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동성애자 김진태(가명) 씨를 직접 만났다. 20대 후반인 그는 16년간 게이로 살다, 지난해 초 이성애자가 됐다. 게이로 살던 과거보다 지금이 더 낫다고 김 씨는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20대 후반 김진태(가명) 씨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동성애자였다. 인생 절반 넘는 세월을 '게이'로 살았다. '동성애'와 '게이'라는 용어조차 몰랐던 초등학생 시절, 동네 형들과 어울리다 동성애로 빠졌다. 이때 남성과 처음으로 성관계를 맺었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동성애자들 모임에 참석했다. 그곳에서 다양한 사건을 보고 겪었다. 동성 간 성폭력도 종종 발생했다. 입대하기 전까지 모임에 참석했다. 김 씨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

제대 후 동성애 모임에 돌아갈까 생각하다 접었다. 인연을 끊었다. 동성애자를 만나지 않으니 동성 성관계를 할 일도 없었다. '무성애자가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아주 가끔 성욕을 느꼈다. 컨트롤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지금 여자 친구를 만났다. 김 씨는 "2015년 1월 동성애자에서 이성애자가 됐다"고 고백했다. 게이로 살던 과거보다 지금이 낫고 이제는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6월 17일 "'탈동성애자'를 소개해 주십시오"라는 글을 냈다. 동성애에서 벗어난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전하고 싶었다. 이틀 뒤 김 씨에게서 연락이 왔다. 동성애자뿐 아니라 반동성애 진영에도 하고픈 이야기가 많다 했다. 김 씨 주변 탈동성애자들은 인터뷰를 말렸다. 익명으로 기사가 나가도, 김 씨 존재가 알려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김 씨는 "상관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인터뷰는 6월 23일 서울 합정동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의지로 동성애 벗어날 수 없어"  

▲ 성 정체성을 바꾸는 게 가능할까. 김 씨는 이 문제는 '신의 영역'이라고 결론 지었다. 개인 의지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자신도 우연히 '이성애자'가 됐으며,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김 씨는 솔직했다. 자기 경험을 가감 없이 날것으로 드러냈다. 자칫 민감할 수 있는 질문에도 머뭇거림이 없었다. 반동성애 진영이 주장하는 내용 중 맞는 것도 있고, 틀린 것도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양쪽으로부터 공격받을 것 같다"고 하자, 김 씨는 "괜찮다"고 답했다.

그는 어렸을 때 동네 형들에게 성폭력을 당했다. 그 길로 동성애에 빠졌다. 처음에는 항문 성교는 하지 않았다. 구강성교를 했다. 고등학교 때 동성애자 모임에 가입했다. 회원 연령층은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했다.

성 소수자로 살면서 불편함을 느꼈던 적은 없다. 오히려 모임 내부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서로 좋아서 관계를 맺는 경우도 있지만 종종 성폭행도 발생했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젊은이에게 '추파'를 던졌다.

내부 역차별도 존재했다. 김 씨는 자신의 성 정체성이 '바이 섹슈얼'에 가까운 것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고민을 모임에서 털어놓자, 돌아온 답변은 "욕심 많은 X"이었다. 그럼에도 동성애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김 씨는 어떻게 동성애에서 벗어났을까. 김 씨 표현대로라면 "우연히 일어난 사건"이다.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신앙'과도 관련 없다. 성 정체성을 바꿔 달라 기도한 기억도 없다. 김 씨는 "개인 의지로 성 정체성이 바뀌는 것 같지는 않다. 이 문제는 '신의 영역'에 해당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동성애자로 살아온 날보다 이성애자로 산 날이 훨씬 짧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김 씨에게 물었다.

"앞날을 아는 사람이 있을까? 내 인생이 이렇게 펼쳐질 줄 몰랐다. 아직 살아갈 날이 많기 때문에 섣불리 단정 짓기 어려울 것 같다. 다만 현재 삶에 만족한다. (성 정체성 변화를) '신의 영역'이라고 표현한 것은,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반동성애 진영에서 제시하는 '전환 치료'도 반대한다.

