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85주년을 맞아 KNCC와 한기총이 서울 연동교회에서 공동예배를 드렸다. 이날 예배에는 교회갱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85주년 3·1절을 맞아 한 목소리를 냈다.

한국교회 진보와 보수를 대변하는 두 단체는 2월 29일 서울 종로5가에 있는 연동교회(이성희 목사)에서 3·1절 기념예배를 드리고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KNCC 한기총 주요 인사가 두루 참여한 가운데 열린 이날 예배에는 400여 명의 사람들이 참석했으며, 1시간 가량 이어졌다.

'야웨, 전능하신 하나님'이란 제목으로 설교를 한 백도웅 목사(KNCC 총무)는 이날 예배의 의의에 대해 "KNCC와 한기총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모여 예배를 드림으로 민족사의 고고한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백 목사는 설교를 통해 "1년 동안 지속된 3·1운동에서 종교인들이 담당한 역할은 상당했다"고 전제하고 "평화는 거저 이루어지지 않고 굳건한 의지 위에서 만들어진 정의를 바탕으로 생겨난다. 이런 정의와 평화를 이 땅에 이루는 것이 기독인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백도웅 목사의 설교에 이어 특별기도가 이어졌다. 홍정이 목사(한기총 문화예술체육위원장) 오충일 목사(KNCC 교육훈련위원장) 손인웅 목사(한기총 교회일치위원장) 이선애 총무(KNCC 여성위원회 서기)가 각각 '나라와 민족을 위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교회 일치를 위해' '가난한 이웃을 위해' 기도했다.

▲오충일 목사(왼쪽)와 손인웅 목사(오른쪽).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도한 오충일 목사는 "멸공과 반공을 외치며 민족보다 이념을 사랑하고 사랑보다 증오를 외친 이 땅의 기독인들을 용서해 달라"고 기도했다. 또한 "우리 안에도 분단세력이 잔존하고 있다"며 "십자가 화해의 복음이 어떤 가치보다 크다는 사실을 깨달아 알게 도우소서"라고 간구했다.

교회 일치를 놓고 기도한 손인웅 목사는 "신사참배 신학 이념 명분으로 하나님의 몸인 교회를 갈기갈기 찢은 죄악을 용서해 달라"며 "이런 모습으로 어떻게 통일 화합 용서 선교를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한탄했다. 손 목사는 기도 도중 KNCC와 한기총의 통합을 수 차례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간절히 기도하는 예배 참가자들.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특별기도에 이어 공동성명서 낭독이 이어졌다(기사 하단에 전문 첨부). 성명서는 "세계화로 인해 민중의 생존권 침탈이 극에 달하고 있으나 교회는 불의와 거짓에 침묵하고 있다"며 교회가 평화와 정의를 세우는 일에 앞장 설 것을 주문했다. 또한 교회가 사회개혁에 앞장서기 위해 먼저 자기갱신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예배는 길자연 목사(한기총 대표회장)의 축도로 마쳤다. 참가자들은 예배인도를 한 박천일 목사(한기총 총무)의 제안에 따라 찬송가 338장 '천부여 의지 없어서' 가락에 맞춰 애국가를 4절까지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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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를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한 참가자들. 앞줄 왼쪽에서 세번째가 한기총 대표회장 길자연 목사. 그 오른쪽 옆이 KNCC 총무 백도웅 목사.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공동예배를 마친 후 다과회장에서 백도웅 길자연 목사를 만났다. 두 사람에게 이날 공동예배의 의미와 최근 연합운동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백도웅 목사 : 기독교의 핵심은 예수가 죄인을 부르러 이 땅에 오셨다는 사실이다. 그 방법이 섬김과 나눔이다. 한국교회에 진보와 보수는 사실 없다. 어는 교회나 각자의 스타일이 있는 것이고 서로를 열린 사고로 보아야 한다. 진보는 보수에게 깊이 있는 성찰과 신앙을 배워야 한다. 서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 이 둘이 하나 될 수 있는 지점이 사회봉사다. 지역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교회가 되야 한다. 성숙한 시민운동과 관용을 베푸는 삶, 말이 아닌 실천으로 이 일을 감당해야 한다. 가진 자는 나누고 모자란 자는 이를 고맙게 받는 풍토가 있어야 한다. 소박한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 두 단체의 연합이 물리적인 부르짖음이었다면 이제 서로 녹아 가는 화학작용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예배가 서로 녹아 들어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길자연 목사 : 사람들이 한기총과 KNCC가 서로 이질적이라고 하는데, 이는 사람들의 시각이지 하나님의 눈으로 보면 다 하나다. 각각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은사를 주신 것이다. 서로 다른 부분들을 총체적으로 합치면 같은 하나님의 일이다. 그 동안 두 단체가 너무 오래 동안 헤어져 있었다. 이제 다시 만나 연합을 위해 어려운 발걸음을 시작했다. 이런 시작이 깨지지 않도록 서로 노력해서 성령의 하나됨을 이루어야 한다. 교회 제도나 행정 등 서로 이질적인 부분을 덮어두고 같은 것을 찾아 공유해야 한다. 오늘 예배는 아주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장소를 기꺼이 내준 연동교회에 감사한다. 오늘 서로 기도한 내용이나 설교에서 강조하는 부분이 다르지만 이를 모두 합치면 하나가 된다고 생각한다.

