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범어교회 신축 건물 조감도. ⓒ뉴스앤조이
교회신축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지역주민과 교회간의 마찰은 더 이상 특별하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대구광역시 수성구 범어4동 산104번지 일대에 새로운 교회 건축을 둘러싸고 교회 측과 주민 사이에서 팽팽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교회설립 1백주년을 맞아 새 교회당을 건축하려는 범어교회(예장합동, 장영일 목사)와 교회 이전지 거주 주민들은 해당 수성구청의 건축허가 여부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수성구청의 홈페이지 게시판은 물론 대구광역시청 게시판에도 ‘범어교회 신축이전을 결사반대 한다’는 내용의 글을 반복하여 올리고, 건축 반대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하지만 교회 측은 부지 매입이 끝났고, 건축법상 어떤 문제도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주민의 반대는 부당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교회는 조만간 설계도면을 완성하여 해당구청의 허가만 받으면 곧 건축에 돌입할 예정이다. 

만약 주민들의 반대가 계속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교회 측은 “법적인 문제가 전혀 없는 합법적인 공사진행을 민주국가에서 막을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오히려 반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공사진행에 따른 교통난 유발, 사고위험성, 공사소음 및 먼지발생으로 인한 지역 4개 학교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자연녹지 훼손 등을 이유로 내세워 교회이전이 부당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 대구 범어교회 신축건물 조감도. ⓒ뉴스앤조이

이전 반대 주민들의 표면적인 사유

주민들이 해당구청인 수성구청에 진정한 내용부터 살펴보자. 우선 한주향이란 이름으로 올린 진정서 내용이다.

“범어교회가 새로 들어설 지역은 경동초등학교, 정화중학교, 정화여자고등학교, 동도중학교 등 4개의 학교가 있는 곳이다. 공사로 인한 학습권 침해, 교통사고 위험이 예상된다. 또 그곳은 자연녹지 지역이다. 교회가 산을 깎고 건물을 지으면 자연훼손이 우려된다. 또 교인들의 차량으로 인해 교통혼잡이 예상된다. 게다가 교회에서 들리는 소음으로 인해 아이들의 수업이 힘들어질 것이다. ”

또 배효석이란 이름으로 올린 ‘범어교회 관련자들은 다시 생각해 보세요’란 제목의 글은 “2천명이 넘는 교회가 문화센터와 함께 이전한다면 주변 4개 학교로 진입하는 2차로의 도로는 더 이상 학생들을 위한 도로가 아니라 교회를 위한 도로가 될 것”이라며 교통혼잡을 이유로 교회의 이전을 반대했다.

물론 민원인의 글 중에는 기독교에 대한 배타적인 글도 포함돼 있다. 가령 “입장을 바꿔 기독교인인 당신이 사는 지역에 커다란 불당이 들어선다면 어찌 할 것이냐”는 식이다. 

주민들의 민원에 대한 해당구청의 입장

수성구청 주택건축과의 공식 입장은 대구시 교통영향심의위원회의 요청이 있으면 주민들의 반대여론을 첨부하여 제출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택건축과는 지난 6월 30일 접수된 교통영향신청평가서를 검토한 결과, 범어교회 건축허가시 교통혼잡이 우려되므로 주차장 진출입 완화 도로차로와 대체시설 설치 검토를 요구했다.

주택건축과의 김 아무개 담당자는 “현재로서는 시 교통영향심의위원회에 주민들의 민원사항을 올리는 길 밖에 없다. 법적으로 건축에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정당한 민원제기에 대해서는 교회 측이 주민을 설득하거나 일정부분 타협해 가며 건축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범어교회 측 입장과 답변

주민들의 교회 이전을 막기 위해 집단행동을 벌이는 수준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범어교회 측은 최대한 주민들을 설득하며 협조를 구해겠지만 아무런 법적인 문제가 없는 이상 조만간 건축에 착수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교회 건축위원회 총무 정연덕 장로의 말이다.

