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의사가 되어 그럴 듯하게 살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 아내와 결혼해서 어머니를 떠난 뒤로는 한번도 어머니를 찾지 않았습니다. 용돈만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시장골목에서 두 노인이 다투는 광경을 보는데 그 중 한 사람이 나의 어머니였습니다. 어머니는 내 얼굴을 보고는 이름을 불렀지만 나는 재빨리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는 뒤돌아 서버렸습니다. 그것이 마지막 본 어머니의 얼굴입니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른 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보를 받았습니다. 장례식을 마치고 난 뒤 이모가 나를 부르시곤 먼 옛 이야기들을 풀어냈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무척 가난했을 젊은 시절, 쓰레기통에서 이불보자기에 싸인 어린 핏덩이 아이를 발견하셨답니다. 불쌍해하면서 거둔 것이 바로 나였던 것입니다.
여전히 내가 어렸을 적 두 분 모두 공사장에서 막일을 하셨습니다. 그때 사고가 터졌습니다. 철근이 무너지고 무너지는 철근 아래로 내가 깔린 것입니다. 두 분은 나를 구하기 위해 함께 달려들었는데, 이때 아버지는 현장에서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한 쪽 다리를 다치신 것입니다. 어머니는 나를 고아원에 맡기고 짐을 더는 것이 어떠냐는 이웃의 권고를 물리치시고 끝까지 거두셨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나를 보면서 늘 미안해하시던 어머니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죄책감에 못 이겨 자살을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다 이런 나를 지금까지 사랑해주신 어머니 은혜라면 지금 모든 것을 알게 된 나의 모습까지도 충분히 덮어주실 것이라 깨달았습니다. 그 은혜에 감사해 당신을 그리며 어떻게든 잘 살아야 할 이유가 거기 있었습니다.
PC통신에서 퍼온 글인데 같이 나누고 싶어 재구성했습니다.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우리 아버지 되신 하나님의 사랑과 무척 닮은 점이 많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그렇습니다. 그런 배신까지 끝내 수용하시는 넓음이 그렇습니다. 그 사랑 앞에서 내 진심은 언제나 한 마디의 반응으로 표현됩니다. "왜 나를?" 도대체 어느 구석을 보셔서 나를 거두셨나, 말입니다. 차라리 가룟 유다처럼 자살을 선택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그분의 사랑은 이것까지 가로막습니다. 나의 생명은 여기서 비롯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