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 목사님과 시온교회 비상대책위원회 형제·자매님들께

▲ 시온교회 교육관 쪽 주차장 방면 담 위에 높게 쳐진 펜스. (사진제공·황진무)

하나님의 위로와 지혜가 풍성하기를 소망합니다. 저는 모 교단의 총회장 금권선거에 연루되어 양심선언을 한 것이 계기가 되어 교회개혁 운동을 하고 있는 지유철입니다. 교회개혁실천연대(이하 개혁연대)의 사무국장을 거쳐 지금은 집행위원으로 있고, 개인적으로는 11년 전까지 김형태 목사님이 인도하시는 사명자성회에 참석한 바 있습니다.

이 글을 위해 시온교회 사태를 보도한 최소란 기자와 양측 대표를 수차례 만난 <뉴스앤조이> 김종희 대표, 임시당회장 최태협 목사님(신곡교회)과 김형태 원로목사님(이하 원로목사님)을 만났습니다. <뉴스앤조이>의 협조로 양측이 제공한 자료를 참고할 수 있었던 것도 밝혀 둡니다.

시온교회 사태는 한국교회 개혁이 넘어야 할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스앤조이>가 내보낸 두 번의 기사는 다분히 김동환 목사님(이하 담임목사님)과 시온교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시온교회 비대위)의 자료나 진술에 충실했다는 느낌입니다. 때문에 이 글은 기계적인 중립을 잠시 제처두고 기울어진 무게 중심을 잡아 보려고 합니다.

물론 제가 만난 분들과 양측의 자료, 그리고 두 기사에 대한 댓글을 꼼꼼이 참조하면서 원로목사님 측에서도 부적절한 감정의 표출이나 인격모독성 발언 등등의 문제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장로님들의 태도로 인해 목사님이 어려우셨을 것이란 것은 친구로서 충분히 인정한다"는 최태협 목사님의 말씀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 것도 사실이고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해 장로님들도 원칙적인 책임을 피할 수 없음에도, 따라서 성도들 앞에서 진정한 회개의 표시로 무릎이라도 꿇으셔야 하셨음에도, 아직까지 공적으로 하나님과 교회 앞에 사과하지 않으신 점은 아쉬움을 넘어 실망스럽습니다. 사과에 관한한, 시온교회 비대위 측 장로님들도 예외일 수 없겠지만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할 정도로 원로목사님 측의 입장에서 이 글을 쓰는 것은, 지난 6월 1일 CBS 저널에서 시온교회 비대위 대표로 전화 인터뷰를 한 이강보 집사님께서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하셨기 때문입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교회개혁을 바라는 많은 교인들과 이들을 외면하고 교회를 기존의 방식대로 이끌어 가려는 기존의 교회 지도층과의 갈등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원로목사님 측이 모두 잘 했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목사님과 시온교회 비대위에 제가 더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는 것은 여러분들이 교회개혁을 하고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수단과 방법에 의존하고 계시다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 김동환 담임 목사 측 성도가 긴 각목을 들고 주일 오전 교회를 지키고 있다. 교회 정면 쪽에도 철조망이 어지럽다. (사진제공·황진무)

<뉴스앤조이>와 시온교회 비대위의 자료에 의할 때, 원로목사님은 첫째, 은퇴 이후에도 온갖 영향력을 행사하며 목사님으로 하여금 사직서를 내게 하는데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고 둘째, 적당한 때 담임목사직을 세습하기 위한 저의를 가졌었거나 그 저의를 관철시키기 위하여 훗날을 도모하는 중이며 셋째, 강사 사례비로 부흥회 헌금을 마음대로 가져가는 식의 비상식적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몰지각한 분이더군요.

지난 몇 년간 저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개혁연대에서 바로 이런 목사님들이 저지른 온갖 비리와 싸웠습니다. 그 싸움의 현장에서 때로는 '빨갱이', '사탄', '얼마 받아먹고 그 짓을 하느냐?' 등등의 모욕적인 언사를 들어야 했고, 멱살이 잡히거나 도로에 내동댕이쳐지는 수모도 당했습니다.

