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락교회와 광성교회는 담임목사 리더십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채 흔들리고 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영락교회와 광성교회 등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소속 굴지의 교회가 비슷한 진통을 겪고 있다. 이 두 교회는 장로교회의 근간인 당회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으며, 교인들 간의 심각한 반목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영락교회와 광성교회 모두 담임목사의 리더십이 철저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 영락교회 이철신 목사는 가족이 장로선거에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과 더불어 당회장직 남용 및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장로들에 의해 고소된 상태. 이 목사 측은 가족의 장로선거 개입 및 고소된 사유에 대해서 어떤 잘못도 없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담임목사로서 위상이 심각한 손상을 입고 말았다.

광성교회 이성곤 목사 역시 다수의 당회원으로부터 담임목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약 8천여 명의 교인이 이 목사를 반대하는 장로를 지지한다는 서명에 참여했다. 이 교회도 담임목사 측근으로 분류되는 교인 수백여 명이 원로목사(김창인)를 집단으로 고소하는 사건이 벌어져, 교회 분규 속에는 어김없이 고소 사건이 발생한다는 공통점을 보여주고 있다.

두 교회 담임목사가 자신을 향한 교회내 불신을 돌파하는 방법도 비슷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철신 목사는 지난 10월 15일 밤 8시부터 다음날 6시 새벽기도로 이어지는 마라톤 철야기도회를 개최했으며, 2주간의 특별새벽기도회를 통해 교인의 단결과 회개를 촉구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입지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성곤 목사 역시 장기간에 걸쳐 밤 9시 심야예배를 개최하면서 교회 분란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자신에게 부여된 설교권을 최대한 활용, 목회자에게 순종하는 교인 정서를 십분 활용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교인 정서에 기대거나 특정 지지세력을 활용하는 이들 목사의 전략은 교회 전체의 화평을 깨뜨리거나 교회가 분열될 수 있는 극단적인 상황을 담보로 전개된다는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영락교회의 경우 당회에서 합의되지 못한 안건이 제직회에서 파행적으로 논의되는가 하면, 당회원이 아닌 은퇴장로들이 당회에서 공공연하게 발언권을 행사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또 교인끼리 욕설을 퍼붓고 몸싸움을 벌이는 사건과 장로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12건의 고발사건이 발생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몸싸움이 일어난 것은 광성교회도 마찬가지. 광성교회도 우여곡절 끝에 수개월 만에 개최된 임시당회에서 양쪽이 설전을 벌이는 가운데 장로 1명이 당회실로 갑자기 들어온 담임목사 측 교인에 떠밀리면서 전치 4주의 상처를 입었다.

양 교회의 분란은 어떤 법으로도 제어할 수 없는 초 권력을 지닌 위임목사가 버티고 있는 한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보인다. 위임목사는 현행 장로교 헌법상 본인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경우 사실상 강제 퇴진시킬 수 없는 특권 계급이다. 이철신·이성곤 두 사람은 모두 교회에 부임하자마자 위임목사로 즉위했다. 그러나 청빙과 위임과정은 비민주적으로 진행됐고, 담임목사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할 기회는 사실상 교인 다수에게 제공되지 않았다.

이철신 목사의 경우 97년 10월 경 당회원 7명으로 구성된 청빙위원회에서 투표로 결정됐다. 당시 1차 투표에서 3대 4로 부결됐으나 청빙위원장의 재투표 제의에 따라 4대 3으로 가까스로 청빙이 통과됐다.

당시 청빙 과정에 대해 독고영훈 장로는 "교인 대부분은 이철신 목사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설교를 하는지 몰랐으며, 단지 교회가 결정했으므로 그저 수동적으로 찬성했을 뿐이다"고 털어놨다. 독고 장로는 한국교회 대부분 교회가 담임목사 청빙 과정이 직전 담임목사나 소수 장로에 의해서 이뤄지는 폐단이 영락교회에서도 반복됐다고 지적한다.

광성교회는 영락교회보다 더욱 심한 경우. 이성곤 목사는 김창인 목사 한 사람의 결정으로 낙점됐다. 광성교회는 낙점 후 불과 3개월 만에 담임목사의 폭탄주 사건과 덕스럽지 못한 여자관계가 교회에 유포되면서 극도의 혼란상태에 빠져들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전 광성교회 출신 정성진 목사는 "김창인 목사를 존경하지만 후임자 선정에 과도한 권한을 행사해 스스로 교회 위기를 불러들였다"고 개탄했다.

한편 영락교회 이철신 목사에게 처음 제기된 문제는 이성곤 목사에 비해 추상적이지만 교회 장로들이 보기에는 매우 심각하게 다가왔다. 강신돈 장로의 말이다.

"많은 교인이 주일에 좋은 말씀을 사모하면서 교회를 찾는다. 그러나 이 목사의 설교는 영적 감화력과 신학적 깊이가 부족했다. 교인이 떨어져 나가고 특히 청년 측의 이탈이 심했다."

