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막힌 곳에 새 길을 열어주는 디딤돌, 한국교회의 대안 교회가 되겠다는 각오로 새롭게 출발하는 디딤돌교회. ⓒ뉴스앤조이 신철민

길이 없는 곳, 길이 끊긴 곳, 길이 막힌 곳에서 디딤돌은 다른 누군가가 자신을 밟고 지나갈 수 있도록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 디딤돌교회(윤선주 목사·서울시 송파구 방이동 41-3 지역사회교육회관)는 세상에서 교회의 제 기능을 다하는 디딤돌, 한국교회에 대안을 제시하는 디딤돌, 교회다운 교회 모습에 목말라하는 교인을 위한 디딤돌, 기성 교회의 낡은 틀에서 벗어나고자 고민하는 목회자의 디딤돌이 되겠다는 각오로 새 출발을 앞두고 있다.

재정 1/3 선교·사회복지 지원

디딤돌교회 규약에 명시된 교회 비전·목표·신앙철학에는 디딤돌교회가 새 부대가 되기 위한 의지가 엿보인다. 디딤돌교회는 △교회의 모든 구성원은 동등한 지체로서 교회에 대한 동일한 책임과 권리를 공유한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든 성도는 사명과 은사를 따라 하나님을 섬긴다 △예배당 전용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는다 △시대가 요구하는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기쁘게 감당한다 등의 내용을 신앙철학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신앙철학을 기반으로 기독교사회복지관·기독교시민운동단체·기독교사학재단·의료선교기관 설립하는 것이 디딤돌교회의 목표다. 너무 원대한 포부가 아닌가 하는 오해를 받을법한 내용이다. 그러나 교회 단독으로 추진하겠다는 욕심은 결코 아니다. 교회가 다 도맡아 하려는 대신, 뜻을 같이 하는 다른 사회복지기관·기독교시민단체와 협력하거나 이 단체들을 적극 지원하는 것으로도 가능하기 때문.

▲디딤돌교회는 지역의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건물을 빌려 예배처로 사용하고 있다. 10월 17일 주일예배. ⓒ뉴스앤조이 신철민

디딤돌교회가 교회 건물을 소유하지 않는 이유는 건물 중심, 성전 중심의 신앙생활을 경계하기 위해서다. 처음 몇 달 동안은 목사의 집과 교인이 운영하는 피아노학원에서 예배 드리다가 지금은 한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지역사회교육회관 지하 세미나실을 예배처로 쓰고 있다. 주일이면 텅 비게 되는 공간을 일정한 이용료를 내고 빌리는 것이다. 80명 정도의 인원이 들어갈 수 있는 이 공간에는 십자가도 걸려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강대상과 같은 교회 물품도 이곳의 단체와 공유하고 있다.

디딤돌교회는 아직 창립 전이라 교인 수도 적고 재정도 턱없이 부족하지만, 이미 교회 재정의 1/3을 미자립 장애인가정, 평신도 스리랑카선교단체, 교회개혁운동단체 등에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공부방 운영 △소년·소녀가장을 위한 일대일 결연 △정기적으로 사회복지기관 방문 및 봉사활동 △의료생협 운영을 통한 소외계층 돕기 등으로 사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디딤돌교회 교인들은 건물 중심, 성전 중심이 아닌 삶 중심의 신앙을 배우고 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디딤돌교회 규약에는 민주적 의사 결정과 투명한 재정 관리를 위한 요건도 꼼꼼히 담겨 있다. 교회 내 최고 의결기구인 사무처리회는 담임목사가 아닌 장로 중에서 의장을 선출하기로 했다. 기존 교회 당회의 다른 모습인 교회협의회는 집행의 기능만 맡으며 교역자회·장로회·안수집사회 대표와 각 위원회 위원장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목사·장로·안수집사 직분에는 모두 임기제를 적용했다. 목사 임기는 5년이며, 사무처리회 참석자 2/3 이상의 찬성으로 연임할 수 있다. 장로와 안수집사는 남녀 똑같이 자격을 주어지고 교인 투표를 거쳐 선출되며, 권사제도는 두지 않았다.

