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결산⑤/ 개혁의지 부족

"신선하다""개혁적이다"란 느낌을 갖게 하는 안건들이 이번 총회에도 적지 않게 상정됐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이하였다. 대부분 부결됐기 때문이다.
현대 어법에 맞지 않는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문법에 맞게 고치자는 의견이 예장 통합총회와 합동총회에서 헌의안으로 상정됐지만, 현행대로 사용하기로 최종 확정됐다. 예장 합동측은 노회 헌의안을 다루면서 주기도문과 사도신경 개정에 대한 문제를 논의했으나 현행 주기도문을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현행대로 계속 사용하기로 했다.
예장 통합측은 한 술 더 떴다. 예장 통합측은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고쳐서 사용할 경우 성경도 고치자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면서, 앞으로 10년동안 이 문제를 언급하지 못하도록 못을 박고 말았다. 이에따라 국문학자를 중심으로 제기돼온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의 어법 개정은 당분간 아예 상정조차 못 될 것으로 보인다.
사도신경과 주기도문의 어법 개정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온 문제이다. 특히 국문학자와 평신도들의 열린 의식에서 출발한 것인데, 가령 주기도문의 "나라이 임하옵시며"는 현대 문법에 맞게 "나라가 임하옵시며"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높으신(?) 총대들께서는 이렇게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일부 바꾸기 시작하면 성경의 권위가 마구 떨어질 줄 아시는 모양이다. 성경의 일점일획에 목숨을 걸고 사시는 분들이셨으니, 이해가 안되는 바는 아니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꽉 막힌 채로 21세기를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다.
또 하나 관심을 모았던 안건은 목사 장로 임기제였다. 목사 장로들에게 7년마다 신임투표를 묻게 해 교회에서 계속 봉사할 자격이 있는지를 확인하자는 것이다. 이는 교회의 담임목사 1인, 또는 당회의 독주체제를 막고, 목사의 개인적인  욕심을 차단할 수 있다는 데서 일부 뜻있는 목회자들 사이에서 각광을 받았던 제도이다. 하지만 높으신 총대들이 참석한 총회에서는 어린 반푼어치도 없었다.
목사장로 임기제는 기독교장로회와 기독교대한성결교회에서 각각 상정됐는데, 모두 부결됐다. 한국교회 정서상 아직 수용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데 만족해야 했지만, 진보적이라는 기장에서조차 이 안건이 부결될 줄은 몰랐다, 정말 실망스러웠다. 총대들의 기득권 보호 욕구가 그렇게 높았을 줄은 미처...
그리고 교계의 핫 이슈로 떠올랐고, 많은 기관단체에서 요청했던 담임목사직 세습 금지조항 신설안은 어느 교단에서도 다뤄지지 않았다. 노회나 총회 산하 부서의 헌의로 올라오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었고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었을지는 몰라도, 교계 현안에 대해 너무 나몰라라 하는 모습이었다.
또 하나 주목을 끌었던 부분은 제비뽑기 방식의 채택여부였다. 예장 통합총회와 합동총회에 상정됐었는데, 예장 통합총회는 부총회장 선거에 제비뽑기 방식을 도입하는 문제를 1년 연구하기로 했다. 부총회장 선거조례 개정을 위한 전문위원을 구성해 내년 총회 때까지 1년동안 전국 노회의 의견을 들어보자는 것이었다. 어느정도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볼 수 있다.
예장 합동총회는 파격적인 조치를 내렸다. 선거법 개정연구위원회가 보고한 제비뽑기 방식을 그대로 받아 곧바로 내년부터 실시하겠다고 공표하고 나선 것이다. 실로 파격적이었다. 보통 연구위원회에서 안을 상정하면 찬반이 있게 마련이고, 자연히 1년 더 연구하라는 등의 완충절차를 갖곤 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논의없이 곧바로 채택해버린 것이다. 내년 부총회장 출마 운동을 벌이고 있는 특정인물을 겨냥한 정치적 결정이 아니냐는 지적도 없는 것이 아니지만, 이와 정해진 제도인 만큼 교단장 선거 때마다 빚어졌던 금권, 타락선거의 잔재를 말끔이 없애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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