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가 '위기의 한국교회, 어떻게 지켜 갈 것인가'란 주제로 세미나를 여는 등, 자신의 분쟁 경험을 다른 교회에 나누겠다고 나섰다. 대외 활동을 자제하고 목회에만 집중하던 과거와 다른 모습이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가 변했다. 3년 전 겨울, 분당중앙교회에서 갈등이 처음 불거졌을 때 담당 기자는 최 목사의 사진을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 대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자료가 부족한 탓이었다. 교회 분쟁이 끝난 뒤 최 목사는 기자회견을 열거나 인터뷰를 하는 등 언론과 접촉점을 넓혔고, 지난달 30일에는 '위기의 한국교회, 어떻게 지켜 갈 것인가'라는 세미나를 주최했다.

최종천 목사의 변화는 분쟁의 영향이 컸다. 최 목사는 분쟁이 한창이던 2011년 <뉴스앤조이> 사무실을 두 차례 방문했을 때, 자신이 목회에만 집중해서 사회를 몰랐고 사람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을 후회했다. 앞으로는 다른 목회자들과 교제하면서 자신의 교회가 한국교회에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노라 말했다.

이번 세미나는 최종천 목사가 고민 끝에 내놓은 결과물이다. 먼저 강조한 것은 행정 시스템의 구축과 기록의 보관이다. 최 목사는 교회가 사회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방식으로 재정을 운영하는 점이 교회에 문제를 일으키는 빌미가 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교회가 어려움을 겪지 않으려면 재정 운영의 수준을 누가 보아도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람은 변할 수 있으니 모든 행정 처리는 기록으로 남겨 보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법하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 교회 재정을 교인들과 함께 운영하자는 결론은 교회 개혁 운동을 펼치는 단체들이 하는 주장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교인과 목회자가 서로 신뢰하면서 기준과 절차를 따라 재정을 사용하자는 것, 돈을 사용할 때 목회자나 특정인이 마음대로 하지 않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 재정을 집행하는 권한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구조를 개선해 책임을 분산해야 한다는 것 등이 그렇다.

한국교회 위기의 원인을 외부 공격 책임으로

그러나 주장을 뒷받침하는 이유와 지향점에는 차이가 있다. 최종천 목사는 교회 안팎의 악한 세력으로부터 교회를 지키기 위해 교회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교회 개혁 진영이 말하는 회개와 갱신보다 방어에 방점이 찍혔다. 한국교회 원인을 교회 내부에서 찾기보다 외부의 공격에서 찾으면서 담임목사와 교회를 지키는 데만 힘이 실린 것이다.

"체계적인 시스템과 규약으로 교회를 관리‧유지하여 불순 세력의 공격과 파괴 공작으로 인한 전력 상실을 막고 외압에도 견디는 기반을 탄탄히 하자." "교회가 사회적으로 발달하지 못한 부분을 이용하여 교회를 흔들고 무너뜨리려는 사단 세력의 난동에 대해서는 분연히 대처해야 한다. 사단은 교묘한 위장과 명분을 가지고 주님의 교회를 무너뜨리려고 한다." "교회를 무너뜨리려는 세력은 선전 선동에 능하다. 그들은 교회 개혁이라는 거창한 이름 아래 소송으로 시간을 끌고 준비한 매뉴얼에 따라 치밀하게 교회 문제를 이슈화한다."

최종천 목사의 발제문과 인터뷰를 보면 실체가 불분명한 교회 적대 세력을 향한 경고가 일관되게 나타난다.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교회나 담임목사의 잘못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악한 세력으로 매도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 "교인들이 사단에게 이용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당사자와 이야기하지 않고 밖에서만 말하는 교인들의 태도는 문제 아니냐"고 답했다.

물론 최종천 목사가 방어만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최 목사는 교회가 부족한 면은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대화해 고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발제문에서 반복해 말한다. "잘못된 것이 있다면 바로잡고 부족한 것이 있다면 보완하고, 대비할 것이 있다면 전향적으로 대처하여 대비해야 한다. 불안해하지 말고 숨기지 말고, 잘못이 있다면 시인하고 사과하고 해결하고 끄집어내어 보완 준비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기독 사회가 거듭나는 과정을 거쳐야만 현재의 한국교회는 안정을 찾고 사명을 다할 수 있다."

▲ 최종천 목사의 행보에는 반발이 뒤따른다. 세미나가 열린 날에도 최 목사를 반대하다 분당중앙교회를 떠난 교인이 1인 시위를 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그럼에도 최종천 목사의 행보에는 반발이 따른다. 첫 세미나가 열린 9월 30일 세미나 장소 근처에서는 최 목사를 비판하는 교인이 1인 피켓 시위를 하다 몸싸움 끝에 철수했다. 최 목사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분당중앙교회를 떠난 교인들은 최 목사가 하는 주장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과거를 미화하고 잘못을 부인하며 자신들을 매도할까 우려하는 것이다.