때문에 개혁을 주장하는 시온교회 비대위의 반대편에 서겠다는 결정은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만약, 이 사건이 세습을 합법화하기 위해 저질러진 온갖 불법에 반대하여 분연히 일어난 전형적인 교회개혁 사건이었다고 판단했다면 저는 개입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김동환 목사님!

거의 모든 교회개혁 사건은 무리하게 아들을 담임목사로 세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탈법과 불법, 그리고 예산의 전용 등으로 인해 생겨납니다. 개혁의 주체가 대개는 평신도이지요. 그런데 시온교회는 매우 이례적으로 2003년 12월 7일 주일 오후예배 중에 있었던 목사님의 사직서 발표로 분쟁(또는 개혁)에 휩싸이게 되더군요.

▲ 원로 목사 측의 교회 밖 예배는 수요일에도 어김없이 드린다. 사진은 7월 14일 저녁의 촛불 예배 장면. (사진제공·황진무)

▲ 굴다리 밑에서 원로 목사 측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 분규가 처음 날 당시보다 많은 성도들이 교회 밖 예배에 참석했다. (사진제공·황진무)

얼마나 어려우셨으면 담임목사님께서 주일 오후예배 시간을 통해 사퇴서를 읽어내려가셨을까 싶어 마음이 많이 착잡했습니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공예배 도중의 사직서 발표는 출석교인 1300여 명의 교회를 책임지신 담임목사님께서 취하실 행동이 아닌 것 같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사직서 파동이 원로목사님께서 외국 출타 중에 발생했다는 것은 온갖 추측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돌발적인 행동으로 인해 성도들이 받아야 할 깊은 상처를 과연 얼마나 헤아리셨는지, 또한 남아서 그 혼란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교회를 얼마나 고려하셨는지 여쭙고 싶어집니다. 혹시 교회나 성도들보다 떠날 목사님을 더 많이 고려한 게 아니셨는지요. 사실 아무리 부당하게 쫓겨나도 부교역자들은 그렇게 사표를 던지지는 않거든요. 왜 사임을 해야 하는 지 말 한마디 못하고 떠나거든요(우리나라 교회만큼 부교역자나 직원들에 대한 원칙 없는 부당해고가 판을 치는 문화가 또 있을까요).

그런 사임 문화를 미화할 마음은 없습니다만, 담임목사님의 책임있어 보이지 않는 처신에 선뜻 면죄부도 드릴 수가 없군요. 목회자라면 최소한 자신보다는 교회가 쪼개지는 일을 먼저 막는 것이 순서라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하지 않다'는 사도 바울의 말씀처럼 말입니다.

시온교회 비대위 형제·자매님들!

사직서 파동도 충격이었지만, 원로목사님 측 성도들의 교회 출입 원천봉쇄는 더 큰 충격이었습니다. 용천노회 임원회는 지난 5월 14일 김동환 목사님의 당회장권(과 당회원권)을 정지시키는 한편 시온교회에 수습전권위원회를 파견하였습니다.

이 결정에 대해 시온교회 비대위에서는 "용천노회 임원회가 일부 장로들의 사주를 받아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김동환 목사의 당회장권과 당회원권을 정지시켰다"면서 노회의 조건부 탈퇴 및 담임목사 청빙 등에 관한 동의 서명운동을 전개한 바 있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아도 노회 탈퇴는 너무 쉽게 뽑은 카드인 것 같습니다. 시온교회 비대위가 결행한 노회 탈퇴가 적법한 절차를 어긴 것을 확인하니 그 생각은 더 분명해집니다.

흔히 민주주의의 핵심을 절차적 정의라고 하지요. 그렇다면 하나님의 방법으로만 가능한 교회개혁은 더욱 방법과 절차에 빈틈이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불가피한 상황도 있을 것입니다. 노회와 총회를 등에 업은 반 개혁세력이 힘으로 소수 개혁파를 짓밟고, 출교와 제명으로도 모자라 경찰이나 검찰에 고발까지 서슴없이 해댈 때, 거기다 대고 모든 절차를 지키라 요구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옳지 않을 테니까요.

