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는 기존 교회의 설교 형태를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평신도가 설교하는 교회 다섯 곳을 취재했다. 평신도 설교를 시행한 기간, 교회 규모, 담임목회자 유무, 평신도 설교 횟수 등 교회마다 사정이 제각각이다. 이들 교회는 평신도의 설교를 목회자의 설교와 같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교인들이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리고 평신도 설교자를 선별하는 교회 공동체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고, 설교하는 평신도들이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어, 밖에서 염려하는 문제들은 기우일 뿐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편집자 주).

언덕교회 - 처음 시도하지만 자연스럽다

언덕교회(박득훈 목사) 규약에는 “설교행위는 평신도에게 개방되며, 교회는 평신도의 설교기회를 적절히 보장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올해 언덕교회는 4번에 걸쳐 평신도 설교를 시행할 계획이며, 벌써 평신도들이 두 번 설교한 바 있다.

올해 3월 평신도로서는 첫 설교를 한 신현호 집사(예배부장)는 “3주 정도 준비해 설교했다”면서 “신학적인 훈련을 받지 않아 설교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설교할 기회를 좀 더 자주 얻는다면 훨씬 나아질 것이다”고 말했다.

담임 박득훈 목사도 “연말에는 내년에 한 달에 한 번씩 하자고 제안할 작정이다”고 말할 만큼 평신도 설교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평신도 설교를 살펴본 결과 상당히 정성껏 준비했고, 신학적으로도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 목사는 “평신도들이 설교가로서의 은사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평신도 설교는 유익할 뿐만 아니라, 목회자와 평신도가 서로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평신도들이 설교를 준비하며 매주 설교를 준비하는 목회자의 고뇌를 자연스럽게 이해한다는 것이다.

▲ 언덕교회 주일예배에서 설교하고 있는 김영식 집사. ⓒ사진 제공 언덕교회

새길교회 - 말씀증거자 4명 중 2명은 평신도

새길교회는 창립한 1987년이래 담임목사 없이 평신도교회의 모습을 변함없이 유지하면서, 목회자와 평신도들이 돌아가면서 설교하고 있다.

새길교회가 지향하는 예수 따르미로서의 삶을 잘 실천한다고 교회공동체의 지지를 받은 네 사람의 설교자-권진관(성공회대 신학과) 길희성(서강대 종교학) 최만자(새길기독사회문화원 원장) 한완상(한성대 총장)-가 돌아가면서 설교한다. 이 중에 최만자 원장과 한완상 총장은 평신도.

이들 외에도 평신도 가운데 설교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올해 초 평신도로서 설교한 정경일 씨는 설교 준비에 대해 “어떤 사람은 신학적인 문제가 없는지 교인들에게 전자우편을 통해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고 사례를 소개했다. 설교에 임하는 새길교회 평신도들의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새길교회는 교인 절반이 박사급 학자일 만큼 엘리트 중심의 교회이기 때문에 평신도 설교가 가능하다는 지적에 대해 최만자 원장은 다른 견해를 제시한다. 그는 “누구든지 쉽게 설교할 수 있는 작은 모임에서는 구별 없이 나누게 하고, 주일예배 때에는 준비된 사람들이 그 역할을 감당하게 한다”며 “준비된 정도에 따라 구별하는 것은 일방적인 엘리트 중심주의와는 구별된다”고 주장했다.

▲ 새길교회 예배 전경. 17년 동안 평신도 설교가 가능했던 이유는 평신도들의 철저한 준비, 그리고 평신도 설교를 목회자의 설교와 같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인 교인들의 성숙함에 있다. ⓒ사진 제공 새길교회
강동교회 - 설교 비중 줄이고 성찬예배 시도

강동교회는 평신도들이 평신도교회를 지향하며 개척한 교회다. 모든 구성원이 같은 신분의 그리스도인으로서 각자 하나님께 받은 은사대로 충성을 다한다는 원칙에 따라 직업적 목사를 따로 두지 않고 있다. 대신 장로 두 명을 선출했고, 한 사람에게 일이 몰리는 것을 철저하게 지양한다.

목사가 없으니 설교 중심으로 진행되는 기존 교회 예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주일에는 성찬예배, 일반예배, 목양모임을 갖는다. 성찬예배는 누가 주도하지 않고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기도하고 싶은 사람은 기도하고 찬양할 수도 있다. 새신자들을 위해 일반교회 형식으로 예배드릴 때에는 설교시간이 20~30분밖에 되지 않는다.

설교자는 장로, 집사, 각 부서별 목자들 의논해서 성경을 정확하게 해석하는 은사가 있는 사람을 세운다. 최승호 장로는 “초기에는 교인들이 설교 중심의 기존 교회에서의 관습을 벗지 못해 설교를 듣는데 익숙하고 삶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차츰 교회에서 교인들이 스스로 교회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고 주체의식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산울교회 - 한 달에 한 번 평신도가 설교

산울교회(조성기 전도사)는 한 달에 한 번 평신도를 설교자로 세운다. 교회 운영을 맡고 있는 조성기 전도사는 한 달에 세 번 설교한다. 교인들은 한 달 전에 다음 달 설교자를 정한다. 다음 달 설교자로 지정된 사람은 거의 한 달 동안 준비를 하는 셈이다.

산울교회는 정기적인 성경공부 모임에서 시작했는데, 교인들이 소그룹 성경공부를 통해 말씀 훈련을 철저히 받았기 때문에 평신도 설교의 필요를 공감하고, 자신이 설교하는데도 큰 어려움이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조성기 전도사는 교인들에게 설교의 방향을 잡아주기보다 “그 말씀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갚라는 질문을 던지도록 권한다. 평신도들이 설교에서 신학적 지식을 전하기보다 말씀과 삶을 통해 자신이 깨달은 것을 나누도록 강조하는 것이다.

향린교회 - 교인 모두가 참여하는 예배 지향

향린교회(조헌정 목사)는 1993년 마련한 교회 갱신 선언에 “예배에서 예배를 인도하는 목사와 예배자가 구분되어 목사가 일방적으로 이끌어 가고 평신도는 따라가는 형식에서, 공동체 구성원 전원이 참여하는 예배의 형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을 만큼 평신도의 설교에 대한 교인들의 지향은 분명하다.

정기적으로는 아니지만 특별예배를 드리는 경우 평신도 설교를 하고 있다. 통일이나 평화 등 그 때마다의 주제에 대해 설교할 평신도를 교인들에게 추천을 받아 목회자팀이 결정한다.

혼자 설교하는 것보다 두 세 사람이 공동으로 설교를 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겨울수련회 대예배에서는 네 명이 설교했는데, 남자와 여자, 그리고 교회에 오래 다닌 사람과 나온 지 한 달밖에 안 된 사람이 설교했다.

주재일·최소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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