실제로 최종천 목사는 자신이 겪은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다. 교회 분쟁 중에 만난 그는 어찌 되었든 교회 문제로 심려를 끼친 것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외 인재 양성 예산의 많은 부분을 자녀 유학비에 사용한 일과 교회 재정을 펀드에 투자한 점도 생각이 짧았다며 교인들의 정서까지 생각 못 했다고 고백했다. 지금은 몇몇 사람이 고의로 소문을 퍼뜨린 뒤 고소했고 이 때문에 교회가 어려웠다고 여긴다. 일부 교인이 자녀 유학비 사용과 펀드 투자 등에 반감을 품고 문제를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사건의 본질을 외면한 교회 방어하기

<뉴스앤조이>는 2년 전 최종천 목사와 만난 자리에서 "소송에서 이겼다고 해서 자랑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교회의 도덕 기준이 사회보다 높아야 하지 사회 수준에 맞췄다고 자랑하면 우스운 꼴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사건의 고갱이는 재정 사용의 불법 여부가 아니라 담임목사가 사용하는 재정 규모의 적정성, 교회가 큰돈을 가졌을 때의 위험성, 금융 투자의 문제점 등, 돈을 사용할 때 얼마나 도덕‧신학적으로 고민하고 있는가라고 설명했다.

최종천 목사도 이런 견해에 동의했다. 그러나 최근에 한 세미나나 인터뷰에서는 이런 부분은 거론하지 않았다. 최 목사는 법적 문제를 다루는 세미나였기 때문에 윤리‧신학의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세미나 내용을 살피면 최종천 목사의 의도에 의구심이 생긴다. 세미나에서는 최종천 목사가 횡령‧배임 고소 건에서 무혐의를 받은 일을 승리로 규정했다. 발제자로 참여한 사랑의교회 오세창 장로(법무법인 로고스)는 "오늘 승리의 보고를 하는 것처럼 머지않은 장래에 또 승리의 보고를 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고, 김정우 총신대 교수는 "분당중앙교회의 승리 사례가 한국교회의 값진 교훈"이라고 추어올렸다.

발제자들은 교회 재정 장부 열람을 "교회를 분열시키고 담임목사를 끌어내리려는 세력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수단으로 판단했다. 얼마 전 왕성교회 정관을 개정하는 데 참여한 소재열 목사(한국교회법연구소장)는 공동의회에서 통과한 예결산 내용을 교인들이 원하는 대로 보여 주어서는 안 되므로, 공동의회에서 교인의 2/3가 찬성해야 재정 장부를 열람할 수 있도록 정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세미나에서는 담임목사를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교인들과, 이를 보도하는 언론을 향한 적대감이 공공연히 드러났다. 분당중앙교회 재정을 담당했던 이송배 장로는 사실을 거치지 않은 자극적이고 일방적인 보도 때문에 분당중앙교회가 어려움을 당했다고 분석했고, 분당중앙교회 사건을 수임해 변론한 송영호 변호사는 반대파 교인들이 진실과 해명은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공격만 관심이 있다고 평했다. 오세창 장로는 한국교회 교인들이 담임목사의 영적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틈만 나면 비난하는 성향으로 변했고 교회 M&A꾼들이 등장해 위기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 세미나에는 김정우 교수, 송영호 변호사, 소재열 목사, 이억주 목사 등이 참석했다. 사랑의교회 장로인 오세창 변호사는 "오늘 승리를 보고한 듯이 조만간 또 승리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세미나의 성격은 이날 분당중앙교회 당회가 발표한 '한국교회를 향한 우리의 선언'에 잘 드러난다. 선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교회는 성경의 가르침 위에 바로 서야 하며, 이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도덕적‧법적‧재정적 기준들을 충족하기 위해 뼈를 깎는 자정과 변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둘째, 한국교회는 계획적‧조직적‧전략적으로 교회 분쟁을 조장하는 악한 세력들에 단호히 맞서 싸워, 교회와 성도들을 지키고 사회 속에서 하나님나라를 바르게 실현해야 한다. 셋째, 한국교회는 교회를 무너뜨리려는 이단과 안티 기독교 세력에 맞서고, 교회를 바로 세우는 일에 공동 대처하기 위해 소모적인 내분과 갈등을 지양하고 단결해야 한다. 넷째, 한국교회는 위기 예방 관리 차원에서 교회 법무와 언론 보도 등에 필요한 정보‧자료를 공유하여 교회를 섬기며 복음 전파에 앞장서야 하고, 이를 위한 범교단적 대책 기구를 설립해야 한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교회 갱신과 분노에 뿌리를 둔 교회 지키기 사이에서 최종천 목사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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