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지난 9월 열렸던 한국장로교대회에 김도빈(예장합동) 이규호(예장통합) 이중표(기장) 총회장이 순서대로 입장하고 있다.










사법부가 교회 역사를 바꾸는 사상 초유의 판결을 내릴 수 있을까!

10월 17일 서울지방법원 합의28부는 소위 장자교단으로 불리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 결의를 뒤집는 소송에 대한 최종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교단 소속 조영건 장로(왜관병원 이사장)가 청구한 '이규호 목사(경주구정교회)를 총회장에 선출한 예장통합 제84회(1999년 9월) 총회 결의 무효 소송'에 대한 판결이다.

교단의 수장을 선출한 총회 결의에 대한 무효 소송은 곧 당선 취소를 의미한다. 법원이 조 장로의 손을 들어줄 경우, 한 교단의 권위가 송두리채 무너지는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  

그러나 사법부가 교회 권위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판결을 내리는 것이 과연 가능할 지는 의문이다. 지난 9월 19일 공판에서 재판장은 원고 조 장로에게 이번 판결의 어려움을 다음과 같이 털어놨다. "당선 취소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것은 한 교단이 허물어지는 결과이고 법원의 입장도 있어서 고민입니다"

재판장은 교회법에 의해 운영되는 교단 결정에 대해 사법부가 간여하기 힘들다는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한 것이다. 즉 총회장 선출은 교회 고유한 권한에 속한 것이기 때문에, 사법부가 절차상의 문제점이 있다는 이유로 교회 고유 권한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판결을 내릴 수 없다는 얘기다.

행여 사법부가 당선무효를 결정할 경우, 한국교회 전체가 '교회 탄압'이니 '정교분리 위반' 운운하며 엄청나게 반발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같은 고충을 안고 있는 재판부가 당선무효 판결을 내리기는 사실상 힘든 상황이다.

단, 재판부는 통합 총회가 1999년 이규호 총회장을 당선시킨 과정에 대한 불법성은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목사는 1998년 9월 83회 총회 부총회장 선거에서 당선됐으나, 이 목사 지지표에 타후보 지지표 61개가 무더기로 발견돼 당선이 취소되고 말았다. 한마디로 당시 부총회장 선거에 조직적인 선거부정이 개입됐음을 의미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통합총회는 그 이듬해 이 목사를 총회장 후보로 인정한 가운데 선거를 벌였으며, 2차 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결국 이 목사가 총회장으로 당선됐다. 통합총회는 이 모든 과정을 만장일치가 되면 '법을 잠재할 수 있다'는 낯뜨거운 관행을 내세워 합리화했다.

지키기 위해 만들어 놓은 제도와 법규가 이 목사를 총회장으로 세우는데 걸림돌이 되자 '법을 잠재한다'는 구호를 내세워 모든 선거부정 사실과 모든 교회 법을 무시한 것이다. '법을 잠재한다'는 말 속에는 '하나님! 우리 모두 일심동체가 되어 법을 어깁니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  

재판부는 바로 이런 교단 총회의 모순된 상황에 대해 신랄할 질타를 가할 것이다. 역시 9월 19일 재판부는 "조 장로의 주장이 모두 맞는다"고 선고공판 전임에도 이례적으로 원고 편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당선 취소를 해야겠는데 판결문에는 장로님의 이론이 다 맞는다고 쓰겠습니다"고도 말했다. 이 말 속에는 만약 상대가 교회의 권위를 뒤집어쓰고 있는 교단이 아니라면 당장 이규호 총회장 당선취소 판결을 내려야 마땅하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

사법부에서 신성해야 할 소위 성총회의 권위가 이렇듯 무너져 내리고 있는 가운데 올 9월 25일 개최된 제85회 총회는 또 한번 지난해의 '법을 잠재한다'는 결의를 재확인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과거의 집단적 '불법 묵인'에 대해 무엇이 석연치 않고 두려운지 또 한번 집안단속을 하는 그네들의 모습 속에는 소위 '성스러운 권위'라고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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