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인물에 대해 사람들이 상반된 평가를 내놓는 일은 늘 있어 왔다. 얼마 전 종영한 KBS 대하드라마 '정도전'이 그 예다. 정도전은 간신으로 평가되는 부분이 있는데, 작가는 주인공을 조선의 충신이라는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기독교 내에서도 역사 속 인물을 다르게 보는 경우가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예다. 3.15부정선거를 일으킨 독재자로 보는 해석과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로 보는 견해가 상충한다. 최근 일부 교회에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치적만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스앤조이>는 일부 기독교인들이 이승만 전 대통령을 추앙하는 현상에 주목했다. 이번 기획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떠받드는 기독교인들의 모습을, 2부는 '건국대통령 이승만' 영화 제작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와의 인터뷰를 다룬다. 3부는 이승만 대통령이 과연 한국교회가 추앙할 만한 인물인지 살펴본다.

초대 대통령의 치적을 알리는 기독교인들은 크게 두 부류로 분류된다. 하나는 이승만 기념 예배, 건국절 제정 운동, 영화제작 활동 등 건국 대통령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단체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 전 대통령의 업적을 알리는 강사들이다. 각 단체들이 어떤 사업을 벌이는지, 강사들은 교회에서 무슨 내용의 메시지를 전하는지 소개한다.

▲ 대한민국사랑회는 김길자 회장이 2007년에 설립한 단체로 이승만 동상 건립, 건국절 제정 운동 등 각종 이승만 기념사업 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한민국사랑회 홈페이지 갈무리)

건국의 정신 기념하자는 단체들

이승만 전 대통령을 위한 기념행사는 주로 이승만기념사업회(이기수 회장) 주관으로 개최되고 있다. 지난 1월 17일에는 대한민국 인접 해양의 주권을 선언한 일을 기념하는 '평화선 선포 62주년 기념행사'가, 3월 26일에는 '건국 대통령 이승만 박사 139주년 탄신 기념 예배'가 모두 정동제일교회(송기석 목사)에서 열렸다. 정동제일교회는 이 전 대통령이 장로로 시무했던 교회다.

이외에도 건국 대통령 관련 기념사업을 하는 단체로 대한민국사랑회(김길자 회장)가 있다. 이들은 건국절 제정 서명운동부터 동상 건립 서명·모금 운동, 영화제작 후원 등 각종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건국절 제정 서명운동은 이승만 정부의 시작을 공식적으로 선포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삼기 위한 운동이다. 최근 교회 연합 단체들도 이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한국교회연합(한교연·한영훈 대표회장)은 4월 3일 '대한민국 건국절 제정 1천만 명 서명운동'을 결의했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홍재철 대표회장)도 5월 20일 '건국절 제정 100만 인 서명운동'에 참여하기로 뜻을 모았다. (관련기사 : 회원 교단은 모르는 한교연 건국절 제정 서명운동)

광화문광장에 이승만 대통령의 동상을 세우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기독교 NGO 단체인 선민네트워크(김규호 상임대표)도 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냈다. 김성규 상임대표는 이 전 대통령이 공산주의에 맞서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에 기초한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며, 건국 정신을 기려 광화문광장에 그의 동상이 세워지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대한민국사랑회는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대한민국 위대한 기적의 시작'을 제작해 지난 1월 프레스센터에서 시사회를 가졌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일부 기독교 목사들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전기를 다룬 영화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건국대통령 이승만 영화제작추진위원회(전광훈 추진위원장)는 6월 27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창립총회를 가졌다. (관련 기사 : 이승만 영화, 서세원 연출에 전광훈 후원회장)

전광훈 추진위원장은 창립총회에서 영화를 통해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과 잘못된 건국 역사를 바로 세울 것이라고 제작 취지를 밝혔다.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대통령이 세운 대한민국이 종북 좌파들의 국가 부정 난동으로 위험한 경지에 이르렀다는 이유에서다.

 

▲ 6월 26일 인천순복음교회(최성규 목사)에서'나라를 위한 구국 기도회 및 시국 강연'이 열렸다. 참석한 교인들이 애국가를 부르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강단에서 울리는 이승만 찬양

일부 기독교인들은 교회에서 직접 건국 대통령의 업적을 전하기도 한다. 지난 6월 25일 천안시기독교총연합회(한익상 대표회장) 주최로 열린 '6.25 상기 구국 기도회'에서 선민네트워크 공동대표 이호 목사는 '하나님의 기적, 대한민국의 건국'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전했다. 주된 내용은 초대 대통령의 신앙과 기독교 입국론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의 기독교 입국론은 다른 지도자들의 이론보다 가장 정교하고 탁월한 이론입니다. 그것은 조선이 예수를 믿고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참가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아멘!'이라고 외쳤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도 올라와 있는 이호 목사의 강의는 조회 수 약 20만 건을 기록하고 있다. 이 목사는 강연 내내 이 전 대통령의 업적을 강조한다. 감옥에서 하나님을 영접한 뒤 옆에 있는 죄수들에게 복음을 전했던 일, 그의 독립운동은 사실 선교였다며 가는 길마다 교회를 세우고 성경을 가르쳤다는 것, 그리고 국가를 기독교 국가로 세우기 위해 친기독교적 정책을 펼쳤던 사실에 대해 얘기했다. 이 전 대통령의 부정선거에 대해서는 밑에 사람들이 저지른 짓이지 어른께서는 아무런 죄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6월 26일 인천순복음교회(최성규 목사)에서 열린 '나라를 위한 구국 기도회 및 시국 강연'에는 대한민국건국회 회장 권영해 장로가 강사로 참석했다. 권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성경에 손을 올려놓고 하나님 앞에 취임 선서를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대한민국의 '건국' 주체가 하나님임을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예배당에는 '아멘!'이라는 말과 함께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관련 기사 : 전 안기부장 권영해 장로, "문익환 목사 대표 종북")

정계·재계·교계 주요 인사들을 비롯해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가조찬기도회에서도 초대 장로 대통령은 자주 회자하는 인물 중 하나다. 7년째 국가조찬기도회장을 맡고 있는 황우여 의원은 매년 개회사에서, 초대 대통령이 제헌국회에서 기도를 제안한 사실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정부는 기도로 시작한 정부임을 강조했다. 김삼환 목사(명성교회)도 올해 제46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민주주의의 기초를 세운 인물이라고 칭송했다. 

 

▲ 제46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설교를 전한 김삼환 목사(명성교회)는 하나님이 이승만 대통령을 세워 민주주의의 기초를 놓았다고 말했다. 이후 일부 시민단체에서 이 발언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대한민국의 위기가 불러일으킨 바람

이들이 이승만 전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근거들을 살펴보면 공통점들이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독실한 기독교인이고, 자유민주주의 국가 건설에 기여하고, 대한민국을 기독교 국가로 만들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2014년 갑자기 제기된 것은 아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뉴라이트가 추진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이승만 전 대통령을 기리는 움직임이 다시 활발해졌다.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 박명수 교수는 보수 기독교가 대한민국 정체성의 위기를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건국한 이승만 전 대통령을 기념하자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보수 기독교 안에 있는 위기감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건국 대통령을 기념하기 위한 움직임은 계속될 전망이다. 7월 19일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추도식이 있는 날이다. 8월 15일에는 매년 교계에서 구국 기도회가 열린다. 여기서 또 어떤 주장들이 나올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