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한흠 목사. ⓒ뉴스앤조이
"허물도 많고 부족함도 많은 사람이다. 솔직히 교회의 잘못을 보면서 침묵했던 죄를 범하기도 했고, 한때이지만 내 교회만 잘되고 부흥하면 된다는 개교회주의에 빠졌던 때도 있었다. 잘못을 솔직하게 시인한다."

2월 5일 대구 부광교회에서 열린 교회갱신을 위한 목회자 세미나에서 사랑의교회 원로목사 옥한흠 목사가 던진 일성이었다. 교갱협 대구경북목회자협의회(상임회장 박노진 목사)가 '벼랑 끝에 선 한국교회'란 주제로 주최한 세미나에서 강사로 나선 옥 목사의 태도에는 비장함이 엿보였다.

스스로에 대한 참회고백으로 강의를 시작한 옥 목사는, 작심하고 나선 듯 한국교회 목사들이 감추고 싶어하는 잘못들과 예장합동 교단의 현안에 있어서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지적해 나갔다. 수차례 치올라오는 격정을 참아넘기는 듯 그의 강의는 가끔씩 끊어졌고 참석자들은 마른 침을 삼키면서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참 선지자가 없는 한국교회"

옥한흠 목사는 먼저 한국교회에 참 선지자가 없음을 지적했다. "위기 속에 있을수록 사람들은 거짓평화를 이야기한다. 벼랑 끝에 서있다는 경고의 말을 듣기보다는 희망과 긍정적인 입에 발린 말을 듣고 싶어하고 말하고 싶어한다. 경고를 발하는 바른  말하는 사람들을 미워하고 싫어한다. 한국교회가 그런 형편이다. 설교자는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려 하고 교인들의 눈치를 살핀다. 주변에서 종종 하나님을 이용해 돈과 명예를 얻으려는 이들도 보게 된다."

이러한 까닭에 한국교회는 거룩을 상실했다고 옥한흠 목사는 말한다. 심지어 그는 한국교회의 주도세력인 전체 기독교의 10~20%는 양심을 상실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목회활동'은 더욱 잘하고 있으니 하나님 앞에서 너무나 두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이렇게 10년 후가 되면 더 이상 한국교회의 목사들은 거룩한 하나님의 교회를 감당해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니 이대로 나가면 한국교회는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반드시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은 변해야 함을 힘주어 말했다.

"교회는 변해야 한다"

옥 목사는 벼랑 끝에 선 위기상황 속의 한국교회가 살기 위해서 첫째로 목사들의 목회가 변해야 함을 강조했다. 본질을 붙잡고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혼을 구원하고 세우는 일, 예수님의 가르치고 전파하고 치유하며 구제했던 사역의 본을 받아 본질을 회복해야 함을 역설했다.

"목사가 정치할 시간이 어디 있는가, 영적인 회복에 신경쓰지 않고 목회 이벤트로 교인을 끌어모으려는 물량주의에 빠져 무조건 대형교회만을 지향하는 풍조를 극복해야 한다. 교인들이 싫어하더라도 말씀에 충실한 선지자적 설교를 해야 하며 목사 스스로가 뼈를 깎는 자성과 회개 노력이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옥 목사는 교회연합과 일치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교회의 잘못은 분열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분열의 결과로 교회가 통합력을 상실하니 권징이 바로 서지 않으며 개교회주의의 심화와 교파주의로 흘러 갈수록 교권 다툼이 치열해진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교회가 순결을 회복하고 유지하며 거룩을 지키기 위해 일치운동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합과 일치의 전제조건으로 각 교단, 교파간 엄존하는 신학적 차이는 인정하면서 서로 겸손하게 연합에 나서 교회를 세워나가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셋째로 그는 교회갱신과 도덕성 회복 문제를 거론했다. "젊은이를 대상으로 목회하는 목회자 중 70%가 7계(간음)를 범했다고 하는 이야기를 어떤 목사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부산의 모 교회 목사가 포르노 사이트를 자주 드나들었다는 의혹을 그 교회 안수집사가 제기했다. 그외 목사들의 성적, 물질적 타락상을 우리는 종종 보고 있다. 심지어 과거 '사랑의교회'에서도 주일헌금을 수차례 착복해온 안수집사가 있었다. 교회를 떠나게 했는데 곧바로 개척교회를 시작했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는 안티 기독교 사이트의 강령을 열거해가며 그들의 주된 공격 목표가 목사의 부도덕성에 집중되어 있음을 소개했다. 또 목사들이 주일헌금 액수에는 관심이 많으면서도 그 돈이 모아지는 과정을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일이 종종 있다면서 "과정이 옳지 못한 십일조는 받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옥한흠 목사는 대사회적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교회와 목사가 변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1900년대초 조선에 몰아쳐온 부흥운동은 곧 회개운동이었으며, 우리 시대 교회들에 이같은 참된 회개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는 오피니언 리더일수록, 또 사회지도층일수록 기독교인들이 많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가 사회적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를 '숫적 성장(부흥)에는 성공했으나 참된 변화(복음화)에는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이만열 교수의 견해를 들어 설명했다.

옥 목사는 "대구는 과거 한국 개신교의 정신적 지주이자 본산이었다. 대구부터 시작해야 한다. 진정으로 잘못을 회개하면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참 부흥을 주실 것이다. 이대로 있으면 한국교회는 어디로 갈지 모른다"며 방향잃은 한국교회의 현주소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예장합동의 현안들

이날 한국교회와 목사들의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해 나가던 그는 자신이 속한 예장합동의 문제점도 거론했다. 그는 먼저 합동교단이 한국성서공회가 새로 편찬한 개역개정판 성경을 수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합동이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는 것은 정치적 이유이거나 경제적 실리를 탐하기 때문이며 더 이상 채택을 미루는 것은 수치"라고 말했다.

또 임태득 총회장에 의해 불거진 여성문제에 대해서도 언급, "매우 민감한 사안이지만 이를 더 이상 터부시하면 안 된다"고 전제하고 "우리 교단은 아직 신학적, 성경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이 정리되어 있지 못하다. 교단의 신학자들이 여성안수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이 성경적인지, 또 기존의 교단 입장이 진리인지 연구하게 해야 한다. 자칫 이 문제를 폐쇄된 전통에 의해 무조건 붙들고 고수하다 보면 여성안수를 허용하는 교단들이 이단이 되는 결과가 되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서 금권부정선거에 대해서도 경고하고 나섰다. 옥 목사는 현재 제비뽑기를 시행하고 있는 부총회장 선거가 아닌 상비부나 기타 경쟁구도 아래 있는 자리는 여전히 돈이 난무하고 있다면서 "자기 돈도 아닌 헌금을 가지고 더러운 일을 위해 사람들을 매수하고 교권잡는 일에 쓰면 되는가"고 일갈했다. 그는 또 "젊은 목사들이 언제까지 가만 있을 것인가"라고 반문하고 "금권타락선거 추방에 젊은 목사들이 앞장서 힘을 결집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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