현재 교회 측이 밝힌 주일 출석수는 1만 4천명 정도. 그러나 강 장로는 "오랫동안 출석한 교인은 주일에 1만 명에서 1만 2천명 정도가 예배에 참석한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과거 임영수 목사 시절에는 2만 3천 명까지 출석했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1만 명 정도는 줄었다"고 말한다.

▲ 이철신 목사를 더는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하는 시무장로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민성 백광영 김용두 강신돈 백문철 유재욱 황고봉 유현위 이정호 독고영훈. ⓒ뉴스앤조이 신철민
장로들이 이철신 목사를 불신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이 목사가 부임한 후 장로회신학대학원 기도모임의 하나인 '시내산회' 소속 목사들이 대거 영락교회 부목사로 영입된 것. 이 목사 부임 후 새로 들어온 3명 모두 시내산회 멤버였으며, 99년에는 전체 부목사 22명 중 9명이 시내산 회원으로 채워졌고 2000년에는 10명으로 늘어났다. 이 일이 당회에 알려지면서 일부 장로들의 강한 견제로 시내산 회원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시내산회와 관련 교회 측 관계자는 "당시 행정담당 목사가 시내산회 출신이었기 때문에 그 회원들이 많이 지원한 결과였다"며 "이 목사가 의도적으로 뽑고 싶다고 해서 뽑을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부목사 인사와 관련된 이철신 목사의 행보는 여전히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2003년 7월에는 근무연한과 상관없이 선임부목사 교체를 시도해, 당회 내에서 의견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장로들이 보기에 이 목사의 본심이 어디에 있건 부목사 인사와 관련된 그의 행위는 교회 내의 권력을 확실하게 잡기 위한 세력 확장의 일환으로 보였다. 강신돈 장로는 "이 목사가 부임하자마자 시내산회 출신 부목사들이 진출하기 시작한 것은 물론 관례에 어긋난 부목사 서열 매기기 등을 볼 때 우리 장로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담임목사와 장로들 간의 치열한 신경전은 2004년 2월 장로선거전에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당시 장로선거 1차 투표에서 예년의 경우와는 전혀 다른 선거결과가 도출됐으며, 12건의 고소사건이 접수되는 등 부정선거 의혹으로 결국 선거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영락교회 안수집사 등으로 구성된 갱신추진위는 장로선거에서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해 무효 결정을 내리지 않은 서울노회 판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2004년 장로선거는 예년에 표가 거의 나오지 않았던 여성 후보 여럿이 40% 가까운 표를 얻는 등 조직적 부정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속출했다. 특히 특정 후보의 당락을 표시하는 소위 살생부가 돌았고, 몇 명의 장로 후보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 더는 후보로 나설 수 없다며 자진 사퇴했다. 더구나 이철신 목사 가족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이 목사 스스로 여기에 유감을 표명한 것 등 교회 분위기는 처참하게 변하고 말았다.

영락교회나 광성교회 모두 교회의 화평이 철저하게 깨진 것과 관련, 담임목사와 장로들의 시각차는 매우 극명하다. 이철신 목사는 10월 15일 철야기도회 설교에서 교회 심장부가 일류병과 관료주의병에 걸렸다고 질타했다. 즉 현재 교회의 분란이 내 탓이 아니라 네 탓이라는 것이다. 

이 목사는 당시 '깨끗한 그릇'이라는 설교에서 자신은 더러운 그릇으로는 한 번도 밥을 먹지 않았음을 강조해 교회를 더럽게 하는 병과 상관없다는 사실을 은근히 드러냈다.

하지만 장로들은 "우리들은 교인 수나 헌금액수 등 물량적 일류에 연연하는 것은 아니다"며 "단지 한경직 목사가 일군 신앙 유산과 전통을 계승하고 한국교회에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교회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고 반발하고 있다.

광성교회의 경우 이성곤 목사 측은 김창인 원로목사와 관련, 여러 가지 비리의혹을 제기하고 재정장부에 대한 외부 회계감사를 실시하면서 교회개혁을 위한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24장로 등은 이 목사가 부임 후 교회의 분란을 자초하고 있으며 교회의 평안을 위해서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양 측의 대립은 현재의 교회제도로는 해결할 길이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양 담임목사는 당회를 무용지물로 만들면서도 계속 담임목사직을 유지할 수 있는 지지기반을 이미 닦아 놓고 있다. 또 반대 측도 만만치 않은 세력을 동원해 계속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구사하고 있어, 결국 교회의 상처만 깊어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영락교회와 광성교회 모두 교인 수 1만을 넘는 대형교회이면서 한국교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교회지만 '이 곳이 좋다'고 주장하는 위임목사와, '당신이 없어야 교회가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대립 속에서 비틀거리고 있다. 양 측 모두 네 탓보다 내 탓이라는 자성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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