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휴가 때 시골 부모님 댁에 다녀왔습니다. 부모님은 만민중앙교회 지교회에 다니고 계시며, 각각 장로와 권사님이십니다. 몇 해 전부터 집에는 서울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의 사진이 부모님의 집과 언니집, 대구만민교회 지교회 목사로 시무하는 남동생의 집에 모두 걸려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재록 목사가 축도하는 사진이었는데 그걸 문 바로 위에 걸어 두면 들어와도 복, 나가도 복을 받는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참담했습니다. 그냥 조용히 그렇지 않다고 말하며, 제일 만만한 부모님 집에 걸려있는 사진을 철거했습니다. 사진 뿐 아니라 만민중앙교회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달력에도 이재록 목사의 사진이 있었습니다. 성도들은 그를 에워싼 채 이재록 목사가 일으키는 기적, 내지는 집회상황을 크게 광고하듯 펼쳐보이고 있었습니다. 

달력 각 장에는 이재록 목사의 얼굴이 달력모델로 빠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고개를 돌리니 한쪽벽 한 면에 실물 크기의 이재록 목사 사진이 걸려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럴 수가 있습니까? 심한 배신감에 분노가 느껴졌습니다. 차분하게 대화로 풀어나갈 기분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소리치기 시작했죠. 저희 엄마에게 말입니다. "저렇게 우상단지처럼 이재록을 자랑할거면 이재록 돌우상을 만들지 그러세요?"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딸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당회장님이 어쩌고…우리 위대하신 당회장님이 대단하고 저쩌고, 이래야 하냐고요!"

그러자 부모님은 세뇌가 극심한 상태라 저의 말이 너무 싫으셨던지 맞받아 저에게 호통을 치시더군요. 야단은 맞았지만 지금도 부모님께 사과드릴 기분은 전혀 아니랍니다. 참담합니다. 자신들을 구원해 준 예수님 자랑, 하나님 자랑은 단 한마디도 없이 이재록 목사에 대해서만 수십마디입니다. 

그것도 진지하고 거룩하게 더없이 진실한 표정으로 "우리 당회장님, 우리 당회장님~" 하는 모습이 너무도 역겨웠습니다. 알만하신 분들이 왜 이러시는 것인지. 기독교 신앙이 사람을 믿는 겁니까? 말해보세요. 이재록이 부모님의 영혼을 구해줍니까?

저 역시 소리치고 나니 서로가 서먹해져버린 상태가 되어 이틀밤을 보내고 수원으로 올라왔지만 아직도 참담한 심정입니다. 서울만민중앙교회에 집안 식구들이 총동원해 모였다고 해서 얼마 전에 가족을 만나기 위해 금요철야에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사회자(이재록 목사의 딸)는 이재록 목사가 단상에 나오니 일동 기립을 시키더군요.

그리고 우리의 영적인 아버지신 당회장님께 존경과 감사와 사랑의 기립박수를 보내자고 하더군요. 그리고는 저는 TV에서나 볼 광경을 목도했습니다. 마치 김일성에게 박수를 칠 때 '짝짝 짝짝짝'이라는 장단이 나오는 걸 목격했는데 그러는 장단이 나올 정도로 거의 몇 분간에 걸쳐 박수를 치고, 그것도 모자라 전 교인이 하트를 만들어 머리에 이고 "당회장님, 사랑합니다"를 연신 반복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재록 목사의 설교에도 자신을 따라오면 천국으로 인도되고 예루살렘성 높은 자리로 가게 되는데 자력으로 성결되어야만 한다네요. 목사 말은 무엇이든 아멘하고, 시키는 대로 순종하고 판단하지 말라는 메뉴 역시 여전합니다.

모두 흡족하고 기분 좋은 듯한 표정이었죠. 그 열광의 도가니에서 저 혼자만 벌레 씹은 표정이었는데 저의 표정을 보고 저의 언니는 제가 성령충만하지 않아서 그렇답니다. 지금도 무척 참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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