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회 정치는 지교회 교인들이 그리스도의 주권 아래서 장로를 선택해 당회를 조직하고, 그 당회로 하여금 치리의 사역을 하게 하는 정치다. 그러므로 장로회 정치는 기본권이 교인에게 있는 신본주의 공화정치다.

당회는 치리의 사역으로 교회를 섬기는 목사와 장로로 구성해 성경 말씀대로 지교회를 봉사한다. 보다 넓은 치리회(노회·총회)는 교회의 화평과 성결을 파수하며, 증진하는데 수종을 든다.

칼빈의 큰 공헌 중에 하나는 교회 정치와 권징에 평신도를 참여케 한 일이다. 로마 가톨릭 교회는 평신도가 수동적인 존재였고 법적인 권한도 없었다. 이점에서 루터는 그의 유명한 만인사제직 교리를 말하면서 성직자와 평신도의 간격을 좁히고자 했다.

칼빈은 만인사제직을 조직적 형태로 체계화하고, 지교회와 상급 치리회에서 평신도들이 자리를 가질 수 있게 했다. 또한 교회 내에서 평신도 대표가 성직자와 동일한 권위를 갖도록 교회 내의 치리, 신조와 정치의 결정, 신앙공동체 생활을 감독하는 일 등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장로교회는 평신도들에게 처음으로 그들을 대표하는 치리 장로를 통해 교회 정치와 행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한 민주제도다. 이 제도는 당회, 노회, 총회라는 기관 회의에서 모든 정치를 하는 것이다. 칼빈이 제네바시의 정치를 대의정치로 했고, 이것이 후대에 의회정치를 이루어 서구 민주주의에 큰 발전을 가져오게 했다. 이러한 장로 또는 의원이라는 대표자를 통한 대의정치는 중세의 교황 정치에 비할 때 획기적인 민주적 방법이었다.

1978년 요한 바오로2세를 교황으로 선출하기 위해 바티칸에 모인 여러 추기경들은 수차의 투표에도 불구하고 법적인 득표를 얻지 못했다. 그래서 투표는 결과를 얻을 때까지 계속했고, 운동경기나 물건을 나눌 때는 제비뽑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들의 견해로는 제비뽑기가 세속적이라는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장로회 정치의 근본은 공의회정치며, 회(會)는 의원들이 모여 하나의 의견을 돌출해내는 것이다. 평신도 대표자들인 장로들이 모여 평신도의 의견을 투표를 통해 반영하는 것이 장로정치의 원리인 것이다. 장로교회에서 정치 해설을 쓴 임택진 목사님은 그의 저서에서 "장로주의 정치란 주권이 교황이나 감독 등 성직자에게 있지 않고 바로 교인에게 있는 민주 정치요, 다만 그 주권 행사는 교인에 의해 선택된 장로와 치리회를 통해 다스리는 공화정치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우리의 교회는 장로교회고 교회의 정치원리로서 장로주의를 표방한다. 그래서 우리는 교회 이름을 대한예수교장로회(Presbyterian Church)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 있어서 우리가 믿고 표방하는 장로교회가 어떤 교회인가 잘 모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어떤 목적을 따라서 어떤 교회에 속하든, 신앙고백 위에 있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 분위기다. 정작 장로교회임을 주장하고 있을지라도 장로교회의 원리를 가지고 있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이 개교회의 오류라면 그래도 조금이나마 시정의 가능성이 있다 하겠지만, 교단 전체가 오류를 범하고 탁류에 함께 흘러간다면 이는 사건을 지나 사고다. 따라서 제비뽑기란 평신도의 참정권을 빼앗아 버리고 장로주의 근간을 흔들어 버리는, 반 장로주의적인 것이며 반 공화적이며 비민주적인 폭거다.

우리 교단에서 제비뽑기의 처음 수혜자인 한명수 목사는 성결교단의 교단지인 '活天'라는 잡지의 인터뷰에서 분명히 말한다.

기자 : 한국교계 선거 풍토에 새바람을 가져올 '제비뽑기'를 통해 선출되셨는데요, 이미 보도가 많이 됐습니다만, 이러한 방식이 의도하는 바를 다시 한 번 정리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아울러 앞으로도 계속 이 제비뽑기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인지요?

한목사 "아시다시피 저희 교단은 6,700개 교회, 240만 성도, 11,000명의 목사를 자랑하는 한국 최대의 교단입니다. 그러나 저희를 포함해 한국교계에 언제부터인가 교권주의가 팽배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한 금권선거에 우리 모두가 몸살을 앓아왔습니다. 하여 우리 교단은 이런 금권정치를 타파하고자 이번에 제비뽑기 선거를 과감하게 도입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저 자신은 이런 제도에 반대했던 사람입니다. 우리 모두가 성령의 지배를 받는 상태에서 밝은 마음으로 투표에 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늘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교단의 결의에 순종하는 자세로 이번 선거에 임했습니다. 최선의 방법은 아니나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가는 차선책으로 수용한 것입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정치 원리 제1조는 양심의 자유를 말한다. 양심을 주재하는 이는 하나님뿐이시다. 그가 각인에게 양심의 자유를 주어 신앙과 예배에 대하여 성경에 위반하거나 지나친 교훈이나 명령을 받지 않게 하였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신앙에 대하여 속박을 받지 않고 그 양심대로 할 권리가 있으니 아무도 남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못한다.

평신도의 참정권! 그것은 분명히 투표를 통해 완성한다. 그러므로 이제 장로주의의 원리를 저버린 우리의 총회는 그 명칭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대한 예수교 제비뽑기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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