▲ 김동환 담임 목사 측에서 후문 담쪽에 두른 철조망. (사진제공·황진무)

그러나 시온교회의 경우는 상황이 다릅니다. 원로목사님 측 성도가 90%인데 반해 시온교회 비대위가 10%였던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정반대였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온교회 비대위는 물리력으로 교회 진입을 막았습니다. 그걸로도 부족하여 교회에 철대문을 설치하고, 담장을 높이고, 철조망을 치셨습니다. 대형버스를 이용하여 바리케이드 설치도 했습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게 된 것입니다. 원로목사님 측의 진입 시도도 물리력 행사가 아니었느냐 따지고 싶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그것이야말로 소수가 선택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의 주장이 아닐까요?

김동환 목사님!

지난 6월 18일이었던가요. 서울남부지법 형사 6단독 이정렬 판사는 "빈 음료수 병으로 의자를 두드리고 큰 소리로 찬송가를 부르며 예배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목사님에 대해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형을 선고하고 구속시킨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온교회 비대위에서는 교회 마당 한 구석에서 드리는 원로목사님 측의 예배를 목사님 측에서 핸드 마이크 등을 이용하여 방해하셨더군요.

지난 5월 22일에는 원로목사님의 주례로 결혼하는 시온교회 성도의 예식장에 수십 명이 몰려가 소동을 벌였고요. 사진을 보니 현수막을 걸고, 고함을 지르고…(물론 혼주나 원로목사님 측 성도들도 얌전히 당하지만은 않으셨으리라 추측됩니다만). 정말 저런 것이 교회개혁이라면 저부터라도 당장 개혁을 때려치고 싶었습니다.

개혁을 하려다 보면, 또는 양심을 지키려다 보면 원치 않게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까지 고통스럽게 만들어야 합니다. 양심선언자들은 그래서 최종 결심을 앞에 두고 많이 괴로워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가족이야 그러려니 해도 저로 인해 동역자들이 험한 꼴을 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주저하게 되더군요. 그러나 결혼식을 망친 신랑·신부나 그 가족들의 경우는 다르지요. 그런 고통을 감수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이 사건은 시온교회 비대위가 내세우는 교회개혁의 대의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교회 버스가 동원되었다는 점에서 목사님께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우실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막았어야 옳았던 것 같습니다.

시온교회 비대위 형제·자매님들!

한국교회의 크고 작은 분쟁을 조금 지켜보았던 저는, 이런 방식의 예배 방해나 물리력의 행사가 예외 없이 개혁의 대상으로 주목되었던 일부 몰지각한 목회자나 지도층이 즐겨 사용했던 수법이었다는 점을 상기시켜 드리고자 합니다.

충남 보령의 대흥장로교회는 개혁연대의 대표단이 지켜보고 있는 수요기도회에서, 개혁파가 노회에 보낸 공문을 담임목사님이 회중 앞에서 찢더니 가스펠송 '예수 이름으로'를 부르며 한 사람씩 교회 밖으로 끌어내더군요. 그런 일이 예배 때마다 반복되었습니다. 그 해 겨울 내내 교회에서 쫓겨난 성도들은 교회 주차장에서 주일과 수요예배, 그리고 매일 저녁 기도회로 모였습니다. 대흥장로교회가 교회 문을 걸어 잠그기는 했으나 철조망을 치고 담장을 높였다는 이야긴 듣지 못했습니다.

