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피자가게 장로님 이야기입니다. 예순이 가까운 장로님 부부가 함께 피자를 구워내는 이 가게는 피자의 맛만큼 부부금술이 좋기로도 유명합니다. 장로님 부부는 출석하는 교회에서도 존경받는 어른들입니다.

이 장로님은 빌딩에다 시골의 땅까지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아 비교적 부유한 편이지만 생활은 누구보다 검소하고 무엇보다 돈을 의미 있게 쓰는 지혜가 여러 사람들의 부러움을 삽니다. 일단 그 연세에 부부가 저녁 늦은 시간까지 피자를 구우며 땀을 흘리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큰아들의 결혼예배는 장로님의 진가를 잘 보여준 계기였습니다. 교회와 친지들에게만 결혼소식을 알린 것도 그렇고 축의금 받는 자리를 없애버린 의지도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생각은 하지만 막상 당하면 그리 안 되는 일인데 말입니다. 결혼예배도 이색적이었습니다. 예배 후 그 자리에 도시락이 나눠졌습니다. 교인들이 애써 만든, 그래서 하나 하나에 정성이 담긴 반찬에다, 도시락을 먹으면서 가진 축하찬송의 시간들이 좋았습니다. 신랑 신부가 찬양을 하고, 교인들이 축복의 말을 건네주는 멋진 결혼문화에 모두들 매혹된 것입니다.

장로님 부부는 작은 일에도 감사의 표시를 잘 합니다. 가령 작은아들을 가르친 주일학교 선생님에게 고맙다는 내용의 메모를 직접 써서 양말 또는 내의와 함께 연말에 사례를 합니다. 교인들 중에 아기를 낳거나 백일을 맞으면 크지 않은, 그래서 받는 사람이 부담 느끼지 않을 선물을 역시 복을 비는 메모와 함께 전합니다.

시골 땅에는 집을 지어서 교회의 야외집회장으로 내놓았습니다. 성가대 가운이나 교회 커튼을 새로 갈아도 자신의 이름은 언제나 숨깁니다. 장로석이 좁기 때문에 자신이 수석장로지만 다른 분들을 배려해 일부러 평신도들의 자리에서 앉습니다. 말수가 적지만 교회 각 부서의 회계감사를 할 땐 인자하던 모습이 호랑이로 변하는 것 또한 도리어 보기에 좋습니다. 원칙에 타협하지 않는 그의 인품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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