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신문사 실행이사회(이사장 변우상 목사)가 17일 정기이사회 전에 주필 선임을 강행하려다가 노조의 실력 저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실행이사회는 5월 14일 오후 1시 대전 시내 한 음식점에 모여 김성규 사장의 추천을 받은 김영우 주필의 연임을 위한 투표를 시도했다. 이날 이사회는 실행이사 30명 가운데 해외 출장 중인 노시환 장로를 제외한 29명이 모두 참석할 정도로 김 주필 연임 지지파나 반대파의 관심이 집중되는 회의였다.

그러나 주필 연임 찬반투표는 기독신문노동조합(위원장 김희돈)이 두 번에 걸쳐 변 이사장을 에워싸고 회의 진행을 막는 바람에 무산됐다. 변 이사장은 별실에서 김상권·서정태 부이사장과 논의 끝에 "더 이상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며 정회를 선언했다.

노조에 의해 무산되기는 했지만, 김 주필 연임 건은 실행이사회 내부에서조차 그 절차를 놓고 격론을 벌일 만큼 문제가 많은 사안이었다. 우선 주필 추천권을 가진 김 사장이 과연 사장으로서 자격이 있느냐는 문제가 대두됐다.

▲ 김 사장의 주필 추천을 강력하게 반대한 남승찬 장로. ⓒ뉴스앤조이 주재일
남승찬 장로 등은 김 사장이 총회의 명령을 지키기 않으면서 권리만 행사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김 사장에게 주필 추천권이 없다고 못박았다. 이들이 주장하는 핵심은, 총회가 기독신문사 파행 운영·공금 유용 등을 이유로 김 사장에게 사과문을 쓰고 350만 원 반환하라고 요구했는데 아직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

김 사장은 "이미 사과문을 썼고 돈은 언제까지 내라고 기한을 정하지 않아서 총회 전까지 내겠다"고 자신을 변론했으나, 오히려 논쟁의 불을 지피고 말았다. 김 사장은 사과문에서 자신의 잘못이 아닌 '기독신문사 문제'로 심려 끼쳐 죄송하다고 표현해 이사들을 자극한 바 있는데, 이번에도 김 사장이 사과를 충분히 했다고 말해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 이사들은 "당신이 잘못했지, 기독신문사 전체가 문제 있느냐"고 김 사장을 다그쳤다. 또 이사들은 "유용한 돈 350만 원을 가져오고 나서 주필을 추천하라", "권리만 있고 의무는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 김성규 사장은 현 주필 김영우 목사를 주필로 추천했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그러나 김 사장을 옹호하며 주필 선임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려는 이사들의 힘이 우세했다. 김 주필의 연임을 위해 전직 총회장로서의 명예까지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김동권 목사가 사장 옹호에 앞장섰다. 그는 "노조에게 고소당한 상황에서 돈을 낼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고 김 사장의 사정을 호소한 뒤, "김 사장이 주필을 추천할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변론했다.

일부에서 전체 이사회를 며칠 앞두고 무리하게 주필을 추천할 필요가 있느냐고 문제를 제기했으나, 주필 선임을 위한 투표 강행을 막지 못했다. 권주식 목사는 "주필 선임은 실행이사들의 고유 권한이다"며 투표를 강행하려 했다. 서기 최재우 목사는 "김 사장이 주필을 추천하는데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도왔고, 하귀호 목사도 "투표하자"고 밀어붙였다.

곳곳에서 "신문사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간 장본인을 선임하는 것만은 고려하자", "김 주필 연임을 놓고 4월 이사회에서 몸싸움까지 벌이다가 정회됐는데, 이러면 실행이사들이 또 욕먹는다"는 항의가 빗발쳤다. 한 이사는 "이러니까 총회가 썩었다고 손가락질 받는 것 아니냐"고 고함쳤다.

투표용지가 돌아가고 있는 순간, 노조원 10여 명이 회의장으로 들어와 변 이사장을 둘러쌓고 회의진행을 막았다. 노조원들은 "이렇게 불법을 저질러서는 안됩니다"며 이사장을 막고 눈물로 호소했다. 이사장은 노조원에 못 이겨 별실로 물러가 부 이사장 두 명과 논의 끝에 돌아와 결국 정회를 선언했다.

▲ 기독신문사 노조원들이 변우상 이사장을 밀실로 밀어내자 실행이사들이 "감금하지 말라"고 따지고 있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실행이사회가 끝난 직후 열린 임원회에서 김 사장에 대한 성토가 빗발쳤다. 서기 양근실 목사는 "당신이 돈을 안내서 주필을 추천하지 못했지 않느냐"고 김 사장에게 따졌고, 김백경 총무와 문세춘 감사 등도 김 사장을 압박했다. 그러나 김 사장은 현재 돈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노조가 횡령과 배임 혐의로 자신을 고발한 상황에서 350만 원을 돌려놓는다면 자신의 죄를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번 실행이사회가 정회됨에 따라, 재임을 강력하게 희망하는 김영우 주필 뜻대로 일이 풀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노조가 결재권·편집권을 모두 쥐고 신문사를 사유화하고 있다며 김 주필을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고, 상당수 이사들도 노조의 주장에 공감하고 김 주필의 재임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 주필은 5월 4일 2년의 임기를 끝내 더 이상 사설이나 칼럼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 수 없다는 점도 연임하는데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취재후기>합동 목사·장로님들, 반말·욕설은 제발 이제 그만

4월 16일 열린 정기이사회에서도 욕설과 주먹이 오고 갔는데, 이번 실행이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반말은 기본이고 상대편을 제압하기 위해 "이 새끼", "저 새끼" 하는 욕은 필수다. 자기 입으로 교회에서 존경받는 목사·장로님이라며 자중하자고 하면서, 상황이 조금이라도 꼬이면 존경이고 뭐고 필요 없다.