서울 강남제일교회에서도 사정이 비슷했지요. 다수 성도들의 교회개혁 요구에 지덕 목사님은 성도들을 제명·출교시켰습니다. 분쟁의 막바지에서는 16명의 교회 출입 제한을 검찰에 요구하였지요. 그러나 거의 1년간 계속된 강남제일교회의 분규 중, 성도들을 교회 밖으로 완전히 쫓아낸 일은 없었습니다. 사설경호원을 동원하여 시설 일부를 강제 탈환한 적은 있었지만 말입니다. 법원으로부터 지덕 목사님 부자(父子)가 요구한 16명에 대한 교회 출입 금지는 이유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제명·출교 등에 대한 조처 또한 적법하지 않다는 판결이 났습니다.

시온교회 비대위가 교회 출입을 막기 위해 물리력을 동원한 것이 충격이 되는 것은 대흥장로교회나 강남제일교회의 분규가 오버랩 되기 때문입니다. 시온교회 비대위 형제·자매님들은 정녕 자신의 입장과 다른 사람들을 강제로, 그것도 법적 근거가 분명치 않은 이유로 교회에서 내쫓는 행동이 복음과 공존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시온교회 비대위는 이런 행동으로도 모자라 교회 부동산 등기부등본의 대표자 명의를 바꾸는 과정에서 노회 유지재단에 가입하기로 한 당회의 결의를 무시하고 당회록을 위조했을 뿐 아니라, 함께 제출한 정관에는 1992년 당시 장로가 아니었던 이기용·최경남·이인복·신순민 씨를 장로로 기재하였습니다.

김형태 원로목사님과 박계균 장로를 사기와 횡령 및 업무상 배임으로 고발한 고소장은 문제가 더 많아 보입니다.

첫째, 1996년 11월 17일 당회가 원로목사님의 은퇴시 주택 구입비로 2억 원을 드리기로 결정(옳고 그름의 차원을 떠나 교회가 원로목사님께 제공한 최고급 승용차나 각종 축의금 등의 액수 앞에서는 저도 곤혹스럽습니다)하였음에도 고소장에는 원로 목사님이 전세보증금과 주택 구입비가 필요하다고 "교인들을 기망하여 그 돈을 편취(騙取)하였다"고 주장하셨더군요.

사기에 해당된다는 그 외의 돈 4200만 원이 임대차 보증금으로 5회에 걸쳐 나갔다는 주장도 주일 재정보고서나 연말결산서의 날자가 다르거나 조작 의혹의 흔적이 서류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재정부에서 1부씩 보관하던(재정 장부와 제직 회의록 등은 목사님 측에 있지요) 96년부터 99년까지의 연말결산서를 보니 원로목사님의 임차보증금 항목이 기록된 대차대조표와 계정명세표 등이 일관되게 새 종이로 교체된 것을 확인할 수 있더군요. 이런 점을 어떻게 설명하시려는지 궁금해집니다.

둘째, 원로목사님이 2002년 11월 부흥회 때 자신이 직접 강사를 맡았을 뿐 아니라 헌금 975만 원과 부흥회를 위해 책정된 교회 예산 중 상당액을 가져간 것이 횡령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당회록을 보면 담임목사님의 발의와 만장일치의 가결로 원로목사님의 강사 초빙을 결의하셨더군요. 강사 사례비 5백만 원도 목사님의 동의 하에 재정위원장과 함께 원로목사님실을 찾아가 전달해 드렸고, 나머지 액수의 돈은 담임목사님과 부목사, 전도사, 직원들의 사례와 기타 비용이 지출되었다던데, 그것이 어떻게 횡령이 될 수 있는지요?

셋째, 박계균 장로가 원로목사님 이사 축하금 명목으로 1천만 원을 임의로 지급한 것이 업무상 배임이라고 했는데, 2002년 7월 21일 당회록을 보면 "본 교회 교인들이 성회 및 수련회 시 사용하는 성산수도원의 건물 증축에 본 교회가 1천만 원을 전달키로 하였다"라고 나와 있더군요.

