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청 앞에서 열린 '3·1절 국민대회'는 한기총,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등 3만여 명(경찰 추산)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3월 1일 서울시청 광장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태극기와 성조기의 물결이 출렁거렸다. '반핵·반김정일국권수호국민대책협의회' 주최로 열린 '친북좌익척결·부패추방 3·1절 국민대회'는 오전에 열렸던 '공산독재종식·민족복음화 3·1절 목회자금식기도대성회'와 성격이 유사했다.

오전에 참석했던 목회자들이 대거 시청 앞 집회에 참석한 것과 북한을 증오하고 미국을 찬양하는 모습도 비슷했다. 시청 앞에서도 역시 '마귀들과 싸울지라' '주의 진리 위해 십자가 군기' 등 찬송가가 울려 퍼졌고 한·미동맹을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북한에 대해 강한 적개심과 함께 미국에 대한 강한 동경심을 내비쳤다. 국민대회 참가자들은 '이러다 적화된다' '국가이익 외면하는 반미친북세력 척결하자' '김정일 추종세력 북한으로 추방하자'라고 적힌 플랭카드까지 가져오는 열의를 보였다. 국민대회 참가자들은 대부분 지역 재향군인회 소속 회원들과 해병대 전우회 소속 회원들이었다.

붉은 무리들 교회에 못 들어오게 하자

오후 3시부터 진행된 구국기도회에는 엄기호 목사(성령교회)를 비롯, 최해일 목사(국민대회 명예대회장), 전요한 목사(대학생성경읽기선교회 대표) 등 10여 명의 목회자들이 참석했다. 기도회의 포문은 장광영 목사(기독교대한감리회 증경감독회장)가 열었다. 장 목사는 '한국교회와 민족 회개를 위해' 기도하며 "말씀으로 새롭게 변화돼 붉은 무리들이 교회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오전에 열린 '목회자금식기도대성회'에서 사회를 본 박태희 목사(기독교대한성결교회 증경총회장)는 "북한은 한국군보다 두 배나 많은 110만 명의 군인과 2,800대의 탱크, 6,500문의 대포, 4,600개의 미사일을 휴전선 근처에 배치해 우리를 겨냥하고 있다"며 불안감을 조성했다. 박 목사는 또 "북한이 원자탄을 2개에서 6개정도 만들었다는 확증이 있다"며 철산 지역에 원자탄이 있다는 구체적인 지역까지 거론하며 "하나님이 원자탄을 깨트려 달라"고 말했다.

김동권 목사(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증경총회장) 역시 북한에 대한 적개심은 여느 참석자들과 다를 바 없었다. 김 목사는 북한을 하나님이 없다고 주장하는 마귀집단이라고 규정한 뒤 "요즘 대한민국 안에서도 잘못된 사상에 물든 사람들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 김 목사는 "오는 4월 15일 치러질 총선에서 친북 좌익세력들의 대거 국회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친북 세력들이 국회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지켜달라"고 기도했다.

'민족복음화와 자유통일'을 위해 기도한 최병두 목사(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증경총회장)는 "복음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민족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으며, 엄신형 목사는 "우리 모두에게 물질의 복을 달라"고 기도했다.


▲ 1부 구국기도회에 참석한 목회자들. 장광영 목사와 엄신형 목사, 엄기호 목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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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북·좌익세력 이미 남한에 침투했다?

특별기도의 순서가 끝나자 결의문 낭독이 이어졌다. 김한식 목사는 결의문 낭독에서 "일제보다 더 악독한 김정일이 북한을 생지옥으로 만들더니 동포들을 억압하고 있다"며 "붉은 무리들이 개혁과 진보라는 가면을 쓰고 남한에 침투했다"고 주장했다.

김 목사는 이어 "이들은 6·25 전쟁 당시 우리를 도와 준 미국을 적으로 보고 미군 철수, 연방제 통일 등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붉은 무리들이 오는 4월 15일 총선을 통해 정치세력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또 "이들의 정치세력화를 막기 위해 인터넷을 총 가동하자"고 강조하고 "색깔론을 두려워하지 말자. 나라를 살릴 수 있는 기회가 매일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목사님의 권유로 기도회에 참석했다는 장지만(19·사랑제일교회) 학생은 "기도회가 너무 극단적으로 흐른다는 느낌도 있다"면서 "그러나 시각의 차이가 있을 뿐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다 똑같지 않느냐"고 말했다.

1부 순서였던 구국기도회가 끝나자 교회 차원에서 참여했던 사람들이 대부분 빠져나갔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태극기와 성조기의 동시 입장을 시작으로 2부 순서가 시작됐다. 이상훈 회장(재향군인회)은 대회사를 통해 "이 땅위에 민주주의가 송두리째 뽑혀지고 있는데 애국시민들이 보고만 있을거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또 이 회장은 "현재 국책 사업은 지역이기주의에 발목잡혀 있으며 미국을 주적으로 여기고 사회 원로인 김수환 추기경을 비판하는 실정"이라며 "하지만 정부는 총선을 의식해 말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며 현실을 개탄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자유민주주의가 무책임한 친북·좌익세력들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며 "현 시국에 편승해 민주·개혁의 탈을 쓴 국기혼란과 국가안보 위해 책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민족을 볼모로 하는 핵무기 개발과 대남도발 책동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으로 국제사회에 동참할 것"과 "북한주민에 대한 인권탄압 및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송환하라"고 결의했다.


▲ 일부 교회들이 구국기도회에 참석했지만 이들은 기도회가 끝나자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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