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자리한 청운교회 신축 현장. ⓒ뉴스앤조이
지방자치의 꽃을 피우기에 여념이 없으신 존경하옵는 권문용 강남구청장님께 먼저 문안 인사부터 올립니다. 강남구를 떠나온 지 어언 4년이 됐습니다만, 권 구청장님의 구민 밀착 행정에서 받은 감동만큼은 여전히 가슴을 울립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을 때 강남구의 친절 행정에 젖어 살았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습니다. 제 아내는 "강남구는 쓰레기 분리수거가 잘 됐는데…."하면서 아쉬움을 쉼 없이 털어놓더군요.

"이 공사는 ○○공사이에요. 불편을 끼쳐 드려 죄송해요. ○일까지 마무리하겠어요."

도로공사 현장을 지날 때마다 '또 예산 낭비하는구먼!'하던 제가 강남구청의 친절행정에 감동을 받아 부끄러워 낯을 들지 못했다는 말씀도 이제야 올립니다. 제가 사는 이곳도 강남구의 그 친절행정을 배워 공사장 곳곳에 안내 푯말을 '친절하게' 세우고 있습니다.

권문용 강남구청장님, 이제 제가 이렇게 펜을 들게 된 사연을 말씀 드려야겠지요. 며칠 전에 저는 역삼동에 거주하는 한 지인으로부터 '강남구청이 탁상행정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순간 이상하게도 저는 안타까운 마음을 주체할 수 없더군요.

그의 얘기인즉슨, 최근에 강남구청으로부터 신축 공사 허가(지하 4층, 지상 7층)를 받고 착공에 들어간 청운장로교회의 태도가 아주 못마땅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이는 크리스천인 제가 꾸준히 전도한 덕에 기독교회에 상당히 우호적이 됐는데, 이번 공사로 크게 실망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는 이웃 주민들의 불만을 조목조목 적은 메모지를 제게 보였습니다. 그동안 제가 입이 닳도록 '좋게좋게' 이미지 메이킹을 해준 기독교회를 등지려고 단단히 마음을 먹은 것처럼 말입니다.

메모지에는 △일조권 침해 심각 △빛 반사율이 높은 외부 마감재 사용 △법정 주차대수를 초과하는 지하 주차장 설치 △공사기간의 장기화로 세입자들의 보증금 환불 요구 등 열 가지 정도의 불만사항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이들 요구사항보다 더욱 심각한 사실을 한 가지 발견하고는 자못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강남구청에 대한 불신이 그것이었습니다. '구민을 먼저 생각하는' 친절행정의 선봉에 서 있는 강남구청의 이미지를 순식간에 좀먹는 벌레같은 존재 말입니다.

그가 말하는 불신의 발단을 구청장님께 말씀 드려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반드시 구청장님께서 그 불신의 진원지를 파악하시어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하시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서입니다. 그의 말을 여기에 그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강남구가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건축허가 전 인접 주민 의견수렴' 모임에서) 채모 동장은 '건축을 하되 신축 건물의 북쪽에 자리한 4m도로를 6m화해야 한다. 건축주 측에게 설계도 복사본을 받고 의문사항이 있으면 질의하라.'고 말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건축 관련자들은 설계도 대신에 조경도를 주고 사라졌다.

그래서 지난해 6월 25일 오전 8시 40분에 채 동장에게 민원사항을 직접 전달했는데, 놀랍게도 며칠 만에(정확하게 6월 30일) 건축허가가 떨어졌다. 민원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여러 달 동안 민원에 대한 답변을 학수고대했는데, 답변은커녕 며칠 만에 '건축허가'가 떨어지다니 정말 이해가 안 된다. 이래도 강남구청이 주민을 위한 행정을 편다고 할 수 있겠나. 지난 2월 11일에 직접 수입인지를 구입해 설계도면을 찾아와 보고서야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탁상행정 아니고 뭔가."

권문용 강남구청장님, 강남구의 이미지를 이렇게 구겨지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그이는 이 밖에도 구청 건축과 직원의 오만하고 불친절한 태도를 지적했습니다. 또 구청직원과 건축주 측과의 사전 연락 가능성(지하 굴착작업으로 땅울림 현상과 심한 소음이 유발돼 구청직원에게 전화 연락을 해 직원이 방문할 때마다 '공교롭게도' 공사가 중단되는 기현상이 일어난다면서)도 제기할 정도로 강남구청의 건축 행정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음을 알려드립니다.

부디 더운 여름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어 더욱 주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구청을 이끄시기를 기도드리며 오늘은 여기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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