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터교회는 지역의 청소년들을 위해 1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공부방을 열었다. 지난 7월 21일 성터교회 예배실에서 진행된 공부방 개원식. ⓒ뉴스앤조이 최소란
교인들이 자신에게 돈을 빌린 사람에게 빌린 돈을 탕감해주고 어려운 이웃의 공과금을 대납해주는 등 사랑을 실천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위치한 성터교회(방인성 목사)는 지난 5월 희년을 선포한 이후 부채탕감운동, 공부방사업 등을 구체화시키면서 섬김과 나눔의 희년정신을 실제 교인들 삶에 그대로 접목시키고 있다.

15만 원씩 40가정 밀린 공과금 대납

성터교회 교인들은 7월부터 부채탕감운동을 실천하기 위한 개인적인 결단을 종이에 적어 예배시간에 봉헌하고 있다. 자신에게 수 천만 원 이상의 큰 빚을 진 사람에게 어떤 방법으로 청산해줘야 할 지 목사에게 상의한 교인도 있었다. 그 외에도 많은 교인들이 100만 원 이상의 빚을 탕감했다.

부채탕감운동은 올해 말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또 방인성 목사는 교회 내에서 뿐 아니라 직장 동료나 친구 사이에 빌려준 돈까지 탕감하는 것으로 범위를 넓히자고 독려하고 있다. 단지 돈 얼마의 빚만 청산하는 것이 아니라 채무자와 채권자라는 관계 속에 생겨난 마음의 짐을 덜고 진실한 이웃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성터교회 부채탕감운동의 취지다.

▲ 공부방 개원식에서 노래를 부르는 공부방 학생들. ⓒ뉴스앤조이 최소란
교인들은, 채무자보다 채권자의 경제적 형편이 어렵거나 채무자가 빚을 갚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을 경우 등 여러 상황을 놓고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몇 명이 얼마를 탕감했느냐보다 이 과정 속에서 성경적인 실천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성터교회는 또 부채탕감운동의 일환으로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공과금을 대납해주는 사업도 펼치고 있다.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 등이 밀려 단전, 단수로 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창신동의 40가정을 돕는 것이다. 밀린 요금 전액을 내주지는 못하더라도 다시 물과 전기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가정 당 2∼3개월 어치의 공과금 15만 원씩을 내주기로 했다. 또 이 중 13가정은 교인들이 직접 방문해 결식아동은 없는지, 또다른 필요가 무엇인지 듣고 도울 방법을 찾을 예정이다.

중·고등학생 위한 공부방 마련…관공서도 환영

지난 7월 21일에는 지역의 청소년들을 위한 공부방을 정식으로 개원했다. 이날 20여 명의 중·고등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4명의 교사, 종로구청장, 구의원, 주민자치위원장 등도 참석해 공부방의 비전을 함께 나눴다.

성터교회 공부방은 인근지역에서 유일한 공부방이다. 다른 교회에서 운영하는 공부방이 있지만 유아와 초등학생을 위한 것이다. 교사는 학생을 모으기 위해 지난 6월 15일부터 직접 홍보지를 나눠주고 가정을 방문해 부모들을 만났다.

▲ 개원식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공부방 교사들. ⓒ뉴스앤조이 최소란
지금 20여 명의 학생들이 날마다 공부방에 나와 영어와 수학 등의 교과목을 배우고 간식을 먹는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것이지만, 굳이 학생들에게 교회에 나오라고 하지 않는다. 이들 중 원래 성터교회에 다니는 학생들은 5명도 되지 않았는데, 나머지 학생들 중 6명이 자발적으로 성터교회에 나오고 있다. 여름방학을 맞아 성터교회 중·고등부 여름캠프에 동참하기도 했다.

성터교회는 일년 동안 1천만 원의 재정을 공부방에 지원하기로 했다. 또 휴대폰 제조업체 '노키아'가 운영하는 '미래와아이들'이란 재단에서 600만 원을 지원 받았다. 공부방 수업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교사도 유급직을 두었다. 내년부터는 종로구청도 재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관공서가 미처 손쓰지 못하고 있는 복지사업을 교회가 먼저 나서서 하니까 종로구청도 환영하고 있다.

성터교회 교인들이 7월 한 달 동안 희년사업을 위해 헌금한 돈은 무려 5천만 원. 다른 교회가 건축헌금으로 모으는 돈에 비해 적지 않은 액수다. 방인성 목사는 "우리 교회를 키우기 위한 게 아니라 남을 위한 일에 이처럼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으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매우 뿌듯한 일"이라면서 "희년의 올바른 정신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이 다른 교회에도 퍼져서 기독교가 사회에 필요한 일을 감당하고 좋은 영향을 끼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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