시온교회 비대위가 이렇게 허위 문서를 만들거나 조작하는 식의 내용을 보면서, 저는 따져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 큰 악을 제거하기 위해 그 정도 불법은 괜찮다는 것입니까? 아니면 실정법상 크게 처벌 받을 범죄가 아니라는 판단 때문에 그렇게 대담하신 것입니까? 설마 크리스천의 윤리가 실정법상에 죄가 안 되거나 죄를 피해갈 수 있다는 정도에 만족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아닐테지요?

한 가지 더 지적하자면, 이강보 집사님은 시온교회 비대위를 대표하여 방송에 전화 인터뷰를 하셨던 분인데, 정작 고소인 명단에는 빠졌고, 고소인들의 대리인인 모 법인의 사건 담당 변호사로 기재되어 있더군요. 이것이 실정법상으로는 잘못이 안 되는지 모르겠으나 보기에는 썩 자연스럽지가 않습니다. 저만 그런 것일까요?

김동환 목사님, 그리고 시온교회 비대위 형제·자매님들.

시온교회 비대위가 하나님과 원로목사님 측으로부터 개혁을 인정받으려면 원칙과 절차에 충실하고 도덕적으로도 투명해야 합니다. 다수파이지만 절차에 투명하고, 힘이 있지만 오히려 설득하고, 명분이 있지만 그 명분 때문에 오만해지지 않는 모습 앞에서 여러분이 내세우는 개혁은 빛나게 될 것입니다. 안 믿는 이웃 주민들로부터도 지지를 받게 될 것입니다. 시온교회 사태를 지켜보는 한국교회라고 다르겠습니까.

역사가 증명하듯 대중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 모든 개혁은 실패했습니다. 저는, 교회개혁에서 도덕성과 투명성, 그리고 대화를 통한 끈질긴 설득은 상대편이 어떻게 나오느냐의 여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것은 교회개혁을 한다고 주장을 하는 한 언제 어디서든 지켜야 할 신성한 우리의 의무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지금도 한국교회 여기저기에서는 온갖 불법에 저항하여 하나님의 정의를 세우기 위해 때리면 맞고, 억울해도 참고, 우직하게 정도를 걷고 있는 소수파 성도들이 있습니다. 저들은 실제로 원수를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자기를 핍박하는 자들을 위해 눈물로 기도합니다. 이런 감동스런 장면을 교회개혁의 현장에서는 자주 접할 수 있지요.

보령의 초대교회, 서울의 강남제일교회, 강현교회, 상도감리교회, 시흥제일교회, 예인교회, 호산교회… 등의 개혁을 지지하는 소수파 성도들은 그랬습니다. 때문에 오해를 받거나 얻어터지면서도 당당할 수 있었고, 목사님과 장로님들에게 엄청난 실망을 하고도 다시 소망의 하나님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진정한 교회개혁이라면, 그렇게 이루어가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김동환 목사님, 그리고 시온교회 비대위 형제·자매님들!

하나님의 교회를 사랑하는 한 사람의 교회개혁 운동가로서 몇 가지를 정중하게 부탁드리고 이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저는 우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고발 건이 즉각 취하되길 강력하게 희망합니다. 지역의 안 믿는 사람들로부터 교회가 서로 싸우다 결국 법정까지 갔다는 비난으로 전도의 문이 닫히고, 이 사건을 주시하고 있는 용천노회나 한국교회 성도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난 다음, 설사 재판에서 이긴다 한들 그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저의 입장이 어떤 일이 있어도 교회 문제를 사회 법정으로 가지고 가면 안 된다는 식은 결코 아닙니다. 힘없고 연약한 교회개혁의 소수파가 교회나 노회나 총회가 자신들에게 영적, 정신적, 육체적, 사회적 가혹 행위를 저지를 때 마지막으로 호소할 곳이 사회법뿐이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렇더라도 사회법의 호소는 최소한으로 제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시온교회 비대위처럼 다수의 지지를 받을 땐 더욱 그래야 한다고 믿습니다. 물론 저는 원로목사님 측이 제기한 고소도 취하되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양측의 화해는 서로가 제기한 고소를 스스로 취하하는 것으로 시작되어야 합니다. 대의와 명분이, 그리고 다수 지지가 시온교회 비대위에 있습니다. 부디 강자의 너그러움과 잘못을 먼저 시인하는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더 이상은 서로를 향해 '사단'이라 부르는 식의 언어폭력이나 물리력 행사는 없어야 할 것입니다.

