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합동 은급재단이 허술한 관리로 기금 40억 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은급재단이사회(이사장 임태득 목사) 임원이 은급재단 기금 40억 원을 빼돌려 납골당을 인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김장수 국장 겸 상임이사는 올해 초 은급재단이사회 결의 없이 40억 원을 빼돌려 납골당을 자기 이름으로 매입했다. 이 같은 사실은 김 국장이 3월초 은급재단이사회 임원들에게 보고한 뒤 밖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지자 이사회는 3월 25일 회의를 열어 김 국장에게 40억 원 환수를 명령했다. 김 국장은 4월 10일까지 가져오겠다고 약속했으나 4월 14일 현재까지 입금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돈 마음대로 빼가도 이사회는 속수무책
▲김장수 국장. ⓒ뉴스앤조이 자료사진 |
게다가 서기 신현진 목사(남부교회)와 감사 류재양 장로(반야월중부) 등이 "더 이상 불법을 자행하는 세력들과는 함께 할 수 없다"며 잇따라 사퇴서를 제출했다. 남아있는 이사들은 "우리도 그만두고 싶지만 누군가는 해결해야 할 것 아니냐"며 "사퇴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경솔한 행동이다"고 질타했다.
한편, 김 국장은 한 측근에게 "납골당 전 주인이 (내가) 매입해주면 40억 원의 이자 외에도 4억 원을 더 얹어 주기로 했기 때문에 은급재단 수익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투자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태득 이사장은 <뉴스앤조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김 국장이 나름대로 잘해보려고 한 일이지 개인이 착복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고 김 국장을 두둔하고 나섰다.
형사입건해야 한다는 주위의 여론에 대해서 임 이사장은 "그런다고 교회에 덕이 되는 것이 아니다"면서 "납골당을 담보로 은행대출을 받아 4월말까지는 은급재단에 돈을 돌려놓을 것이니 그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총회 감사도 40억 원 불법 사용 몰라
문제는 김 국장이 납골당 매입 과정에서 몰래 돈을 빼돌릴 정도로 은급재단 관리체계가 허술하다는 점. 우선 김 국장이 이사회 몰래 자그마치 40억 원을 여러 차례에 걸쳐 빼돌렸는데도 이사들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다가 김 국장이 실토하고 나서야 알았다.
게다가 총회 감사부(부장 오임종 장로)는 3월 2일부터 4일 동안 중간감사를 벌였는데도 은급재단의 이러한 문제를 전혀 잡아내지 못했다. 감사 후 오임종 부장은 예장합동 교단지 <기독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총회가 재정은 물론 각종 사업도 안정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회계상 문제는 별로 발견할 수 없다. 과거에 비해 훨씬 깨끗한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원활히 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은급재단이 보유한 총액의 3분의 1 가량이 감사하기 불과 한두 달 전에 여러 차례에 걸쳐 빠져나갔는데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부실 감사를 했거나, 이 일을 알고도 눈감아 줬다는 결론이다.
특히 납골당 소유주가 대한예수교장로회 온세교회이며 김 국장이 이 교회의 대표자로 표기된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온세교회는 예장대신 소속 교회로 유승진 목사가 목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장합동 총회본부 소속 목사가 어떻게 다른 교단 교회의 대표자가 될 수 있는지, 은급재단에서 나간 돈으로 매입한 납골당이 어떻게 다른 교단 교회 앞으로 되어 있는지 등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40억 원을 빼돌린 김장수 국장을 두둔하고 있는 임태득 이사장. 임 이사장도 이번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뉴스앤조이 주재일 |
이에 대해 김 국장은 "아직 아무 말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기다려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은급재단 한 이사는 "만약 온세교회가 대표자를 바꿔 버린다면 납골당은 총회와 무관해질 뿐만 아니라, 총회는 전혀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 국장이 총회 소속을 벗어난 행동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은급재단은 2002년 10월 납골당을 67억 원에 매매계약하기로 예약하고 증거금 20억 원을 극락사에 지급한 바 있다. 그러나 총회가 작년 6월 "총회가 하지 말라는 사업을 했다"며 환수를 명령하자, 임태득 이사장이 개인적으로 돈을 모아 20억 원을 환수했다. 이 때 김 국장은 서류상 극락사 소속 회원이었다.
교단 안팎에서 목사가 불교 회원이 될 수 있느냐고 따지자 김 국장은 "계약하는데 주민번호가 필요하다고 해 불러줬는데, 그 쪽에서 마음대로 회원으로 올렸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납골당을 소유한 극락사의 대표권을 얻기 위해 몇몇 사람이 회원으로 가입하는 과정에 김 국장도 참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2002년 20억 원 매매예약계약과 관련 짙어
이번에 김 국장이 납골당을 매입한 것은 2002년 당시 계약의 연장선에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당시 총회는 20억 원 환수와 함께 매매계약 해지계약서·양도계약서 등 자료를 요구했으나 임태득 이사장은 제출하지 않았다. 당시 총회장 한명수 목사(창훈대교회 원로)는 "임기 말기라 명령을 해도 듣지 않아 해지계약서 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계약서는 "2003년 10월 25일로 하여 위 완결일자가 경과하였을 때에는 을(은급재단)의 매매완결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당연히 매매가 완결된 것으로 본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은급재단이 이 계약을 해지하지 않았다면, 이 날짜 이후 은급재단은 나머지 47억 원을 극락사 등에 지불해야 한다는 말이다.
당시 계약을 주도했던 사람은 임 이사장이다. 그 계약의 연장선에서 이번 일이 벌어졌다면, 임 이사장도 깊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피할 길이 없다. 그러나 임 이사장은 "은급재단 대표로서 책임질 일은 지겠지만 이번 일은 전혀 몰랐다"고 개입 의혹을 일축했고, 김 국장도 "내가 혼자 벌인 일이고, 임 이사장은 아무 것도 몰랐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