▲KNCC 한기총 여성대표가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양정지건

<공동성명서>85주년 3·1절을 맞아

3·1운동 85주년을 맞이하여 한국교회가 함께 예배드리게 되었다. 이 예배를 통하여 우리는 온갖 풍파와 역경에도 이 땅을 지켜주신 하나님을 향한 깊은 감사와 신뢰로 하나가 되었다. 

85년 전, 우리의 선열들이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대한독립만세를 외친 것은 이 땅이 당하는 고난의 역사를 스스로 이겨내고자 하는 높은 이상과 의지의 발로였다. 일제의 잔인한 총칼은 목숨은 앗아갈 수 있어도 민족의 정신을 죽이지는 못했다. 그렇게 모진 슬픔과 고난이 이 땅을 휘감았음에도 우리의 선열들은 고귀한 생명을 바쳐 이 땅을 지켰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이렇게 크나큰 선열들의 덕을 힘입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땅에는 세계화로 인한 민중의 생존권 침탈이 극에 달하고 있고 약육강식의 논리에 지배되는 국제정치, 도덕적이지 않은 정치권력, 이윤추구만이 최선의 가치인 물신주의가 팽배하다.

이러한 현실에 더욱 우리를 좌절하게 하는 것이 있다. 교회는 불의와 거짓들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치부하며 침묵함으로 세상으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교회가 담지한 진리는 스스로의 과오에 의해 가려지고 있는 형편이다.

3·1운동은 우리 민족사에 큰 이정표인 동시에 교회를 향한 큰 가르침이다. 3·1운동은 무저항 평화운동으로 세계사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역경의 역사에서 자주정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한다. 평화는 정의에 기초하고 있으며, 정의는 어떠한 역경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뜻을 지키고자 하는 굳건한 의지에서 시작된다. 3·1 만세운동 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에 한국교회가 민족해방을 위해 온갖 희생을 감수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원칙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가 함께 예배를 드리면서 우리는 두 가지 감격에 젖었다. 하나는 3·1 만세운동을 통한 민족적 자긍심이며, 또 다른 하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같은 지향으로 예배드림이다. 우리는 이러한 감격을 오늘 이 자리를 채우는 정도로 만족하지 않고 3·1 만세운동의 가르침을 통해 다음과 같이 노력함으로 이 나라가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앞장서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一, 한국교회는 평화를 지향하는 동시에 정의를 세우는데 앞장 서야 한다.
一, 한국교회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고 상호 협력한다.
一, 한국교회는 사회개혁에 앞장서야 하며, 이를 위하여 먼저 자기 갱신에 앞장선다.
一, 한국교회는 민족의 역사에 관심을 갖고 3.1정신을 계승한다.

2004년 2월 29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선교위원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교회일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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