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랜드(회장:박성수 장로)라는 기업이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설립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이름에서조차 웬지 신성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랜드의 알파벳 E에서는 '에덴'이 연상된다. 그래서 이랜드는 자연스럽게 '천국의 땅'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정직과 신뢰, 서로 존경하고,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열심히 일하는 풍토가 조성되는 이상적인 기업, 그리고 천국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기업이 있다면 바로 이랜드일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최근 이랜드 노조와 회사측 간에 극렬한 몸싸움이 일어날 정도로 노사분규 사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파업이 진행 중인 안산 '아울렛2001'에서 8월 9일 노조원들과 비 노조원들간에 충돌, 40대 여성 노조원이 머리가 깨지고 경찰 기동타격대까지 출동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리고 양측의 격렬한 몸싸움 과정에서 예배실 십자가가 두 동강이 나고, 강대상과 집기가 처참하게 박살나는 안타까운 상황도 발생했다. 또 노조원들은 십자가를 박살 낸 것도 모자라 회사 설립자인 박성수 회장을 가리켜 '신앙을 빙자해 노동자를 착취하는 악덕 기업주'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같은 사태는 이랜드가 과연 이상적인 기독교 기업인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던져 준다. 또 '노조와 기독교는 근본적으로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대립적 관계일 수밖에 없는가'라는 질문도 던지게 된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창간한 기독교 일간지 국민일보도 올 초부터 심각한 노사분규를 겪었다. 국민일보 노사분규 사태와 관련, 조용기 조희준 부자에 대한 비난여론이 대두되면서 기독교 전체적인 이미지 역시 타격을 입었다.
  
그리고 노조위원장이 조 목사 부자 면담을 요청하면서 30일간 금식했지만 면담은 성사되지 못했고 노조위원장은 결국 병원신세를 지고 말았다. 이랜드 노조가 박성수 회장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성사되지 못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또 기독교 언론매체를 대표하는 CBS에서는 권호경 사장을 몰아내기 위한 노조의 강경한 움직임이 벌써 1년째 계속되고 있다.  CBS 노조와 권 사장간에는 대화와 타협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든 대신, 서로를 향한 갖은 비난과 공격만 난무하고 있다.

개신교 교단들이 150억원의 자본금을 들여 만든 기독교TV에서도 직원들과 사측간에 원만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 대규모 해직 사태가 발생, 결국 법정 소송 끝에 해직직원들이 거액의 보상금을 받아내는 등 대립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기독교TV 이사들은 직원들이 노조를 결성하려고 하자, '모금이 안된다'는 이유를 내세워 노조결성을 막고 나서, '노조'의 존재에 대한 극도의 알레르기 증세를 보였다. 이런 현상은 기독교와 노조가 불편한 관계임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그런데 현재 우리 기독교가 껄끄럽게(?) 여기는 '노조'가 오늘날처럼 일반화된 것은 바로 목사님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60-70년대 산업사회로 발돋음할 당시, 힘없고 배경 없는 우리네 노동자들이 악덕 기업주들에 의해 착취당하고 있을 때, 노동자들의 권익을 찾기 위해 노조를 결성하라고 부추긴 것은 바로 목사들이었다.  

1950년대 출범했던 영등포산업선교회, 그야말로 부패한 자본주의 기업가를 향해 날선 비난의 목소리를 세웠고, 노동자들에게 그들의 권리와 권익을 찾으라고 부추기며 결국 노조를 만들게 했다. 따라서 1970년대와 80년대 노동운동의 바탕을 마련한 것은 바로 어떻게 보면 기독교였다.

그러나 이제 기독교는 노동자들의 타도의 대상이 되어버렸고, 목사님들은 노조라고 하면 이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버리고 말게 됐다. 기독교TV가 내부 관계자들이 노조가 출범했을 때 '이제 돈 모으기는 다 틀렸다'고 말할 정도로 목사님들의 노조에 대한 알레르기는 극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어차피 서로의 입장과 견해가 다를 수밖에 없는 사용자와 노동자. 이 둘의 관계는 서로를 향한 믿음과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배려가 있을 때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신뢰와 양보 그리고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 이런 것들이 기독교 정신의 일부라면 노사 갈등은 저절로 해결될 것이겠지만 실제 그렇지 못한 것은 우리의 아픔이다.
  
하나님의 축복을 받아 놀라운 기업 성장을 이룩했다는 박성수 회장의 신화도 기독교와 노조 사이의 '갈등의 평행선' 앞에선 너무도 무력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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