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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민의 대한구국선교단, 주류 교단 목사 다수 참여
개신교 목사들, 단장·총사령군 맡아…'기독십자군' 군사훈련도 받아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6.10.2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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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비선 실세' 최순실 씨 때문에 나라가 시끄럽다. 각계각층에서 시국 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온 나라가 혼란에 빠졌다. 기독교계는 최순실 씨 아버지인 고 최태민 씨를 '목사'라 부르면 안 된다며 선 긋기에 나섰다. 한국교회언론회(유만석 대표)는 최태민 씨가 "정통 교단이나 교계에서 인정한 신학 과정이 객관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며 목사 안수 과정을 문제 삼았다.

최태민 씨는 1975년 3월, 박정희 정권 퍼스트레이디 박근혜 대통령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 11월 23일 <동아일보>는 "영세교 교주 행세를 하던 최태민 씨가 어머니의 비명횡사로 극심한 정신적 허탈감에 빠져 있던 근혜 씨에서 꿈에 돌아가신 육 여사가 나타나 근혜가 국모감이니 잘 도와주라고 지시하셨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최 씨가 사이비 교주였던 것이 사실로 밝혀졌지만, 그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1970년대에도 그랬을까?

   
▲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와 그의 아버지 최태민 씨 이야기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박근혜 대통령은 '순수한 마음'에서 자문을 구한 것이라고 말해 더 큰 비난을 받았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단체 이름은 '선교단', 집회 이름은 '기도회'

최태민 씨는 1975년 4월 23일 자 <조선일보>에 '목사'로 등장한다. '비상시국 선언문 발표'라는 제목의 짧은 단신에 '대한구국선교단'이 등장한다. "대한구국선교단(총재 최태민 목사)은 22일 '북괴의 김일성이 전쟁 도발을 위해 중공을 방문하는 등 현 국내의 정세는 극도로 위급하므로 반공의 기치 아래 뭉쳐 자유 대한을 수호하자'는 내용의 비상시국 선언문을 발표했다"는 내용이다.

대한구국선교단은 최태민 씨가 창립한 곳이다. 신문 곳곳에 등장하며 구국 기도회를 이끌었다. 같은 해 5월 5일 <경향신문>은 '두 곳서 반공 구국 기도회, 근혜 양 등 참석'이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 기사는 5월 4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중앙교회에서 열린 구국 기도회에 교파를 초월한 신도 1,000여명과 '박정희 대통령의 영애 근혜 양'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구국 기도회는 대한구국선교단의 주요 행사였던 것으로 보인다. 1975년 5월 11일 임진각에서 또 한 번 구국 기도회가 열렸다는 보도가 있다. 5월 13일 자 <조선일보> 기사에서 "최태민 총재는 '한국교회는 그리스도의 정신인 십자가를 지고 총화단결해 나갈 것'을 촉구했다. 근혜 양은 '기독교도 여러분의 단결된 힘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도록 힘써 달라'고 부탁했다"는 내용을 볼 수 있다.

'반공' 이름 아래 주류 교단 목사 참여

최태민 씨가 총재로 있던 대한구국선교단. 명예총재는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구국 기도회를 주관하며 시작한 대한구국선교단은 이후 '기독십자군(구국십자군)'이라는 단체를 창설한다. 당시 반공주의에 앞장서던 한국 보수 교계 주요 인사들이 이 기독십자군에 참여했다. 이름은 나오지 않지만 당시 신문 기사에서는 기독교 목사들이 이 기독십자군에 참여해 자발적으로 '군사훈련'을 받은 사실 또한 찾을 수 있다.

   
▲ 1975년 6월 21일 서울 배재고등학교 교정에서 열린 구국십자국 창군식. 구국선교단 명예총재인 박근혜 대통령(빨간 원)도 창군식에 참석해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굳센 신앙으로 나라를 지키는 일이 하나님의 뜻에 따르는 길"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 왼쪽이 최태민 씨다. (대한뉴스 영상 갈무리)

"대한구국선교단(총재 최태민) 소속 목사 107명은 16일 하오 1시 안보 결의를 다지기 위해 육군 제OOOO부대에 입대했다. 서울 서대문구 응암동 한성교회 김동빈 목사를 비롯한 대한구국선교단 목사들은 2박 3일 동안 사병들과 똑같은 영내 생활을 하면서 총검술, 사격 훈련, 작전술 등을 이수하게 된다." (1975년 6월 16일 자 <경향신문>)

대한구국선교단에 이름을 올린 목사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사람은 새문안교회 담임이었던 고 강신명 목사다. 그는 대한구국선교단 단장으로 활동했다. <경향신문> 1975년 5월 21일 자 기사를 보면 "예장통합(강신명), 예장합동(최훈), 기감(박장원) 등 10개 교단을 망라한 목사 50명이 복음 전파와 승공 정신 함양, 사회 정화를 목적으로 지난 4월에 발족한 대한구국선교단은 그동안 2회의 구국 기도 대회를 개최했으며 앞으로 기독교 반공운동을 위한 사회 활동을 펴겠다고 밝혔다"는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강신명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과 합동, 고신, 한국기독교장로회까지 아우르는 장로교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에큐메니스트로 유명하다. 하지만 한경직 목사와 함께 예장통합 대표적인 반공주의자로도 알려져 있다. 서울 새문안교회에서 담임목사로 활동하며 현 서울장로회신학대학교 전신인 서울장로회신학교를 새문안교회 건물 안에서 시작했다. 은퇴 후에는 숭실대학교 총장을 역임했다.

