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등장하는 A 집사의 요청에 따라 신상과 관련된 내용은 전부 삭제합니다. 피해자의 의견을 존중해 내린 결정이니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 편집자 주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지구촌사랑나눔 대표와 중국동포교회 담임을 맡고 있는 김해성 목사. 흔히 '이주 노동자의 아버지'로 불린다. 26년간 이주 노동자들 복지, 의료, 교육,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헌신해 왔다.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사역을 하며 병원 신세도 수차례 지고, 구속 수감까지 되는 수모도 겪었다. 이주 노동자 문제가 한국 사회에 처음 대두되기 시작할 무렵부터 특수 사역을 해 온 김 목사. 2004년에는 <한겨레>가 선정한 '한국의 미래 열어 갈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정부가 수여하는 훈장도 여러 차례 받았다.

그런 김 목사가 최근 성 추문에 휩싸였다. 교회 여성 집사를 성추행했다는 의혹과 함께 교회 전 사역자를 고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동포교회가 소속된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교단 일각에서는 터질 게 결국 터졌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 (사)지구촌사랑나눔 대표 김해성 목사가 성추행 의혹에 휩싸였다. 중국동포교회 한 여집사가 두 차례에 걸쳐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 목사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성추행 의혹부터 살펴보자. 교회 한 여성 집사가 수차례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김 목사는 고의성이 없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사건은 지난해 3월과 7월 두 번에 걸쳐 발생했다. <뉴스앤조이> 기자는 8월 24일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A 집사를 서울에 있는 한 교회에서 만났다.

A 집사에 따르면, 성추행은 지난해 사순절 기간에 발생했다. 김 목사와 함께 지구촌사랑나눔 산하 학교 업무를 보고 난 뒤, 자신의 경차로 김 목사를 교회 앞까지 데려다 줬다. "여기서 내려 달라"고 말한 김 목사는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조수석에 있던 김 목사가 갑자기 A 집사 방향으로 몸을 틀고 오른손으로 가슴을 만졌다. 동시에 키스를 시도했다. A 집사는 필사적으로 입을 닫았다.

A 집사는 있는 힘을 다해 김 목사를 뿌리쳤다. 뒤로 밀려난 김 목사가 "저를 무시하는 것이냐"고 항의했다. 다행히 그 뒤로 후속 성추행은 이어지지 않았다. A 집사는 "당시 목사님이 금식을 하고 있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쉽게 밀려났다"고 주장했다.

성추행은 같은 해 8월에도 일어났다. 김 목사가 네팔 지진 구호 활동을 하고 돌아왔을 무렵이다. A 집사는 김 목사 호출을 받고 교회 사무실로 갔다. 출입문을 등진 채 소파에 앉았다. 김 목사로부터 성가대 지휘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사람을 구할 때까지 당분간 하겠다고 승낙했다. 이야기를 끝내고 나가려고 돌아설 때였다. 맞은편에 있던 김 목사가 앞질러 지나가면서 A 집사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A 집사는 너무 당황스러운 나머지 '일시 정지' 상태가 됐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더 큰 충격은 그 다음 벌어졌다. 사무실 밖으로 나간 김 목사는 교인들과 함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기도했다. A 집사는 방금 전 자기 엉덩이를 만졌던 김 목사가 거룩하게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당시에는 선뜻 문제를 제기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신이 들었다. A 집사는 "한두 번 해 본 실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습이 된 거다. 아주 많은 경험이 있고, 나 말고 또 다른 피해자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김해성 목사 "가벼운 허그…엉덩이 찌른 것"

▲ 지난해 3월, 김 목사는 차 안에서 여집사를 껴안으려고 했다. 김 목사는 친밀감의 표현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유가 어떠하든 차 안에서 여성 교인을 껴안으려 했던 행위 자체는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A 집사는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에 성추행을 당했다고 알렸다. 개혁연대는 6월 중순 김해성 목사에게 면담을 제안했고, 7월 초 김 목사를 만났다.

김해성 목사는 개혁연대와의 면담에서 실수로 이번 일이 벌어졌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A 집사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 안에서 허그를 시도했다가 거부를 당한 게 전부이고, 엉덩이를 움켜쥔 게 아니고 손가락으로 찌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뉴스앤조이>는 김해성 목사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대신 이번 일과 관련해 김 목사를 변호하고 나선 배태진 목사(기장 총무)에게서 입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8월 25일 기자를 만난 배 목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김 목사에게 이야기를 다 들었고, 피해자 A 집사도 두 차례 만나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양쪽 이야기를 충분히 다 들어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다.

