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천 김선도 감독 은퇴 찬하예배'

광림교회 김선도 목사(70)는 3월 25일 '찬하예배'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인 은퇴식을 끝으로 공식적으로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준다. 3월 16일에는 감리교 서울남연회에서 교단 차원의 은퇴식까지 마쳤다. 그러나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해서 세습에 대한 반발까지 모두 평정한 것은 아니다.

아직도 세습의 부당성과 김선도 목사 개인에 대한 불신, 그리고 불투명한 교회 재정의 문제점을 성토하는 목소리는 끈기 있게 이어지고 있다. 광림사랑평신도연대(회장:정기용 권사, 이하 광평연)는 인터넷 사이트(www.klmclove.net)를 개설해 광림교회 문제점을 폭로하고 있다.

광평연이 주장하는 광림교회의 문제점은 우선 세습 절차의 부당성. 광림교회가 지난해 4월 김 목사의 아들인 김정석 목사를 차기 담임 목사로 선정하기 위해 개최한 구역인사위원회 자체의 불법성이다. 당시 김 목사 부자는 '교역자는 자신의 인사 이동에 관한 안건을 심의하는 구역인사위에 참석할 수 없다'는 규정을 어기고 말았다.

세습의 문제점에다 절차에서까지 불법이 개입됐다는 점에서 광평연은 세습 자체를 무효화하라고 강경하게 주장하고 있다. 평소 "절대 세습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는 김선도 목사는 천금같이 무거워야 할 성직자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어기고 말았다. 광평연 회장 정기용 권사(54)는 "김선도 목사는 평소 절대 세습하지 않겠다고 주장하다 어느 날 갑자기 아들을 후계자로 결정해 버려 많은 교인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김선도 목사에 대한 불신의 벽은 단지 세습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광평연 조성철씨(50, 전 광림교회 집사)는 "김선도 목사가 교인들에게 '세습 안하겠다' '땅 한 평도 없다' '아들이 목회할 때 5만원도 도와주지 않았다'는 말들은 모두 허위다"며 여러 부분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선도 목사에 대해 "하나님의 말씀을 빌어 교회를 족벌 운영하고 있다"고 까지 공격하는 조 씨의 말을 도대체 어느 선까지 믿어주어야만 하는 것일까. 우선 '세습 안 하겠다'는 김 목사의 말은 이미 부연할 필요 없이 허위로 드러났다.

두 번째 '땅 한 평도 없다'는 김 목사 말의 진실성을 살펴보자. 과연 김 목사는 '무소유' 정신을 실천하는 보기 드문 목회자의 반열에 들 수 있는 것인가. 김 목사 개인 명의의 재산이 어느 정도인지는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힘든 부분이다. 사례비가 얼마인지 조차 베일에 가려져 있는 형편.

그러나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224-1의 지하 1층 지상 3층(대지 110평, 건평 400평) 규모의 다가구 주택이 현재 김 목사 명의로 등기돼 있다. 김 목사는 이 문제와 관련, 지난 1월 임원 수련회에서 장학재단 설립 용으로 구입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김 목사는 지난해 12월 2일 최고급 승용차인 체어맨 리무진을 자신의 이름으로 구입했다가 하루만에 교회 명의로 바꾼 사실도 있다.  

200억을 들여 지었다는 일산 광림교회의 명칭을 '김선도 목사 기념교회'라고 붙인 사실도 김 목사가 평소 '무소유' 정신을 실천했다고 보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광평연 오경승 집사는 "교회를 사유화하려는 사교적 종교 집단의 행태와 비슷하다"라고까지 비판하고 있다.

▲3월 25일 은퇴찬하 예배를 앞두고 있는 김선도 목사
김 목사 은퇴식의 명칭을 '찬하예배'라고 부르는 것도 교회 이름에 자신을 기념하는 표현을 사용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찬하'라는 말은 웬만한 국어 사전에는 나오지도 않는 생소한 표현이다. 그러나 이 단어는 상대방에 대한 극도의 공경과 찬양심을 표현하는 듯한 어감을 풍긴다.      

사실 김 목사는 광림교회 교인들에게 절대적인 존재다. 교회 명칭에 개인의 이름을 넣어도 별다른 반대가 없을 정도로 목사에 대한 존경심은 대단하다. 지난해 광림교회 한 행사에서 발생한 사건은 김 목사에 대한 교인들의 숭배심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게 한다. 당시 교인들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예수님이 양들 사이에서 서 있는 그림에 얼굴만 김선도 목사로 바꾼 대형 현수막을 들고 행진했다. 그 현수막에는 "내 백성을 인도하여 내게 하리라"는 성구까지 적혀 있어 김 목사와 예수님이 거의 동격인 듯한 느낌까지 받게 한다.

김 목사 부인 박관순 씨(62) 경우도 교회 내에서 김 목사 못지 않은 위엄을 자랑한다. 우선 박 사모는 서울 압구정동의 건평 10평 규모의 점포 1동을 소유하고 있다. 과거 (주)금강개발산업 소유이던 이 점포는 99년 4월 박 사모 소유로 넘어갔다. 목회자의 사모가 개인 명의로 억대가 넘어가는 고가의 점포를 구입한 사실은 돈 출처를 놓고 교인들에게 의혹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박 사모는 광림교회가 설립한 광림복지재단 이사장도 맡고 있다. 광림복지재단의 실제 재산 내역은 교회 본 재산 보다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정도 거대한 규모의 복지재단의 실권을 장악하고 박 사모라면 교회 내에서 남편 못지 않은 실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은 김 목사로부터 광림교회를 물려받은 김정석 목사의 경우는 어떤가. 김 목사는 지난해 9월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아들이 강화도에서 5년간 교회를 개척할 때 방 윗목에서 쥐들이 새끼를 낳을 정도로 가난했지만 5만원도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아들을 편안하게 하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김 목사의 말은 마치 새끼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가혹한 훈련을 시키는 어미 사자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아버지의 도움 없이 강화도에서 어렵게 목회했다는 김정석 목사는 98년 5월 40평짜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구입했다. 물론 아버지의 도움 없이 아들 혼자의 힘으로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외국 유학을 마치고 강화도에서 5년간 어렵게 목회 수련을 마친 목사에게 압구정동 40평짜리 아파트 구입은 평범한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결과적으로 광평연이 제기하는 문제점들은 어느 정도 근거와 함께 설득력을 구비하고 있다. 실제로 극히 소수를 제외하고 담임목사 사례비는 물론 예결산의 규모마저도 알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는 이 같은 의혹은 더욱 확산될 수밖에 없다. 광림교회 측은 세습이 재산권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하지만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어 보인다.

아버지는 원로목사 아들은 담임목사, 사모는 복지재단 이사장, 남편 원로목사가 복지재단 이사를 맡고 있는 상황은 족벌체제라는 말 외의 적당한 표현을 찾기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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