“교회가 세워질 곳은 가시나무가 우거지고 과거 주민들의 텃밭으로 이용되던, 어찌보면 방치됐던 지역이다. 이곳을 공원으로 개발해 지역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것이다. 따라서 녹지훼손이란 주장은 맞지 않다. 또 예배당을 지하에 설치, 소음발생을 최소화할 것이며, 교육관 시설만 4층으로 지상화해 타 종교인의 거부감을 줄일 예정이다. 또 시에서 계획도로가 개통될 예정이라 교통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게다가 교인들이 통행하는 시간은 아이들이 하교시간이 지난 저녁시간이나 주일이므로 교통체증 유발은 억지주장이다. 소음이나 먼지 발생은 불가피하지만 최소화하도록 할 것이다. 앞으로 해당구청의 허가가 나면 주민설명회를 열어 이같은 교회의 입장을 밝혀 이해를 구하겠다.”

이같은 정 장로의 설명은 담임목사인 장영일 목사가 홈페이지에 올린 답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장 목사는 ‘안타까운 마음으로’란 제목의 글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주민입장에서 반대할 이유가 있다고 본다. 후에 자세히 설명할 기회를 만들겠다. 건축시 최대한의 안전과 소음방지 대책을 수립하도록 하겠다. 교통혼잡을 우려하는 분에 대해서는 교회 출입자 대부분이 평일 학생들의 등하교 시간을 피하게 될 것이므로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지만 그 대책도 모색하겠다. 지상 대부분을 녹지정원화 할 것이며 공원부지에 해당되는 산지를 테마공원으로 조성해 산책, 운동, 쉼터로 꾸며 주민에게 제공할 것이다. 자녀들이 교회당을 보며 자랄 경우 인격과 성품이 선하고 깨끗하게 자라게 될 것이므로 큰 유익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긍정적인 시각에서 종교시설물을 보아달라."

▲ 대구 범어교회 현 건물 전경. ⓒ뉴스앤조이

교회이전에 따른 주민갈등을 보며 생각해야 할 가르침

범어교회는 장년 1천8백여 명, 교회학교 학생 7백 여명에 달하는 비교적 대형교회에 속한다. 또 1백년이란 역사를 가진 교회로 교세의 증가에 따라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 시설을 확장해 온 터라 시설확장의 한계상황에 도달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에 수천 명의 교세를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교회당을 짓고자 한다면 시 외각으로 나가거나 지금처럼 자연녹지 지역을 형질변경해 지을 수 밖에 없다(참고로 범어교회의 이전 예정지는 연건평 6천여평이다).

범어교회는 그 과정에서 학교가 4곳, 아파트단지가 입주해 있는 지역을 대상지로 선정한 것이다. 물론 위에서 살핀 것처럼 아무런 법적인 문제가 없을지도 모른다. 또 장 목사의 말처럼 지역주민들에게 유익한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교회 건축을 둘러싸고 지역민과의 마찰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교회 측은 주목해야 한다. 

최근 <뉴스앤조이>를 통해 소개된 고려신학대학원 한정건 교수의 글은  “교회당 건축이 교회의 지상과제가 아니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문제점은 대형교회가 기존의 시설도 튼튼하고 좋은데도 더 크기 위해, 더 교인을 끌어 모으기 위해 더 큰 교회당을 더 화려하게 짓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로 인해 개척교회나 작은교회들은 그나마 몇 안되는 교인들조차 빠져 나가는 소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빚어지는 것”이란 지적을 곱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일정규모의 교회로 성장하면 더 큰 건물로 옮기고, 교회버스를 동원해 교인들의 이탈을 막는 기업형(?) 교회들을 종종 보고 있다. 반면에 어느 정도의 인원이 모이면 자금과 인원을 나누어 분립 개척하는 사례들도 보고 있다.

교회의 덩치가 커질 때 자칫 교회의 본질을 상실하게 될 수도 있다는 신학자들의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일정 정도의 규모라는 것은 매우 주관적이며 상대적이긴 하지만 대형화와 화려함에 익숙해져 있는 한국교회로서는 항상 조심하며 돌아봐야 할 주제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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