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교회(임명희 목사) 추수감사절은 여느 교회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추수감사절에 보는 사랑과 나눔 그리고 성도간의 교제는 어느 교회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광야교회에는 다른 교회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끈끈한 그 무엇이 있었다.

이날(11월 19일) 추수감사절 예배에 참석한 사람은 90여명 정도. 다른 주일보다 10∼20명 정도 불어난 숫자다. 어찌 보면 그들에게는 예배 참석보다 한 끼 끼니를 때우기 위한 목적이 더 컸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을 욕할 자격은 어느 누구에게도 없다. 보통의 사람들에게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는 한 끼 식사가 그들에게는 절박함으로 다가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임 목사가 전하는 메시지가 객적은(?) 소리로 들려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예배 후에는 모든 사람에게 목욕권이 나눠졌다. 곧이어 이어지는 공동식사. 공동식사가 계속되는 동안 임 목사와 성도들은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노방전도에 나선다. 노방전도를 마치고 교회로 돌아와 함께 식사를 한 후 일부 성도들은 카드 만들기를 시작했고 남자 성도들과 임 목사는 오늘(추수감사절) 지역주민들에게 나눠줄 돼지고기를 준비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인다. 추수감사절에 지역주민들과 사랑을 나눌 방법을 고민하던 임 목사의 고민을 해결해 준 것은 조현삼 목사(서울광염교회)의 도움이다. 조현삼 목사가 돼지고기 135㎏을 보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오후 2시 45분쯤 1.5㎏ 단위로 포장된 돼지고기 90봉지가 도착했다. 고기가 도착하자 주민들이 한 사람씩 몰려든다. 고기를 나눠주기로 약속한 시간은 아직 15분 정도 남았다. 교회 안에서는 배분방법을 놓고 남자 집사들과 임 목사간 의견이 오간다. 400명이 넘는 주민들에게 나눠주기에는 고기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결국 선착순으로 나눠주기로 했다.

약속보다 조금 늦은 3시 20분부터 분배가 시작됐다. 분배 전 추수감사절의 의미에 대한 임 목사의 간단한 설명이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임 목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았다. 서로 먼저 받아가기 위한 몸싸움도 있었다. 하지만 임 목사는 작은 부분이나마 그들의 가슴 속에 하나님이 자리잡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10분이 조금 지나자 고기 박스와 양푼이 이내 바닥을 드러냈다. 몇몇 사람들은 빈손으로 돌아갔다. 빈손으로 돌아서는 주민들을 바라보며 임 목사는 혼자말로 중얼거린다. "고기 한 덩어리 때문에 상처받지 말아야 할텐데…." 이 한마디에는 진정으로 주민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광야교회는 지금까지 주민과 함께 많은 것을 나눴다. 하지만 항상 돌아오는 것은 주민들의 불만이다. 그들의 필요를 충분히 채워주지 못했기 때문에 듣는 원망이다.

광야교회는 25일부터 27일까지 김장을 담근다. 25일에는 여의도고등학교 안병대 선생님이 직접 재배한 배추 1000포기를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소금에 절이고, 26일에는 절인 배추를 씻고 속을 만든다. 27일에는 여의도고등학교 학부모들과 영락교회 다비다선교회 회원들의 도움으로 김장을 담근다. 이 김장은 광야교회 성도들과 합숙소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겨우내 먹게 된다. 그리고 29일에는 구청으로부터 배추 1000포기를 지원받아 한 차례 더 김장을 담글 예정이다. 이 김장은 주민들의 몫이다.

"어렵지만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하다보면 항상 채워주십니다." 임 목사는 자신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지만 이 모든 일이 하나님이 계시기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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