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임태득 총회장을 상대로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여성비하 생명경시 발언 대책위원회(대책위)'가 지난 4월 7일 법원으로부터 각하 결정 통고를 받았다. 이유는 제출 자격요건 미달. 이사회나 사단이 아닌 대책위를 민사 소송 당사자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여성단체들은 법원의 결정에 불복하고 항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대책위가 이처럼 5개월 전 임 총회장의 '기저귀 발언'을 놓고 지난한 싸움을 계속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여성단체들은 기저귀 발언이 이 땅의 모든 여성에 대한 비하이자, 임 총회장의 가부장적·성차별적 의식이 반영된 것이며, 이같은 의식이 곧 예장합동이 여성안수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이유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임 총회장이 그 발언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깨닫고 공인으로서의 책임감으로 머리 숙여 사죄하도록 하겠다는 게 대책위의 입장이다.

임태득 총회장은 대책위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이후 대책위와 공방을 벌이고 있다. 그는 자신의 입장을 해명하는 답변서를 인권위에 보내 맞불을 놓았고, 대책위는 이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반론문을 인권위에 보냈다. 지난 4월 5일자 <기독신보>에 따르면, 임 총회장은 또다시 인권위의 요구에 따른 답변서를 제출했다.

이 같은 공방에서 여성단체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우선 '기저귀 발언'에 대한 임 총회장의 태도다. 임 총회장은 총신대학교 학생들 앞에서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실언"이었다고 사과한 바 있으나 이후 인권위에 보낸 답변서에서 "'월경하는 여자'라는 말을 순화하려는 의도에서 '기저귀 찬 여자'라고 표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기저귀 발언이 실언이 아닌 의도적인 발언임을 스스로 밝힌 것이며 학생들 앞에서 했다는 사과가 진실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임 총회장은 "'기저귀 발언' 당시 설교를 듣지도, 현장에 있지도 않았으며 본 교단 인사도 아닌 이들에게 사과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한 바 있다. 대책위는 임 총회장이 교단을 대표하는 공인이라는 점과 그 발언을 들은 모든 여성들이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는 점을 들어 전체 여성을 비하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책위가 가처분 신청을 감행하고 법원의 각하 결정에 항고하겠다고 나선 것도 바로 이 때문.

임 총회장의 사과·사퇴와 더불어 여성단체들이 문제 삼는 것은 임 총회장과 예장합동의 여성안수 불가 입장이다. 대책위는 기저귀 발언 파문이 단지 한 사람의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라 보수교단에 뿌리깊이 박혀 있는 남녀차별적·가부장적인 의식과 제도를 바꿔야 해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임 총회장은 여성안수에 대해 "타 교단에서 여성안수제도를 시행한다고 해도 본 교단(예장합동)은 총회 결의가 없는 한, 성경이 변하기 전에는 수용할 수 없으며 불가하다"고 못을 박았다. 이에 대책위는 임 총회장이 인용한 "'월경하는 여자는 단(성전)에 들어갈 수 없다'는 성경구절의 해석에 대해 "성경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면서 "낡은 가치관과 잣대로 성서를 해석하는 행위에 대해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타교단 여목사들과 여성단체 뿐 아니라 예장합동 내에서도 임 총회장의 여성비하 발언을 계기로 여성안수 문제를 자유롭게 연구하게 해달라는 의견이 분출하고 있지만 총회와 총신대학교(총장 김의원)는 여전히 침묵하거나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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