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가 든 아이를 데리고 소아과에 다녀온 아내가 또 투덜거립니다. 언제나 소아과에만 다녀오면 나타나는 반응입니다. 아내가 보기에는 아이 감기가 심한 것 같고, 해서 약을 좀 강하게 쓰고 주사라도 놔주면 빨리 나을 것 같은데 의사선생님은 매번 약만 처방해 주시곤 돌려보낸다는 것입니다. 아내는 저러다 '돌팔이'란 결론을 내리고서야 그칩니다.

아내는 그런데도 아이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꼭 그 소아과를 찾습니다. 그 소아과 주위에는 다른 소아과가 줄줄이 자리 잡고 있는데도 늘 그 병원만 찾는 것입니다. 그때마다 한마디씩 던집니다. 또 돌팔이 선생 찾아갈 거냐고, 말입니다. 입을 삐죽이면서도 아내는 그래도 그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제일 잘 아는 걸요, 하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정작 그 소아과를 꼬박꼬박 찾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믿을 만하다는 것입니다. 좀처럼 주사를 놓지 않고 가능하면 적은 분량의 약으로 치료하려는 의사 선생님이어서 그렇답니다. 자기 아이처럼 돌봐주는 웃음과, 또 그런 의사 선생님 앞에서 이젠 울기보다 장난부터 치려드는 세 살배기 아이의 편안해 하는 마음이 좋아서 그렇답니다.

언젠가 아내와 함께 아이를 데리고 그 소아과를 찾았습니다. 젊은 분답지 않게 듣던 것처럼 참 순하게 생기셨습니다. 더욱 뿌듯했던 건 그분 책상 위에 놓인 성경 때문이었습니다. 사람의 병을 궁극적으로 고치시는 분이 하나님이라는 무언의 선언을 들은 듯했습니다.

우리 마을에 이 소아과가 없다면 하고 가정하면 불안해지기까지 합니다. 이제 이 소아과 앞을 지나면서 감사한 마음을 가집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자기가 일하는 곳에서 그렇게 정성껏 하나님을 생각하면서 주님께 대하듯 이웃을 섬겼으면 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살기 좋아질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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