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도하는 석원태 목사.
2003년 3월 장남 석기현 목사(47)에게 교회를 세습해 물의를 빚은 바 있는 경향교회(서울시 강서구 등촌동 131) 석원태 목사(71)가 6월 27일 예배에서 고(故) 김선일 씨 죽음과 관련, "그가 기독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 "예수는 전도하고 죽을 일이지"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아말렉의 이름을 도말할지니라'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석기현 목사에 이어 강단에 오른 석원태 목사는 약 6분 동안 김선일 씨의 죽음을 비하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른 것은 김선일 씨가 이라크에 간 이유. 온누리교회를 비롯한 보수성향 교회들이 김선일 씨의 죽음을 '순교'로 보는 것과는 달리, 석원태 목사는 김 씨를 "장사하러 간 사람" "돈벌이하러 간 사람"으로 언급했다. 언론에서 김선일 씨의 독실한 신앙을 크게 부각했던 것과는 거리가 있는 관점이다.

석원태 목사는 김선일 씨 추모 열기에 대해서도 "동정심은 한국이 1등이다" "김선일의 죽음이 세계를 시끄럽게 할만한 죽음인가? 아니다" "사람들이 쓸데없는 동정을 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김선일은 돈벌이하러 간 사람"

▲ 석원태 목사.
석원태 목사가 김선일 씨의 죽음을 탐탁히 여기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김선일 씨가 테러범들에게 살해당하기 전에 "예수 믿으라"고 하지 않고 "살려 달라"고 말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인 듯하다. 석 목사의 이런 감정은 "김선일 씨가 기독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 "신학교 가운을 입고 졸업한 사실이 부끄럽다"는 말에 함축적으로 드러나 있다.

김선일 씨가 죽음 전에 노무현 대통령에게 파병철회를 촉구하고, 미국 부시 대통령을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한 것도 석원태 목사에게는 불만인 것처럼 보인다. 석원태 목사의 비아냥은 발언 후반부로 갈수록 강도가 심해진다. 테러범들에게 '선교'를 하지 않고 죽었다는 것이 비판의 이유다.

"신자가 잡히면 "예수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 이렇게 말하고 죽어야 한다. 그러면 물론 방송에서는 자기 원하는 것만 방송할 것이다. 이거 짤리나 저거 짤리나 짤리는 것이 인생이다. 막가는 것이다."

"사람이 막갈 때, 기독신자가 마지막 맞이할 때, 하나님 만나기 예비해야 한다(성도들 아멘). 이런 의미에서 김선일의 말을 종합하면 예수 믿으라 전도 안 했다 생각한다. 부끄럽다."

"한 마디 하고 안 돌아가시고…. 선교하고 천당가면 되지, 앞으로 선교하려고? 죽기 전에 한 마디 하는 것이 선교다. 그런 시각에서 그 분 기사 나오면 백성 앞에 부끄럽다."

"예수는 전도하고 죽을 일이지."

엽기 발언에 엽기 대응하는 교인들

▲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위치한 경향교회 전경. ⓒ뉴스앤조이 신철민
상식의 수준에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석원태 목사의 말이 쏟아지는 데도 교인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석 목사의 썰렁한 농담에 웃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전도를 강조하는 부분에선 '아멘'으로 소리치는 모습이 기괴하게 다가온다.

김선일 씨에 대한 석원태 목사의 평가는 결국 "쯧쯧" 하는 제스처로 마무리 됐다. 석 목사는 "신학교 졸업생이…" 하는 말과 함께 크게 혀를 찼다.

경향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고려) 서울남노회 소속으로 1973년 석원태 목사가 개척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고려)는 가장 보수적인 교단으로 알려져 있으며, 석원태 목사는 △교단 유지재단 이사장 △고려신학교 교장 △학교법인 경향학원 이사장 △경향선교회 회장 △사회복지법인 경향복지재단 이사장 △도서출판 경향문화사 대표를 맡고 있다.

아래는 문제의 발언 전문이다.

앞으로 돈 벌러 갈 사람 있나? 장사하러 갈 사람 있나? 물론 살려고 기도해야 한다. 그러나 대략 사람이 마지막이 다가오면 감각이 온다. 감각이 오면 "주여 내 영혼을 받으소서 나도 한 마디 하고 가야겠습니다" 하고 예수는 전도하고 죽을 일이지. 신학교 졸업생이 쯧쯧(혀를 차며). 여기 고려신학교 졸업생 계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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