"탈동성애는 자의로 되는 게 아니다. 누가 돕는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특정한 성 정체성을 강요하는 경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정신의학계와 상담학계 모두 전환 치료를 부정적으로 본다. 기독교상담학계는 양분되고 있지만,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정체성 혼란을 겪는 사람들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 진리냐, 비진리냐 이분법적 접근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일례로 미국기독교상담자협회(AACC) 창립자 게리 콜린스(Gary R. Collins)는 <뉴 크리스천 카운슬링>(두란노)에서 동성애자의 이성애적 변화는 하나님의 주권적 영역이고 동성애는 의지로 하는 선택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동성애는 반대하고, 동성애자는 사랑한다고?

▲ 김 씨는 한국교회를 향한 바람이 있다. 동성애 운동에 관심을 쏟는 만큼, 교회 안에서 발생하는 성 문제도 적극 대처하길 기대한다. 이성뿐만 아니라 동성 간에도 '성폭력'이 일어나지만, 정작 교회는 제대로 된 수습이나 대응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보수 기독교는 올해도 퀴어 문화 축제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서울광장에서 '음란 공연'이 열리지 않게 해 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다. 이들이 문제 삼은 공연은 '퀴어 퍼레이드'다. 참석자들 노출이 심해 청소년과 시민들 정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김 씨도 이 점에 있어 일정 부분 공감한다고 밝혔다.

"퀴어 축제에 3번 정도 참가했다. 노출을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주최 측은 금기를 깨는 행위로 간주, 특별히 제지하지 않는다. 하지만 참가자 중에는 음란성을 문제 삼기도 하고, 이런 모습이 보기 싫어 참여하지 않는 성 소수자도 있다. 반동성애 진영에서 그렇게 주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 씨는 자신의 성 정체성이 바뀌었지만 스스로 '탈동성애자'라고 규정하지 않았다. 지금도 '성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해했다. 탈동성애자라고 주장하며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서는 이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김 씨는 그들 안에 '분노'가 남아 있다고 평했다.

"무슨 일을 겪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분들 안에 '분노'가 있다는 점이다. 아직까지 '치유'가 안 됐다고 생각한다. '분노'를 사랑이라는 단어에 실어서 표출하고 있다. '동성애는 반대하지만 동성애자는 사랑한다'는 구호 자체가 '모순'이자, '혐오'다. 동성애자를 향한 관심을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데 사용했으면 한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했으면"

인터뷰가 한창일 때 카페 안에 찬양이 흘러나왔다. 김 씨가 머쓱하다는 듯 말했다. 중학교 3학년 때 찬양 집회에서 뜨거운 은혜를 받았다고 했다. SFC(학생신앙운동)에서도 활동했다. 그러면서도 성 정체성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특별히 교회에서 동성애 관련 설교를 들어 본 기억이 없다고 했다. 김 씨는 현재 '가나안 교인'으로 살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없냐고 물었다. 김 씨는 "동성애자든 반동성애자든 서로의 삶을 존중해 줬으면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양쪽에서 비난할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나는 이분법적 논쟁에 있어서 우려를 표한다. 지금까지 진행된 일련의 논쟁을 보면, 같은 자료를 두고 서로 싸우는 경우가 있다.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혐오에 증오까지 더하는 논쟁으로 치닫고 있다.

보수 기독계는 반동성애에 힘쓸 시간에 교회 안에서 발생하는 각종 성범죄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교회 안에서 이성, 동성을 불문하고 알게 모르게 성폭력 사건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피해자가 생겨도 쉬쉬한다. 얼마 전 모 교회에서 동성 간 성폭력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교회에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성 윤리 교육이 필요하다."

▲ 김 씨는 성 소수자였을 당시 외부로부터 차별을 받은 기억은 없다고 했다. 오히려 동성애 모임 안에서 역차별을 느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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