교회개혁을 하시겠다는 것 아니십니까. 솔직히 이제까지 시온교회 비대위의 처신과 결정에서 교회개혁을 하는 동지애를 느끼기엔 무리가 많았습니다. 원로목사님 측 성도들 또한 여러 가지 자충수를 둔 것 같습니다. 비록 소수파라고는 하나, 그리고 정당한 권리 주장이란 측면이 없지 않았다고는 하나, 목사님께, 그리고 시온교회 비대위 형제·자매들에게 해서는 안 될 언행을 하셨다고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부디 목사님과 시온교회 비대위가 크리스천의 멋과 태도를 발휘하셔서 시온교회의 화해에 앞장 서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좋은 결과를 희망합니다. 영육간에 건강하십시오.


다음은 김형태 원로목사님과의 인터뷰다. 이 인터뷰는 지난 7월 7일 오후 5시, 대전 성산수도원에서 단독으로 진행되었다.

- 시온교회는 어떤 교회인가?

23년 동안 시온교회에서 목회를 하다가 정년 은퇴를 하였고 만 3년 7개월이 지났다. 부임할 당시의 시온교회 주변은 한강 수재민들이 몰려들었던 수재민촌이었다. 부임을 했을 때 성도들이 70여 명이었는데 23년 일하는 동안 주일 출석교인 1300여 명, 주일학교까지 합치면 2000명 교회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나님이 축복하셨다.

영적인 면과, 성경 지식 면에서 우리는 가장 대표적인 교회가 되려고 노력했다.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 배운 자와 못 배운 자, 출세한 사람과 사회의 그늘에서 시들어가는 모든 사람이 하나 되는 진짜 목회의 본을 보이려고 했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 책을 통해 익힌 대로 목회학을 실습하듯 (목회를) 했다. 때문에 나는 목회를 했다기보다는 목회학을 실습하다가 끝난 사람이다.(웃음) 은퇴 전 주간에 교회의 모든 빚은 다 청산했고, 새로운 담임목사를 위해 교회 강단까지 바꾸었다. 그런 복을 하나님이 주셨다.

- 후임 결정 과정을 말해 달라.

성도들이 미국에 있는 허연행 목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아 인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허 목사를 일차적으로 타진을 했으나 개인 사정 때문에 성사되지 못했다.

다음 순번이 김성철 목사였는데, 인사위원회에서 두 차롄가 찾아갔으나 "대전 용문교회를 떠날 수 없고, 아버지를 돕는다면 아버지가 하시는 대전 성산수도원의 일을 돕는 것으로 대신 하겠다"는 등의 이유로 거절을 당했다. 그래서 인사위원회의 공식 요청을 받고 내가 다시 제안했지만 역시 깨끗하게 거절당했다. 서운함도 없지 않았지만(웃음), 다시 생각하니 주관이 뚜렷한 아들이다 싶어 고마웠다.

그 이후 김동환 목사를 후임으로 결정을 했는데, 미국 침례교단 목사였기 때문에 교단이 요구하는 공부가 필요했다. 김동환 목사의 2년 청목과정을 거치는 동안 위임 문제를 놓고 말이 많았다. 그러나 이미 위임 결정이 확정되었기 때문에 그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을 했고, 당시 임시당회장 최태협 목사의 수고로 위임을 잘 마칠 수 있었다. "목회는 지면서 이기고, 손해를 보면서 득을 보고, 오래 참고 견디면서 성공하는 것"이란 등등의 이야기를 선배로서, 전임자로서, 또는 스승으로 해 주었다. 그 이후의 진행사항은 다 아실 것이다.

