 제시하거나 요구하여서는 아니 된다'를 위반한 것이다"라고 했다.

설문에 응한 여성 알바 노동자 60%가 머리색과 화장 등 용모 때문에 불이익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세계여성의날, 알바노조가 꾸미기 노동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알바노조

'꾸미기 노동' 압박에 대한 문항은 0~10점 점수를 매기는 형식이었다. 평균 5.9점이 나왔다. △규정에 있을 뿐더러 화장이 상사 눈에 미흡할 시 부분적으로 지적받아 수정 화장을 했다 △스타킹에 작은 흠집(티 안 날 정도의 미세한 올 나감 및 보풀)까지 지적했다 △안경만 써도 눈치 준다 △조회 시간마다 랜덤으로 한 직원을 뽑아 외모 및 메이크업·헤어·복장이 적절한지 논했다 △남자 알바는 안경 끼고 단정하지 않아도 뭐라 안 하는데 여자 알바는 생얼, 안경, 립스틱 유지 관리 등 끊임없는 지적을 받는다 등의 응답이 있었다.

여성 알바 노동자가 렌즈, 스타킹, 마리망, 구두를 착용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지만 회사는 이를 지급해 주지 않는다. 뉴스앤조이 현선

꾸미기 노동은 여성 알바 노동자에게 또 다른 고충을 준다. 여성 노동자 97%가 알바할 때 필요한 화장품·렌즈·스타킹·머리망·구두를 직접 구입한다고 답했다. 단지 알바를 위해 소비하는 용모 관련 물품 구입 비용은 한 달 평균 2만 4,600원이었다. 매달 4시간치 임금을 회사 지시로 사용하는 꼴이다.

알바할 때 필요한 화장·복장 등 준비를 위한 평균 시간은 40분이었다. 이를 최저임금으로 환산하면 약 4,300원이다. 알바노조는 "매일 4,300원씩 주 5일 한 달 근무를 가정하면, 매달 9만 3,500원을 부당하게 착취당하고 있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50조 3항은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있는 대기 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이다. 사업장은 당연히 줘야 할 임금도 제대로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근무 중 고객, 다른 직원, 사업주 등으로부터 '외모 품평'을 경험한 비율은 무려 98%였다. 한 여성 노동자는 손님에게 몰카를 찍힌 것 같아 사장에게 꺼림칙하다고 얘기했더니 "다 어리고 예뻐서 그런 거니 즐기라"는 말을 들었다. 롯데백화점 교육 내용에는 "우리도 생얼 거울로 보면 좀 그렇잖아요? 고객분들도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화장하고 출근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말도 있었다.

응답자 81%가 사업장에서 지급하는 유니폼이 불편하다고 답했다. △치마를 입어 동작이 제한된다 △주머니가 없어 생리대 등 필요 물품 휴대가 어렵다 △스타킹이 자주 찢어져서 관리가 어렵다 △속이 비치는 재질이라 속옷이 노출된다 △남성에 비해 유니폼이 너무 춥다 △몸매가 너무 드러난 재질에 몸에 딱 붙어 통풍도 안 되고 활동도 불편하다 △구두 때문에 발이 너무 아프다 △사다리 오르내리는 일인데 나풀거리는 치마가 유니폼이다 △유니폼이 허리를 너무 강조한다 등의 응답이 있었다.

이외에도 여성 알바 노동자들이 듣는 차별적인 발언은 많았다. 여성 노동자들은 "여자치고 일 열심히 하네", "고객이 돈을 내고 이곳에 오니 여성 직원이 예뻐야 한다" 등 성차별적이고 여성을 상품화하는 발언을 비일비재하게 듣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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