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머니는 한 쪽 다리를 저는 장애인입니다. 시장 한 구석에서 내가 어릴 적부터 나물장사를 해 오신 분입니다. 어린 시절 학교를 오가며 어머니가 사람들에게 구걸하듯 나물을 파는 모습이 싫었습니다. 창피했습니다. 그런 남루한 모습으로 어머니가 학교에 찾아오신 어느 날 아이들은 다리를 저는 흉내를 내며 "너네 엄마 병신이었어?" 말할 때는 정말이지 어머니가 없었으면 하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나는 의사가 되어 그럴 듯하게 살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 아내와 결혼해서 어머니를 떠난 뒤로는 한번도 어머니를 찾지 않았습니다. 용돈만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시장골목에서 두 노인이 다투는 광경을 보는데 그 중 한 사람이 나의 어머니였습니다. 어머니는 내 얼굴을 보고는 이름을 불렀지만 나는 재빨리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는 뒤돌아 서버렸습니다. 그것이 마지막 본 어머니의 얼굴입니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른 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보를 받았습니다. 장례식을 마치고 난 뒤 이모가 나를 부르시곤 먼 옛 이야기들을 풀어냈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무척 가난했을 젊은 시절, 쓰레기통에서 이불보자기에 싸인 어린 핏덩이 아이를 발견하셨답니다. 불쌍해하면서 거둔 것이 바로 나였던 것입니다.

여전히 내가 어렸을 적 두 분 모두 공사장에서 막일을 하셨습니다. 그때 사고가 터졌습니다. 철근이 무너지고 무너지는 철근 아래로 내가 깔린 것입니다. 두 분은 나를 구하기 위해 함께 달려들었는데, 이때 아버지는 현장에서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한 쪽 다리를 다치신 것입니다. 어머니는 나를 고아원에 맡기고 짐을 더는 것이 어떠냐는 이웃의 권고를 물리치시고 끝까지 거두셨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나를 보면서 늘 미안해하시던 어머니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죄책감에 못 이겨 자살을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다 이런 나를 지금까지 사랑해주신 어머니 은혜라면 지금 모든 것을 알게 된 나의 모습까지도 충분히 덮어주실 것이라 깨달았습니다. 그 은혜에 감사해 당신을 그리며 어떻게든 잘 살아야 할 이유가 거기 있었습니다.

PC통신에서 퍼온 글인데 같이 나누고 싶어 재구성했습니다.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우리 아버지 되신 하나님의 사랑과 무척 닮은 점이 많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그렇습니다. 그런 배신까지 끝내 수용하시는 넓음이 그렇습니다. 그 사랑 앞에서 내 진심은 언제나 한 마디의 반응으로 표현됩니다. "왜 나를?" 도대체 어느 구석을 보셔서 나를 거두셨나, 말입니다. 차라리 가룟 유다처럼 자살을 선택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그분의 사랑은 이것까지 가로막습니다. 나의 생명은 여기서 비롯된 것입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