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대광고 전 교목실장 류상태 목사, 강 군의 아버지 강재정, 어머니 백완숙 씨. 이들은 대광고에 예배선택권을 요구했다.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종교자유를 요구하며 단식하다 잠적한 강의석 군이 5일만에 경남 고성에서 발견된 가운데, 강의석 군의 부모가 9월 21일 저녁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광고에 예배선택권 보장을 요구했다.

강 군의 아버지 강재정 씨(46·사업 준비중)는 "사랑으로 의석이를 품어달라"고 대광고에 호소했고, 류상태 목사(전 대광고 교목실장)는 예배선택권을 주는 것이 기독교교육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점을 역설했다.

기독인에게 불경 강요한다면…

▲ 강의석 군의 아버지 강재정 씨.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강재정 씨는 "의석이가 요구하는 것은 미션스쿨을 없애거나 교내예배를 폐지하라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종교를 선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유를 달라는 것"이라며 "학교와 교단의 입장은 이해하나 아들의 정당한 요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강재정 씨는 단식이 지나치게 극단적인 방법이 아니냐는 일부 주장에 대해, "옳다고 믿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아들의 소신을 꺾을 수 없다"며 "아들의 행동은 결코 돌발적이거나 우연이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얻기 위해 학생 입장에서 최선을 다한 것이다. 후배들을 위한 순수한 행동으로 이해해 달라"고 응답했다.

예배선택권 문제에 대해 강재정 씨는 "만일 불교학교가 기독교인에게 불경 암기나 예불 참여를 강요한다면 어떻겠느냐"며 "입장 바꿔 생각하면 예배선택권은 모든 사람에게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고 주장했다.

잠적 이후에도 단식을 중단하지 않아 현재 42일째 단식중인 강의석 군이 언제 단식을 중단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의석이도 엄마가 끓여주는 된장찌개를 먹고 싶어한다. 예배선택권만 보장되면 바로 단식을 풀 것이다"고 답했다.

가족 중 유일하게 기독교 신자인 강재정 씨는 "기독교가 사랑으로 의석이를 품어달라"며 "의석이도 나와 함께 교회에 다니다가 학교의 모습에 염증을 느껴 교회를 떠난 것 같다. 교회가 조금만 더 넓은 마음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강제 예배가 안티기독인 만든다

▲ 대광고 전 교목실장 류상태 목사.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기자회견에 자리를 함께 한 류상태 목사는 최근 <뉴스앤조이>가 보도한 대광고 탁준호 교장의 인터뷰 기사를 토대로 논리를 전개했다. 류 목사는 "교장선생님이 인터뷰에서 약속하신 내용이 그대로 실현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사태가 전향적으로 해결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류 목사는 '예배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탁 교장 발언에 대해, "의석이는 한번도 예배 폐지를 주장한 적이 없다"며 "학교의 예배드릴 권리를 전적으로 인정하는 동시에 학생에게 선택권도 달라는 것이 의석이 주장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광고에서 현재 예배 자유가 보장되고 있다는 탁준호 교장의 주장에 대해, "예배가 면제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며 "학교가 일부 사례에 대해 예외를 인정한다면 이를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것이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류상태 목사는 "의석이가 처음에는 수요예배선택권, 학급예배선택권, 복수과목 개설을 요구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수요예배선택권만 주장하고 있다"며 "학교 입장을 고려해 최소한의 요구만 내세우는 의석이를 고려해 달라"고 부탁했다.

예배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기독교교육과 배치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류상태 목사는 "제도적인 강제는 기독교교육을 망치는 지름길"이라며 "종교를 강제할수록 실제로는 학생 사이에 거부감만 생기고 오히려 안티기독인이 생겨난다"고 말했다. 채플의 보이지 않는 역기능이 크다는 주장이다.

류 목사는 "기독교정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신앙을 강제하기보다 내용으로 승부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기독교에 매력을 느끼도록 다가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독교교육에 더 큰 위기가 올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번 사태를 오히려 기독교교육의 질적 변화를 가져오는 기회로 삼자는 제안이다.

강의석 군, 건강 심각한 상태

한편 강의석 군은 16일 아침 집을 나간 이후 지리산을 등반한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 강 군의 건강은 몹시 안 좋은 상태다. 21일 새벽 귀가한 강 군은 집에서 잠시 눈을 붙인 후 목욕탕에 갔다가 미끄러져 이마에 부상을 입었다. 강 군은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갔으나 마취, 소염제, 파상풍 치료를 거부해 마취 없이 이마를 꿰맸다고 한다.

강재정 씨는 강의석 군의 건강에 대해 "목욕탕에서 보니 온몸에 뼈 밖에 없었다"며 "목젖이 붙어 말을 하기 어려워 필담을 나누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몸무게는 25kg 줄어 52kg에 불과하다. 강의석 군을 진료한 의사 역시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위험하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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