배 목사는 차 안에서 성추행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김 목사가 A 집사 가슴을 만지거나 키스를 시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토요일 오후 4시였고, 인도에 지나가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배 목사는 "선팅도 안 된 차에서 어떻게 강제로 성추행을 할 수 있겠는가", "교회 앞이라 김 목사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또 학교 업무를 끝내고 온 게 아니고, A 집사가 임대할 건물을 함께 돌아보고 온 길이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왜 하필, 그것도 폐쇄적인 차량 안에서 A 집사를 껴안으려고 했을까. 배 목사는 "태워 줘서 감사하다는 표시로 가볍게 허그를 하려고 했던 것뿐이다. '키스하고 가슴을 만졌다'는 주장은 A 집사가 지어낸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사무실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대화를 마친 김 목사가 소변이 너무 급한 나머지 먼저 나가려고 집게손가락으로 A 씨의 엉덩이를 툭 친 것이라고 해명했다.

"불순한 의도 있다"…"회개하는 모습 보여 달라"

한창 해명하던 배 목사는 A 집사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건이 벌어졌던 당시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점, 현재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김 목사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과 관련 없는 지구촌사랑나눔 부대표 이 아무개 목사도 물러나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A 집사는 이러한 요구를 한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A 집사는 김 목사가 최소 3년 정도는 교회를 떠나 회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문제 핵심은 김 목사에게 있지만, 이 아무개 목사도 함께 떠나야 한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교회를 좌지우지 하고, 성도들 생각까지 흔든다"고 답했다.

성추행과 관련해 아무런 증거가 없다던 A 집사는 기자에게 김 목사와 통화한 녹음 파일을 들려줬다. 내용을 들어 보니, A 집사는 시종 상기된 목소리로 김 목사를 쏘아붙였고, 김 목사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A 집사 : 목사님이 제 엉덩이 만지시고, 저한테 가슴에 손대고 막 키스하려고 했잖아요.
김 목사 : 예, 예, 그렇게 하시고, 딱 멈췄고, 그 이후에 한 번도 그런 생각도 안 했고, 그것에 대해서 제가 회개하고 있는 것이고…

양측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8월 19일 A 집사는 기장 서울남노회에 김해성 목사를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김해성 목사 측은 사실이 과장됐다고 주장하지만 차 안에서 여성 교인을 껴안으려 했던 행위 자체는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급하다고 여성 교인 엉덩이를 찔렀다는 해명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10년 전 부적절한 관계, 송사로 이어져…논란에도 교회는 덤덤

▲ 김해성 목사는 성추행 의혹 말고도 협박·금품 갈취 사건과도 연루돼 있다. 교회 전 직원이 자신과 부적절한 관계였던 점을 이용해 2억 8,000만 원을 갈취하고 협박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김해성 목사는 A 집사가 제기한 성추행 의혹 말고도 협박 사건과도 연루돼 있다. 김 목사는 10년 전 지구촌사랑나눔에서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교역자 B 씨를 고소했다. 자신과 부적절한 관계였던 점을 이용해 협박한 B 씨에게 2억 8,000만 원을 갈취당했다는 것이다.

B 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B 씨는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 목사에게 받은 돈은 2억이며 이 중 1억은 단체를 분립할 때 지원받은 것이라고 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덤덤한 표정이다. 9월 11일 서울 가리봉동에 있는 중국동포교회를 찾았다. 여느 교회 분위기와 다를 바 없었다. 1층에서는 무료 급식이 진행됐고, 5층 예배당에서는 250여 명이 모여 예배했다. 설교는 이 아무개 목사가 전했다. 김해성 목사는 8월, 심장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해성 목사와 중국동포교회는 성 추문과 관련해 사과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 목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교회 한 장로는 "김 목사님이 하기로 한 발표는 당분간 연기됐다"고 말했다.

▲ 김해성 목사는 건강상의 이유로 교회에 나오지 않았다. 설교는 이 아무개 목사가 전했다. 담임목사가 자리를 비운 상태지만 교인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