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서양에서 이루어졌던 고딕양식의 교회당은 오랜 세월 동안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전 세계 교회당의 가장 이상적인 건축양식으로 추종되었다.

이는 우리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여서, 가톨릭의 명동성당과 개신교의 정동감리교회를 비롯하여 지난 100년 동안 대부분의 교회당들이 이 고딕양식을 모방해왔고, 현대건축이 고도로 발전하고 있는 지금도 종종 고딕식의 교회당들이 건축되고 있다. 더욱이 상가건물을 임대하여 사용하고 있는 교회들은 거의 모두가 건물의 옥상에 고딕식 첨탑을 세워 교회를 알리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고딕양식에 대해 오늘날 우리 기독교는 어떠한 관점에서 보아야 할까?
  
고딕양식은 지난 1000년 가까운 동안 교회당의 대표적 건축양식으로 자리잡아 왔기에 고딕식 교회당과 특히 교회당의 첨탑들은 기독교 교회임을 알리는 데 분명히 목적을 달성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지난 호 컬럼 '교회 건축과 상징'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교회당의 모습이 단지 기독교 교회임을 알리는 것만이 아니고 교회의 본질과 그 사명을 세상에 알리는 상징적 도구가 되어야 한다면, 과연 유럽 중세의 교회당의 모습이 오늘날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겠는가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유럽의 중세 건축역사에서 고딕양식은 당시의 건축재료와 기술로 건축이 이루어낼 수 있는 최고의 걸작들이었다. 즉, 최초의 교회건축양식이었던 바실리카로부터 로마네스크양식을 거쳐 고딕에 이르기까지 거의 1000년의 교회건축의 발전과정은 고딕양식을 탄생시키기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고딕양식은 형태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완벽한 건축을 이루어냈고 이는 신의 영광을 위한 건축의 모습이었다.

이후 고딕양식은 르네상스의 고전주의에 의해 거부되기까지 유럽에서 경쟁적으로 건축되었으며, 르네상스 후에 나타난 건축의 낭만적 복고주의와 함께 다시 살아나, 비록 건축의 재료와 기술의 변화와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약식화 되기는 했지만 20세기 중반까지 세계의 전역에서 계속되었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서 나타난 새로운 전례운동과 평신도 운동 등을 포함한 현대신학의 태동과 20세기 전반부의 건축의 모더니즘은 신학자들과 교회건축가들의 활발한 논의 속에서 고딕을 부정하고 새로운 교회건축을 추구하였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고딕을 부정하였을까? 이러한 의문은 고딕양식을 탄생시킨 중세 유럽의 종교적, 건축적 배경으로부터 그 해답을 구할 수가 있을 것이다.

먼저 고딕이 탄생되기 직전인 로마네스크의 시대의 중세 유럽은 민족간의 수많은 전쟁으로 인하여 극도의 혼란기이었다. 따라서 당시 유럽인들은 세상에서 그들을 보호할 피난처를 필요로 했다. 더욱이 주후 1000년 직전의 예수 재림에 대한 기대는 그들의 신앙심을 극도로 고조시켰다. 이에 대해 로마 교회는 영원한 안식을 줄 구원을 위한 유일한 기관임을 자처했다. 더욱이 교회의 세력이 극도로 확대되면서 교회건축은 교회의 권위의 상징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하늘을 향해 치솟는 탑을 가진 거대하고 웅장하며 화려한 고딕 교회당을 지었다.

한편, 고딕양식은 당시의 재료와 기술의 소산물이었다. 석조건축이었기에 로마네스크 시대까지만 해도 그렇게 높고 넓은 공간을 지지할 기술이 개발되지 못했고 엄청나게 두꺼운 벽이 필요했다. 그러나 고딕의 기술은 뾰죽아치와 리브볼트 그리고 특별한 모양의 부축벽 시스템을 개발해 냄으로써 고딕양식의 건축을 가능케 하였다.

이처럼 한 시대의 교회건축은 그 시대의 종교적, 건축적 상황을 반영하여 이루어진다. 오늘날, 종교적으로는 중세의 교회관과 매우 다른 기독교의 근원적인 교회상을 추구하고 있어 교회가 세상에 보여야 할 모습이 고딕이 아니고 교회의 역할도 그 시대와 다르며, 건축적으로는 재료와 기술이 당시와 전혀 다른 현대에 중세의 고딕양식을 고집하는 것은 하나의 넌센스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건축해야 할 교회당의 모습은 오늘의 교회의 모습과 사역에 합당하면서 동시에 현대의 건축재료와 기술로서 이루어 낼 수 있는 최상의 교회건축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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