1975년 6월 1일 주일, 대구에서 구국 연합 기도 대회가 열렸다. 당시 현장을 보도한 <경향신문> 기사는 강신명 목사가 "교회가 구국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회개 운동부터 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보다 명예와 권세, 그리고 돈을 더 섬기는 사람이 없지 않은가 반성해 보자"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대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기독교인이 조국의 방패가 되어 달라"고 발언했다.

대한구국선교단이 창설한 '기독교구국십자군' 총사령관은 당시 인천송월감리교회 담임이었던 박장원 목사였다. 박 목사는 구국십자군이 창설되면 해야 할 일로 '전국 복음화 운동, 조국 통일 성업의 전위대 역할, 사이비 종교 일소, 퇴폐풍조 일소'를 꼽았다. 그는 "구국십자군은 오늘의 한국적 정황에서 구국의 기틀이 되고자 하는 하나님의 군병"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박장원 목사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으로 인천송월감리교회에서 시무하면서 12년간 수요일마다 구국 기도회를 인도해 왔고 70년부터는 철야 부대까지 조직, 나라와 민족을 위해 철야 기도회를 마련해 왔다"고 전했다. 박장원 목사는 1975년 12월까지 송월감리교회를 담임하다 이듬해 12월 인천송월제일교회를 개척했다. 교회는 이후 이름을 바꿨고 현재는 그의 아들이 담임목사를 맡고 있다.

구국십자군은 1975년 6월 21일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 창설했다. 선교단 명예총재인 박근혜 대통령은 격려사에서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굳센 신앙으로 나라를 지키는 일이 하나님의 뜻에 따르는 길"이라고 말했다. 십자군은 대원 목표 20만 명으로 시작했으며 이후 충남 지역에 십자군을 창설했다는 기사를 마지막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 왼쪽부터 1975년 4월 23일 <조선일보>에 보도된 대한구국선교단 기사. 1975년 5월 13일 <조선일보>에 보도된 임진각 기도회. 1975년 6월 11일 <조선일보>에 보도된 구국십자군 박장원 총사령관 인터뷰.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선 그으려면 진작에 그었어야"

최태민 씨가 정식 교단에서 안수받은 적 없는 사람이지만, 1975년 당시 주류 교단 목사들과 교인들은 그가 총재로 있었던 대한구국선교단 구국 기도회에 참여했다. 한국 개신교가 박근혜 대통령을 명예총재로 내세운 구국선교단에 참석한 것은 이미 기록이 말해 주고 있다. 이제 와서 최태민 씨에게 '목사'라는 호칭을 쓰지 말라고 발끈하는 개신교를 어떻게 봐야 할까.

김진호 연구실장(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은 최태민 씨가 어떤 교단 소속인지도 불분명했는데 기독교가 선을 그으려면 진작에 그었어야 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이 최근 박근혜 대통령 지지 성명을 냈다. 최태민 씨 종교성에 관한 것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최 씨를 따랐다는 박 대통령을 계속 지지한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개신교는 최태민과 다르다고 하지만, 극우적 반공주의 면에서는 별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정통 교단이나 신학교 출신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한국교회언론회 성명도 비판했다. 김진호 실장은 "기성 주류 교단은 건강하지 않다. 작은 교단이나 무인가 교단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지만, 그중에는 더러 건강한 교파가 있다. 덩치 큰 교단끼리 자기들은 마치 깨끗한 것처럼 '정통 신학교'를 말하는 것은 우습다"고 덧붙였다.

최태민 씨가 정식 신학교에서 안수받은 적도 없으면서 굳이 '목사'라는 호칭을 쓴 이유는 뭘까. <한국 기독교 흑역사>(짓다)에서 개신교와 권력의 유착 관계를 짚었던 저자 강성호 씨는, 당시 기독교가 이미 권력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점을 이유로 꼽았다. 최태민 씨가 반공주의를 앞세워 박정희 정권과 결탁한 한국 개신교를 이용해 권력 구조에 접근이 용이하도록 개신교 용어를 택하지 않았을까 짐작했다.

강성호 씨는 한국교회가 마냥 대한구국선교단 활동을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대한구국선교단이 대통령 딸 박근혜를 명예총재로 내세워 급속도로 세를 불리자 한국교회 교단 지도자들이 이를 경계했다고 말했다. 1975년 7월 당시 18개 교단이 모인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에서 '십자군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최태민 씨와 대한구국선교단의 이단성을 조사하라는 내용이었다.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가 대한구국선교단의 이단성에 결론을 내렸다는 기록은 찾을 수 없었다. 최태민 총재는 이후 대한구국봉사단·구국여성봉사단 등으로 활동하다 1977년 새마음운동갖기운동본부를 발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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