교회 재정 중 최소한의 운영비를 제외하고는 선교와 사회복지 용도로 지출하며, 재정위원회는 매월 회계보고서를 교회의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해놓았다. 교회협의회가 교회 재산 관리의 책임을 맡지만 사무처리회의 승인 없이는 함부로 처분할 수 없다. 또 차입 경영은 최대한 자제하며 교회가 해체될 때에는 교회 재산을 모두 선교기관에 증여하도록 못박아뒀다.

▲디딤돌교회는 규약을 통해 민주적 의사결정구조를 제도화했다. 교회 워크샵을 준비하기 위해 회의하는 모습. ⓒ뉴스앤조이 신철민

민주적 제도 확립과 더불어 평신도 의식 개혁에도 힘써

11월 27일 창립을 앞두고 있는 디딤돌교회는 지난 해 11월부터 일년 가까운 기간을 창립 준비로 보냈다. 서둘러 교회 모양새를 갖추고 교인들을 모으기보다 이 시대에 필요한 교회가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이를 교회 규약에 담아내는 데에 공을 들였다.

민주적 교회 운영방침을 제도화하는 것과 더불어 교회 구성원의 의식 개혁도 중요했다. 윤 목사를 비롯한 몇몇 교인들은 과거 교회 내 분규를 몸소 겪으면서 개혁이 목회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했다. 개혁의 주체가 평신도가 돼야 한다는 생각에 평신도 스스로 업그레이드되는 데 힘썼다. 건강한 교회의 모습에 대해 공부하고, 규약의 문구 하나하나 만들 때에도 토의를 거쳤다. 어느 교인은 10년 신앙생활 동안 가장 많은 공부를 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바른 신앙관을 정립하기 위한 교육을 꾸준히 하고, 개혁적인 교회들과 교류하면서 긴장을 늦추지 않을 계획이다.

디딤돌교회는 오는 11월 13일 교회 창립설명회를 갖는다. 이런 교회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동참하고 싶은 사람을 초청하는 것이다. 무조건 많은 사람이 오는 것보다 이런 교회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올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다.

▲디딤돌교회 교인은 현재 20명 남짓 된다. 교인 한 명 한 명을 교회로, 디딤돌로 세운다는 의미에서 '디디머'라고 부른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평신도같은 목회자가 되겠다는 윤선주 목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윤 목사는 지난 여름수련회에서 교인들에게 '듣기 좋은 설교' 대신 '정직한 설교'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설교를 통해 교인들을 울릴 수 있는 기법을 잘 알지만, 말씀에 충실한 설교를 통해 교인들이 스스로 해석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결단한 것이다. 자신이 과거에 했던 설교와 상충될 수 있다는 점도 감수했다.

창립설명회를 한 달 앞둔 10월 17일 예배에서 "성전 중심의 신앙이 아닌 삶 중심의 신앙을 가져야 한다"면서 "우리는 지금 성전이 없고, 앞으로도 성전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밝혔다. 외적인 성장보다 내실 다지는 교회가 되기 위해 장기적으로 인원이 많아진다면 분가하겠다는 뜻도 갖고 있다.

디딤돌교회가 교단에 가입하지 않는 것도 윤 목사의 의지가 반영된 것. 윤 목사는 그가 속한 교단에 가입하면 목회자로서는 좋을지 몰라도, 교단이 결코 교회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교단이 목사 카르텔이 됐다는 거침없는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물론 차후에라도 교인들이 의결하면 제도권 안으로 진입할 수 있다. 다만 교회가 세운 규약에 따른 교회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는 교단이어야 한다.

윤 목사는 자신과 같이 한국교회 현실을 고민하는 많은 목회자들에게 이런 목회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힌다. 신학교 시절 함께 목회다운 목회를 꿈꾸던 목사들이 현실 목회에 뛰어들면서 기성 목사와 똑같아지는 것이 현실이지만, 이런 교회가 많이 생겨나면 5년 뒤 10년 뒤에 한국교회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을 걸고 있다.

디딤돌교회 창립설명회

·일시 : 2004년 11월 13일 오후 3시
·장소 :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 41-3 지역사회교육회관 4층 세미나실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3번 출구)

·순서 : 1부 예배
                설교 - 이승종 교수(서울대 행정학,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

          2부 창립설명회
                1) 창립 취지와 비전
                2) 교회정관 설명
                3) 향후 일정 및 계획

          3부 친교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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