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결산⑥/ 새 연합기구 출범 주춤

교계에서는 올 총회를 앞두고 한국교회를 하나로 만들자는 움직임이 어느때보다 컸다. 160여개로 분열된 교단을 하나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더라도,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구만이라도 하나로 만들자는 제안이었다.
현재 한국교회 안에는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가 있고, 보수진영을 중심으로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있다.
NCC는 70여년의 역사성을 갖고 있고 폭넓은 국제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또 교단협의체로서 한기총보다는 결속력이 강하지만, 회원교단수가 7개에 불과하고, 보수성향이 짙은 한국교회를 대표한다고 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한기총은 50여개 교단이 가입돼있어, 감리교와 기장, 성공회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한국교회를 포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역사성이 짧고 국제관계가 전무하며 연합체일 뿐 강한 교단 결속력을 갖지 못해 연합기관으로서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어느 기관도 한국교회를 대표하지 못하는 만큼, 명실상부한 대표 연합기구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제기된 것은 두가지. 첫째는 NCC와 한기총 두 기관을 합치자는 것이고, 둘째는 교단을 중심으로 새 연합기구를 만들어 두 기관을 통합, 흡수시키자는 방법이다.
올 총회을 앞두고, 한국교회는 이 논의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리고 두 번째 방법을 추진하는 그룹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첫 번째 방법, 즉 기구 대 기구통합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형식은 두 기구의 허락을 받은 상태에서 추진됐다. NCC는 교회연합특별위원회(위원장:전병금)를 구성했고, 한기총도 교회일치위원회(위원장:최성규)를 구성했다. 이 두 위원회 대표들은 논의 끝에 교단을 중심으로 새 연합기구를 구성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반발이 거셌다. 먼저 최성규, 전병금 목사에게 권한을 부여한 두 기관의 반발이 컸다. 자기 기득권 상실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 같다. 그리고 일부 교단의 여론도 좋지 않았다. 두 기관과 충분한 의견교환 없이 새 연합기구를 출범시킨다면 두기관을 통합, 흡수시키지 못하고, 결국 제3의 기구만 하나 더 만드는 꼴이 될 것이라는 우려였다. 이같은 우려는 이번 총회에서 여지없이 드러났다.
새 연합기구 출범을 준비해온 (가칭)한국기독교연합준비위원회는 총회를 앞두고 전체 교단에 공문을 보내 한국교회를 하나로 만들기 위한 새 연합기구 출범을 인준해달라고 청원했지만,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예장 통합총회는 제3의 기구를 만들 우려가 있다며 총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안했고, 예장 대신총회는 부결시켰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도 예장 통합측의 결정을 의식했는지, 총회 안건으로 상정조차 하지 않았고, 예장 고신총회는 총회 현장에서 토론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말았다. 또 침례교도 1년 보류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를 통과시킨 곳은 예장 합동총회와 기독교장로회, 예장 합동정통 정도. 예장 합동총회도 완전 가결시킨 것이 아니라, 임원회에 맡겨 추진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것인 만큼, 교계 전체여론에 상당한 영향을 받지 않을까 여겨진다.
전반적으로 좀더 추이를 지켜보자는 여론이 우세했다. 이러자 한국기독교연합을 위한 준비위원회도 입장을 바꿔 연합기구 결성 시기를 내년 총회 정도로 늦출 뜻을 비췄다. 결국 새 연합기구 출범 일정은 내년 후반기로 조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새 연합기구 결성에 대한 명분이나 기존 연합기구와의 관계 등이 아직 확립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이에대한 여론형성 작업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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