▲ 하귀호 목사는 노조가 회의장 안으로 들어오자 달려들어 주먹질을 했다. 여성 노조원이 하 목사를 막고 있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주필 연임을 위한 투표를 강행하자, 노조원들이 이사장에게 달려들었다. 노조원들을 제지하다가 한 목사가 넘어졌다. 노조원들은 제풀에 못 이겨 넘어졌다고 하고, 이사들은 어디서 목사에게 폭력이냐고 고함쳤다.

김백경 목사는 "목사를 감금하고 넘어뜨리느냐"며 노조를 비난했고, 이곳저곳에서 "야, 이 새끼들아" 하는 거친 말들이 튀어 나왔다. 하귀호 목사는 말이 필요 없다는 듯 노조원들에게 달려들어 주먹질을 했다. 주변에서 말리지 않았으면 지난 정기이사회에서 어느 목사와 주먹 싸움을 벌인 것을 그대로 재연할 뻔했다.

김동권 목사도 "목사를 넘어뜨리다니, 믿음의 세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노조에 굴복하면 안 된다. 투표를 강행하든지, 신문사를 폐간시키든지 하자"고 이사들을 선동했다. 이사회를 참관한 기독신문 독자 이은춘 집사가 참다못해 "목사님 왜 이러십니까" 하며 무릎꿇었다. 그러자 김 목사가 한마디했다. "너 맞을래!"

▲ 무릎꿇은 기독신문 독자 이은춘 집사. 김동권 목사는 그에게 한마디 했다. "너 맞을래." ⓒ뉴스앤조이 주재일

▲ 김동권 목사는 기자들이 사진기사를 통해 자신을 매도했다고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한 노조원이 김 목사에게 항의했다. "새 마음 새 각오로 일하시겠다는 분이 문제 많은 사람 재임에 앞장서면 됩니까." 김 목사가 거친 숨을 몰아쉬자, 이사들이 나서서 대꾸했다. "이게 무슨 짓이야!" "어디서 배워먹은 짓이야!"

또 다른 노조원이 이 말을 받았다. "작년 총회에서 강대상을 점거하고 회의를 방해한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우리도 목사님들에게 배워서 이러는 겁니다." 서기 최재우 목사의 대답이 가관이다. "그래도 우리는 총회장을 감금하지는 않았어!" 또 다른 이사는 "학습능력 하나는 뛰어나다"고 촌평했다.

이사들은 회의하다가 안 풀리자, 애꿎은 취재기자들에게 화풀이를 하는 추태도 보였다. 김동권 목사가 지난 정기이사회를 다룬 기사 가운데 자신이 나온 사진이 마음에 안 든다고 기자들을 꾸짖자, 권주식 목사가 거들었다. <기독신문> 기자 두 명만 남고 나가라는 것이다.

▲ 14일 열린 실행이사회는 주필을 선임하려 했으나 노조의 실력 저지로 정회됐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아무도 움직이지 않자 이제는 다른 것으로 꼬투리 잡는다. "어디 어른 앞에서 다리를 꼬고 그래, 버르장머리 없이. 야, 너 발 못 내려! 그래도 계속…." 기자가 어이없어 대꾸했다. "발을 꼬는 것도 죄입니까. 회의 하다말고." 그러자 협박 수준의 발언이 나온다. "나가, 당장 못나가. 취재하지 마. 어디서 그 따위 짓을 해."

예장합동 총회를 쥐락펴락하는 목사·장로님들은 교회에서 부목사, 전도사들에게 하듯이 기자들에게도 쉽게 반말하고, 맘에 안 들면 욕지거리도 쉽게 뱉는다. 그러나 이들에게 인간에 대한 예의는 바라지 않는다. 교회에서 떠받들리기만 하지 섬기는 일은 시늉이라도 낼 기회가 있었겠는가.

기자들을 자기 아랫사람 취급하는 것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뒤로 미루고, 이 말은 권주식 목사님께 꼭 하고 싶다.

"그렇게 어른에 대한 예의범절을 찾는 분이라면 선배 목사님, 나이 많은 장로님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당신을 돌아보십시오. 어른 앞에 버릇없기로 따지면 다리를 책상 삼아 메모하는 기자보다, 나이 많은 분들도 조용히 있는데 젊은(축에 드는) 목사가 험한 말을 입에 담는 모습이 더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자도 교인인데, 함부로 대하는 모습은 정말 보기 민망합니다. 다음 회의에서는 좀 자중하십시오. 젊은 기자들이나, 나이 많으신 목사·장로님들이나 다들 목사님께 손가락질합니다."

▲ 회의장 밖에서 기도하는 노조원들. ⓒ뉴스앤조이 주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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