- 사태가 벌어진 후 벌써 수 개월이 흘렀는데 현재의 심경은 어떤가?

이런 일이 있어서 정말 천지가 무너지는 것 같고, 마음 아픈 것은 말로 형용할 길이 없다. 원인이 어디에 있든, 시온교회를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면서 "우리도 시온교회처럼 해 보자"던 노회 소속의 여러 교역자들과 교회에 한 없이 죄송스럽고 인간적으로 부끄럽다. 하나님의 교회니까 하나님께서 인도하시고 바로 세워주시리라 믿을 뿐이다.

- 이 사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나는 은퇴와 동시에 목회하는 문제, 교회 행정 문제, 교회 공식적인 문제에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회에서 부교역자 두 사람의 천거를 부탁한 일이 있었다. 김동환 목사에게 정식 당회에서 가결된 안건을 원로목사에게 요청하는 것이냐 물었더니 그렇다고 하기에 요청을 수락하였고, 한 사람의 의사를 타진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부교역자를 천거하게 되면 담임목사의 마음에 들든지 안 들든지 거부를 못할 것 같아서, 그렇게 되면 목회에 관여하는 것이 되고 교회에 깊이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 두세 주간 동안 생각하다가 정식으로 그 요청을 되돌려주었다.

교회에 문제가 생긴 다음에 노회를 대표하는 어느 어른이 만나자고 해서 만났더니 이쪽 장로들을 잘 타일러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라 하기에 역시 거부를 했다. 김동환 목사 측 말고 다른 측에서도 문제가 생기고 난 다음에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문의 전화가 있었다. 개인적인 문제라면 모를까 교회 문제, 교회 정치 문제에 대해서는 다시는 의논하시지 말라고 냉정하게 끊었다.

김동환 목사 측에서도 자기를 밝히지 말아 달라면서 저쪽 사람들이 노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그러지 못하게 해달라고 해 역시 딱 거절하였다. 그분에게 "이쪽도 공식적으로 요청하고 저쪽도 공식적으로 요청을 하면 그 때는 생각을 해 본 다음에 개입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나는 일체 개입을 못 한다"고 했다. 사람마다 자기 주관을 가지고 자기 식대로 살아가는 것처럼 그것이 내 식이고 내 방법이다.

- 시온교회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길 바라나?

김동환 목사 측에 계신 분들 다 착한 사람들이다. 나와 같이 생활할 때는 이 사람들을 키워서 앞으로 어떻게 일을 하도록 도우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기대하던 사람들이다. 저쪽 사람들도 그렇다. 제 새끼는 다 예뻐 보이는지 몰라도 나는 목회할 때 다 사랑했다.

바리케이드를 치고 진치를 구축하면 뭐하나. 교회 여론만 나빠지고, 사회로부터는 비난을 받고, 시온교회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얼마나 근심이 많겠는가. 갑자기 하나 될 수는 없겠지만 시간을 바꾸어가면서 양 쪽이 예배를 드리면 좋겠다. 그러면서 서로 서로 얼굴 표정도 부드러워지고, 감정도 풀리면 시간이 지난 다음에 다시 화합할 수 있지 않겠나.

- 옳고 그름을 떠나 교회 문제가 사회 법정으로 가는 것은 가급적 자제되어야 하지 않나.

이렇게 신경들이 예민하고 없는 말도 지어내는 판국에 내가 이쪽 분들이든 저쪽 분들이든 만나서 이야기를 했다면 대번에 또 다른 쪽 분들이 오해를 하거나 상처를 받지 않겠나. 있는 말 없는 말이 증폭이 돼서 더 복잡해지지 않겠나.

나는 나대로 내 믿음을 지키면서 하나님만을 잠잠히 바라면서 연단을 이룰 것이다. 나는 이쪽 사람이든 저쪽 사람이든 저주하거나 미워하지 않는다. 나는 정말 사심 없이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봉사를 했다. 앞으로 시온교회가 이제까지 말한 것 같은 과정을 거쳐 다시 화합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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