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독자번역반대모임 회원들이 공청회가 열리는 대성교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성경단독번역을 추진하고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총회장 임태득 목사)의 '성경번역을 위한 공청회'가 교단 내 젊은 목회자들의 실력 저지에 부딪혀 무기한 연기됐다.

6월 28일 서울 이태원동 대성교회(서기행 목사)에서 열린 마지막 공청회는 시작과 동시에 이 교단 젊은 목회자 60여 명으로 구성된 '성경독자번역반대모임' 회원들이 단상을 점거하며 공청회를 무산시켰다.

▲ 200명이 넘는 참석자들. 이 가운데 상당수가 성경독자번역을 반대하는 사람들이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개역개정판성경대책위원회(위원장 임태득 목사)가 주최한 이날 공청회는 200여 명이 참석할 정도로 제법 관심을 끌어, 6월 3일 대전과 4일 부산에서 열린 공청회가 교단 목회자들의 무관심 속에 치른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그러나 이날 참석한 목회자 가운데 상당수가 성경단독번역에 반대의견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반대모임 회원들은 단상을 점거하며 “공청회가 교단 내 다양한 의견을 모으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성경단독번역을 위해 명분을 쌓기 위한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며 “성경번역과 공청회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이들이 강하게 저항하자 공청회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선언했다.

대책위는 "이번 공청회를 저지한 세력 가운데는 예장합동 소속이 아닌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면서 "이들의 배후에서 조종하는 세력이나 단체를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대모임은 "성경단독번역을 반대한 예장합동 소속 전도사·강도사·목사 60여 명이 의기투합했지, 성서공회의 사주를 받거나 교갱협 소속이 아니다"며 다른 단체와 관계를 전면 부정했다.

또 대책위는 빠른 시일 안에 서울 지역에서 공청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지만, 반대모임 역시 이를 무산시키겠다고 나오고 있어 양측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성경독자번역반대모임 회원들과 대성교회 관계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대성교회 교인들은 교회 밖에서 시위를 벌이면 교회 이미지가 실추되니 안으로 들어가서 하라고 권했고, 반대모임이 이를 받아들였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성경단독번역을 위한 공청회가 열린 대성교회는 욕설과 몸싸움이 난무하고, 경찰이 출동하는 등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성경독자번역반대모임 회원 60여 명은 공청회가 열리는 6월 28일 오전 11시 대성교회(서기행 목사) 마당을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총회결정 역행하는 성경독자번역 반대한다” “어용교수 정치목사 즉각 물러가라”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했다.

개역개정판성경대책위원회(위원장 임태득 목사) 소속 목사들과 대성교회 관계자들이 “동네주민들 보기에 창피하니까 안으로 들어가자”고 강권해 반대모임 회원들은 교회 안으로 들어갔다.

▲ 공청회 관계자들은 공청회장이 소란하다는 이유로 양복을 입지 않은 사람은 들어오지 못하게했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그러나 예배당 출입문에서 다시 한 번 작은 몸싸움이 벌어졌다. 주최 측에서 평상복 차림을 한 사람들의 예배당 출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문을 지키는 실무자들은 “어른들이 양복입지 않은 사람들은 들여보내지 말라고 했다”면서 “아마도 공청회와 관련 없는 사람이 행패부릴 것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뜻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주최 측의 입장 때문에 반대모임 상당수 회원들은 들어갔으나, 신학생들과 일부 기자들은 한동안 들어가지 못했다. 한 신학생은 먼저 들어갔다가 “저놈 신분조회하라”는 목사들의 폭언을 듣고 쫓겨나오기도 했다. 한 목사가 “밖에 있는 사람도 들어오게 하자”고 제안했으나 주최측은 이를 거부했다.

▲ 성경독자번역 찬성, 반대 양측 목회자들은 결국 몸싸움을 벌이다 바닥에 나뒹굴었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예배는 차분하게 진행됐으나, 공청회가 시작하자마자 반대모임 회원들이 “불법 공청회 무효”를 외치며 단상을 점거했다. 반대모임 공도원 목사(영성교회)는 "예장합동이 개역개정판 성경을 받아들이기로 대한성서공회와 약속해놓고 갑자기 파기하고 졸속으로 성경을 번역하는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

하봉락 목사(대현교회)도 "두 번에 걸친 공청회가 성경단독번역 반대의견을 배제하고 찬성 측 주장만 듣는데 이용됐다"면서 "최소한 세 번째 공청회는 반대 측 의견도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사회자 김춘환 목사(대책위 서기)가 "반대의견을 순서에 넣지 않은 것은 운영상의 실수다"며 "질의응답 시간에 충분히 반론할 기회를 주겠다"고 사태 진화에 나섰으나 이미 때를 놓쳤다. 반대모임 목회자들은 "그게 의도된 것이지 단순한 실수냐"며 공청회를 주최한 개역개정판성경대책위원회(위원장 임태득 목사)와 주제발표를 맡은 총신대 서철원·유상섭 교수를 향해 "물러가라"고 외쳤다.

주최측과 반대모임 회원 간의 실랑이는 욕설로 이어지고, 끝내 서로 뒤엉켜 싸움을 하는 추태로 이어졌다. 대책위는 정회를 선언한 뒤 경찰에 신고해 반대모임 회원들을 내보내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공청회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 주최 측이 공청회를 방해한다며 경찰을 불렀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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