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목사의 고통

또 오늘 하루 보내기가 겁이 난다. 아침을 눈을 뜬 A목사(40세)는 답답하기만 하다. 목회할 교회가 없는 그는 오늘 하루를 어디서 무엇을 하며 보낼지가 막막하기만 하다.

성경읽고 기도하는 일도 이젠 점점 지쳐 온다. 아내 보기도 미안하다. 임지가 없어진 후 아내는 출판사 영업사원으로 취직했다. 아내가 벌어 오는 수익은 한달에 고작 50여만원, 이 돈으로 3남매를 포함한 다섯 식구가 살아야 한다.

목사의 수입원이라곤 부목사로 이름만 겨우 등록되어 있는 조그만 개척교회에서 가끔씩 저녁예배시간에 설교를 하고 5만원의 사례비를 받는 것이 전부이다.

이런 생활이 1년 가까이 지속되자 그는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 있다. 사람 만나기도 두렵고 매사에 자신감을 잃은 지도 벌써 오래되었다.

그 흔한(?) 일반대학을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선보는 설교(마치 면접시험과도 같은 것)는 고사하고 이력서도 받아 주는 교회도 없다.

얼마 전 들리는 얘기로는 과거에 모셨던 목사의 소개로 대구근교의 20여명 모이는 농촌교회로 갔다고 하는데 지금은 생활비도 100여만원이 된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2. 늘어가는 무임목사, 전체 목사의 15% 추정

목회도 이젠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하였다. 과거의 열정 하나만으로 통하는 시대는 가고 학벌과 실력과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도태되어 가는 것이 목회의 현실이 되고 있다.

교계에서는 목사이지만 교회시무(사역)를 하지 않는 경우에 무임목사라고 부른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실업자인 셈이다. 소위 한국의 대형교단이라고 하는 H교단의 경우 전국적으로 이런 무임목사가 15%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97년도경 서울에 있는 한 신학대학의 부설 교회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15-20% 정도의 무임목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나마 임지가 있는 목사의 경우에도 사실상 생계의 위협을 받을 정도로 열악한 실정이다. 9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교회는 마이너스 성장시대로 돌입했다고 하는 것에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10명 모이는 농촌교회에 부임하려면 10명이 이력서를 들고 줄을 선다고 하는 것이 통설로 여겨지고 있다. IMF 이후 개척교회가 없어지거나 주변의 몇 개 교회가 하나로 통폐합되는 현상도 많이 생겨났다고 한다.


3.새로운 목회의 돌파구가 될 '통일한국'

그래도 신학대학원의 졸업생들은 해마다 수천명씩 쏟아져 나온다. 한국의 대형교단이라고 하는 H교단의 경우 1년에 약 10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으나 이들의 일할 사역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요즘 목회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한 박모(41세)목사는 지역에 있는 복지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인근의 병원에서 부인과 함께 호스피스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그는 "목회와 사회복지를 접목시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임모(40세)목사는 건물의 전세금이 너무 높아 "전통적인 교회당 형태를 지양하고 학교 강당과 같은 공공기관의 건물을 임대하는 방식의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교계에서는 남북통일에 대비한 새로운 목회 환경의 변화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해외선교사와는 달리 언어소통에 별 문제가 없다는 사정과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비교적 저렴하게 판단되기 때문에 북한에서의 목회를 준비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정부에서도 상당한 액수의 통일비용의 충당을 민간단체인 종교단체를 통해서 활용하게 되면 엄청난 비용절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기대하고 있는 눈치라고 한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산하의 북한교회재건위원회에 따르면 이미 "남한의 중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해방 전 북한에 있었던 약 3,000여개 교회를 한 교회 이상씩 맡아 재건준비를 진행시키고 있다"고 한다. 통일특수를 기대하는 것은 교회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